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38) 해녀, 아마 그리고 사진작가 김형선
지난해 3월 뉴욕 한국문화원에는 뜻밖의 낭보가 있었다. 한국 작가가 촬영한 해녀 사진 해외 전시는 처음 있는 일인 데다 뉴욕타임스를 필두로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이 김형선 작가의 사진을 주목했다. 영국 가디언은 양면에 걸쳐 김형선의 사진 8장만으로 지면을 채웠다. 파격적인 편집이었다. 지면을 펼쳐드는 순간 해녀 얼굴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질곡의 삶을 온몸으로 대면한다. 숨 차오르는 입가의 떨림과 바다와 맞선 주름, 잠수복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무게까지 포착된 사진은 제주의 배경을 흰 천으로 온전히 차단하자 숨 막힐 듯 강렬했다.
지금까지 모든 해녀의 사진이 자연 속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소개됐다면, 김형선의 접근 방식은 완연히 달랐다. 현대사진으로의 해녀 사진은 해녀의 삶을 깊고 넓게 해석하고 조망하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여태 본 해녀는 자연속의 부속물이었다. 뒤늦게 접한 사진을 보면서 소리 없이 눈물이 흘렀다. 제주 해녀가 아닌 오롯이 해녀만의 얼굴과 몸, 색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해석이 가져온 파장은 세계인의 눈과 가슴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2012년 10월 김형선은 6시간 물질 끝에 뭍으로 나온 해녀 얼굴을 직면하고 심장이 멎는 경이로움과 대면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하기에 불가한 방대한 작업이라는 판단으로 제주에 캠프를 마련했다. 지난 3년여간 200명에 이르는 해녀를 카메라 앞에 멈추게 했다. 그리고 사진 제목은 해녀의 이름이 됐다.
오는 11월 해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일본의 해녀 아마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김형선의 해녀전은 상반기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예정돼 있다. 해녀가 일본의 아마를 제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작고한 사진 속 김절자 해녀가 가장 기뻐하지 않을까?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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