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조차 '얼음장'..달동네의 고단한 '한파'

김종원 기자 2016. 1. 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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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강 한파가 유난히 더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탄으로 이 겨울을 나야 하는 달동네 빈곤층인데요, 유리창조차 없는 냉방에, 수도관까지 통째로 얼어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하얀 난방 연기를 뿜어내는 도심 아파트촌, 그 위쪽으로 70년대 풍경을 연상케 하는 달동네가 있습니다.

담장이 무너져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폐허, 이 집 연통에서 그런데 연기가 새어 나옵니다.

[계세요? 계세요?]

완전히 뚫려 버린 벽에는, 비닐 한 장을 늘어뜨려 놓은 게 전부입니다.

[문이 아예 없고 비닐을 커튼처럼 쳐서 막아놨습니다.]

이 비닐을 들춰보자 사람이 사는 방이 나옵니다.

[인근 주민 : (이 집에 사람이 사나요?) 살죠, 살아요. 사신다고. 가족이 사는 것 같아요. 이런 집 많아요. (그런데 문이랑 창이 다 비닐이어서요.) 추우니까. 돈 안 들이려고.]

얇은 나무문에 뻥 뚫린 창을 낡디 낡은 비닐로 겨우 막아놓은 이 집엔 84살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습니다.

열 화상 카메라로 할머니가 24시간 머무는 방을 촬영해 봤습니다.

할머니의 얼굴만 붉은색으로 표시될 뿐, 방 전체, 심지어 할머니가 덮고 있는 이불조차 차가운 파란색으로 표시됩니다.

이불의 표면온도는 7도, 살이 닿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갑습니다.

이곳은 집 안의 주방인데, 바깥과 온도가 거의 비슷해서 입에서 김이 날 정도로 굉장히 춥습니다.

수도관이 꽁꽁 얼어서 물이 전혀 나오지 않을뿐더러, 수도를 대신해서 쓰려고 받아 놓은 물까지 꽝꽝 얼어버렸습니다.

[곽 할머니/84세, 달동네 주민 : 발이 시려요. 이불이 이렇게 차가우니까. 없는 사람들은 겨울이 더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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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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