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랫 감독 경질' 클리블랜드의 자충수
[점프볼=양준민 인터넷기자] ‘자충수.’ 바둑에서 자충이 되는 수를 이르는 말로 ‘스스로 한 행동이 결국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우승을 향한 승부수였을까, 스스로를 옥죄는 자충수일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23일(한국시간) 데이비드 블랫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그에 따른 비판여론도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최근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2패), 샌안토니오 스퍼스(1패) 등 우승후보에게 연달아 패하긴 했지만, 동부 컨퍼런스 1위를 달리고 있는 클리블랜드의 블랫 감독 경질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라 경질 발표 직후 감독경력이 전무한 타이론 루를 신임감독으로 선임한다는 발표가 이어지면서 클리블랜드의 선택에 대한 물음표가 쏟아지고 있다(클리블랜드와 타이론 루는 3년 950만 달러에 계약).
이미 유럽무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블랫 前 감독은 지난 시즌 NBA 감독 데뷔 시즌에 클리블랜드를 NBA 파이널에 올려놓았다. 뿐만 아니라 2015-2016시즌에도 클리블랜드를 동부 컨퍼런스 1위(30승 11패)에 올려놓는 등 능력을 발휘해왔다. 실제 경질 전까지 블랫 前 감독은 통산 80승 43패(승률 65%)를 기록 중이었다.
설상가상 블랫 前 감독 경질에 팀 내 최고스타인 르브론 제임스가 관여했다는 ‘월권설’도 제기되고 있다. 클리블랜드의 팀 분위기는 당분간 최악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평소 강한 성격으로 유명한 블랫 前 감독은 클리블랜드 선수단에 유럽시절 운영방식을 강조, 선수들과 마찰을 빚곤 했다.
실제 르브론이 이번 시즌 경기 도중 블랫 前 감독의 지시에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우승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연이어 패하면서 블랫 前 감독의 입지도 크게 좁아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타이론 루의 감독 선임 역시 ‘르브론의 월권설’에 점점 더 힘을 싣고 있다. 평소 르브론은 루에게 사적인 비밀까지 털어놓는 등 신뢰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블랫 前 감독의 사령탑 임명 전부터 르브론이 감독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루머까지 돌면서 블랫 前 감독 경질 후폭풍은 쉽게 사그러들진 않을 전망이다.
이에 그렉 포포비치, 릭 칼라일 등 NBA의 명장들이 블랫 前 감독 경질에 대한 비판, 실망감을 표현하면서 비난여론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현재 NBA 코치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칼라일은 “NBA와 같은 리그에서 감독 경질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무엇보다 블랫 前 감독처럼 유능한 이가 경질되었다는 것은 매우 기이하고 허무한 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구단 내 블랫 前 감독 경질 관련 미팅이 소집되었을 당시 클리블랜드의 몇몇 선수들은 케빈 러브의 트레이드 관련 회의가 열리는 것이라고 추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팅 직후 블랫 前 감독의 경질이 이뤄졌고, 블랫 前 감독 역시 자신의 지인에게 자신의 입지가 불안하다는 얘기를 해온 터였다.
무엇보다 이 보도를 통해 러브의 입지 역시 불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그의 거취 또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러브는 지난 시즌 미네소타 팀버울스브에서 클리블랜드로 둥지를 옮겼지만, 팀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종목을 막론하고 슈퍼스타가 팀의 운영에 관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다.
아직 블랫 前 감독 경질에 대한 르브론의 월권행위는 사실 관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루머의 진실여부를 떠나 클리블랜드와 르브론은 NBA 우승보다 더 귀중한 가치,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 사진 NBA 미디어센트럴
2016-01-23 양준민(yang1264@hanmail.net)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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