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수부 공무원이 세월호 유족 고발하라 제안했다"

문형구 기자 입력 2016. 1. 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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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대표 검찰 고발… 해수부 3급 공무원, 특조위 파견된 후 보수단체와 수시로 접촉 정황

[미디어오늘 문형구 기자]

세월호 특조위에 파견된 해양수산부의 3급(부이사관) 공무원이, 세월호 유족에 대한 고발과 특조위 해체 주장을 해온 보수단체와 결탁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특조위 활동을 비난해 온 보수단체인 '태극의열단'의 오성탁 대표는, 지난 11일 해수부 3급 공무원 임아무개씨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5일 오후 7시경 임씨가 오성탁 대표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 '왜 이석태 위원장과 박종운 소위원장만 검찰에 고발하고 세월호 유가족 여자 홍ㅇㅇ를 왜 고발하지 않았느냐고 물어'왔다는 것이다. 오성탁 대표는 임씨가 "'다 조국을 위하는 일이니 홍씨를 재차 고발해 달라'고 하여 '나중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은 일이 있다'고 하여" 유족인 홍씨를 상대로 대통령명예훼손과 국가보안법으로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그러나 "지금에 와 생각해보니 그들이 나를 이용해서 자기들 뱃속만 채우는 생각 뿐"이라며 "철저하게 수사해 국민에게 철저히 밝혀달라"고 고발 사유를 밝혔다. 

오 대표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저의 양심고백"이라며 "저는 임ㅇㅇ 씨의 지시에 의하여 세월호참사 희생자 유가족인 홍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는 했다. 그러나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한 것이 어떻게 희생자 가족들을 돌보아주고 그분들의 상처를 감싸주어야 하는 국가기관의 공무원이 그것도 부이사관이 시민단체의 대표인 제게 희생자가족을 고발하라고 시키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 오성탁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발장 내용 일부
 

그는 임씨가 세월호 유족인 홍씨를 고발하라고 지시하며 "그것이 조국과 국가를 위한 일이고 (제가 사랑하는)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일이라 하였다"며 "또한 그러한 지시가 마치 이 대한민국의 지도층이 지시한 일인 것처럼 말했다"고 했다.

해수부 부이사관인 임ㅇㅇ 씨는 '유족인 홍모 씨를 고발해야 한다고 사주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11월에 (유족이 대통령을 비난한)동영상 유출 건이 있었다. 위원장에게 어떻게 유출됐는지 확인조사해서 보고해야 해서, 오성탁에게 전화했다"며 "여러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이석태)위원장이나 박종운 상임위원에 대해선 (고발)했는데 막상 발언한 사람에 대해선 왜 (고발)안했나'. 이건 저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궁금하게 여겼던 것이다, 지나가듯이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씨는 "그 이후로 이 친구(오성탁)가 우리 특조위에 와서 민원인 자격으로 와서 욕도 하고 그래서 중부경찰서에 업무방해죄로 고발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두 사람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해수부 공무원 임씨와 오 대표는 단순히 공무원과 민원인의 관계는 아니었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4일 해수부 3급 부이사관 직책인 임 씨와 오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임ㅇㅇ(해수부) : 총재님. 임ㅇㅇ입니다. 

오성탁 : 아이고, 팀장님 

임ㅇㅇ(해수부) : 고생많으시죠? 어쩐 일로...

오성탁 : 어쨌든 간에 어제 홍ㅇㅇ하고 그 이석태 위원장하고 박종운 위원장 일단 그 검찰에 고발을 했잖아요. 그래가지고 어제 중부서로 넘어왔더라고, 사건이. 관할이 여기니까. 어제 내가 가서 진술을 했어요. 

임ㅇㅇ(해수부) : 아. 네.

오성탁 : (진술을)했고. 건수가 한 건이면 되는데 두 건 아녜요? 박종운 위원장하고 이석태는 내가 11월9일날 검찰에 가서 고발을 했고. 그리고 있다가 홍ㅇㅇ는 팀장님이 나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고발을 해라' 그래 가지고. 홍ㅇㅇ는 나중에는 내가 고발을 할라고 그랬었는데, 먼저 과장님이 고발하라 그래 가지고. 

임ㅇㅇ(해수부) : 그 얘기를 했어요? 그 얘기를 한 건 아니죠? 거기서?

오성탁 : 뭐라구요?

임ㅇㅇ(해수부) : 그 얘기를 그 쪽에다 한 건 아니죠?

오성탁 : 어서 해?. 뭔 얘긴데요? 

임ㅇㅇ(해수부) : 거기... 전화를, 제가 전화를 했다는 그 얘기는 안 한거죠? 

오성탁 : 아이구. 그런 얘기를... 

임ㅇㅇ(해수부) : 헤헤헤헤헤

오성탁 : 뭔 얘기를 하는거야. 지금요. 

임ㅇㅇ(해수부) : 오케. 오케. 예예. 그래서요? 

오성탁 : 그래 가지고 그동안에 그... 일단 그거를 했어. 

임ㅇㅇ(해수부) : 예, 잘하셨습니다.

두 사람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임 씨가 세월호 특조위의 파견공무원 신분임에도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궁지에 몰기 위한 방안을 오성탁씨와 논의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지난해 12월28일 통화에서, 특조위에 민원을 넣으며 유족인 '홍씨를 고발하자는 특조위 관계자의 요청이 있었다'는 말을 넣겠다는 오 대표의 말에 임 씨는 "안 돼 안돼 그게 들어가면 오해를 받아서 위원장이 빠져나가(나간다)"라며 오 대표를 만류하는 대목이 나온다. 또한 '나랑 총재님(오성탁 대표)이랑 한 그 얘기'는 넣지 말라며, "그 얘기만 빼면 우리 정부랑 조국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성탁 : 여보세요.

임ㅇㅇ(해수부) : 네 총재님

오성탁 : 네 과장님. 아까 19층에 있다가 내려왔어요. 아니 그거는 어쨌든간에 과장님은 아무런 피해가 없잖아. 

임ㅇㅇ(해수부) : 아니, 그거는...

오성탁 : 아니, 왜냐면 나도 이걸 갖다가 이제 좀 해야지. 더군다나 이석태 위원장님도 사퇴 안하지. 이헌 부위원장님도 대국민사죄도 안하지. 그 사람들 끄덕도 안하지. 그럼 일단 이걸 갖다가 민원을 내 가지고 나는 할 수밖에 없다고.

임ㅇㅇ(해수부) : 아니, 하는데... 나랑 총재님이랑 한 그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오성탁 : 어떤 거? 어떤 얘기?

임ㅇㅇ(해수부) : 그니까 뭐, 내가 얘기해서 홍ㅇㅇ를 뭐 이렇게 고발했다 그 얘기만 빼면 돼.

오성탁 : 아, 그거만 빼라고?

임ㅇㅇ(해수부) : 그렇지. 그 얘기만 빼면 우리 정부랑 조국을 위하는 길이니까.

 

특조위를 비난해 온 보수 단체 대표와 특조위에 파견된 해수부 공무원이 결탁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특조위 활동 방해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발이 이뤄진 만큼 향후 검찰 조사에서 구체적인 수사가 이뤄질지 여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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