"버텨야 산다".. 판자·쪽방촌 주민들 추위와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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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한파 경보가 내려진 24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일대가 얼어붙어 있다. 이재문기자 moon@segye.com |
주민 2000명이 사는 전국 최대 규모 판자촌인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길목은 어느 때보다 혹독한 모습이었다.
주민 이강일(52)씨는 “기부 단체에서 지원받는 연탄 난로와 비닐로 추위를 버틴다”며 “우리는 버티는 게 일”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무허가 판자촌이어서 관할 구청의 행정지원을 받을 수 없는 탓에 주민들의 월동대책이라곤 빙판길에 연탄재를 뿌리거나 비닐하우스 위에 헌 이불 등 보온재를 덮는 것이 전부다.
영등포구 쪽방촌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냉기 가득한 방 한구석에 이불로 온 몸을 친친 감싸고 있던 양모(56)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오늘 같이 추운 날 전기장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파르르 떨리는 그의 입술 사이로 연신 하얀 입김이 흘러 나왔다.
서울 시내 곳곳 노숙인 보호시설은 모처럼 북적거렸다. 평소 생활 규율 등이 불편하다며 노숙인들이 기피하던 곳이다. 정병창(47) 영등포 광야교회 홈리스센터 사무국장은 “영등포역 대합실의 노숙인이 평소보다 반 이상 줄었다”며 “어제는 평소보다 1.5배쯤 많은 20명의 노숙인이 시설로 몰렸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 광장에도 노숙인은 자취를 감췄고, 역사 안에 10여명이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시장 상인들도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손님 발길이 끊긴 데다 수산물이나 청과물이 얼어붙어서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주인은 “생굴을 진열했는데 이렇게 냉동굴이 됐다”며 꽁꽁 얼어붙은 굴을 툭툭 건드렸다. 은평구 연서시장 상인회의 권순옥(52·여)씨는 “작년에는 한파가 오더라도 이 정도로 시장이 썰렁한 적은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들 역시 버티는 게 일이다.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전모(78·여)씨는 “손님은 없지만 그래도 죽을 때까지 벌어야 하기에 나오는 것”이라고 한숨을 뱉었다.
박진영 기자·사건팀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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