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투더88] 이정구 "'전격 Z작전' 인기? 매일같이 팬레터 박스"③

이우인 2016. 1. 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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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이우인 기자] 지난주 대단원의 막을 내린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응팔'의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는 198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1980년대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시절. 동네 이웃들이 골목의 평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아이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 TV 속 이야기 등을 꽃피우던 시절이 1980년대였다. 

'응팔'은 그리운 그 시절의 소품, 패션, 헤어스타일, 유행어, 만화, 역사적인 사건, 외화 등을 이야기 곳곳에 배치해 시청자들에게 1980년대의 감성을 선사했다. 이중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외화다. 1980년대는 지금처럼 채널이 다양하지 않았고,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넘치지 않았다. 외화는 TV의 8할을 채웠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성기를 누렸다. 

그리고 외화의 꽃은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성우들이었다. 성우들의 전성기를 의식한 듯 '응팔'에도 당시 인기였던 외화의 장면들이 등장하고, 외화 속 대사를 따라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자주 나와 추억을 자극했다. TV리포트는 '응팔'에 등장했던, '응팔'의 시대에 인기를 누렸던 외화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 3인방과 추억 이야기를 나눴다. 게재는 연령 순이다. [편집자 주] 

◆ "전격 Z작전 덕에 줄곧 주인공만" - 성우 이정구

'응팔' 4회에서 성균(김성균)의 네 식구는 미란(라미란)의 생일을 맞아 경양식집으로 외식을 하러 가기 위해 포니2에 올랐다. 성균은 포니2에 타기 직전 팔에 대고 "가자, 키트!"를 외쳤다. "가자, 키트!"는 인기 외화 '전격 Z작전'에서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데이비드 핫셀호프)가 자신의 슈퍼카 키트를 부를 때 말하는 대사로, 당시 유행어처럼 번졌다. 

'전격 Z작전'은 불의의 습격으로 죽음의 문턱에 선 형사 마이클 롱이 나이트 가(家) 박사의 도움으로 마이클 나이트라는 인물로 재탄생, 최첨단 자동차를 파트너 삼아 악을 소탕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부터 1987년까지 KBS 2TV를 통해 방영돼 큰 인기를 모았다. 데이비드 핫셀호프의 목소리는 성우 이정구가 연기했다. 

'전격 Z작전'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데이비드 핫셀호프의 가죽 패션, 스마트 워치, 헤어스타일, 슈퍼카 등을 이용한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데이비드 핫셀호프의 목소리를 연기한 이정구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매일 같이 전국에서 사과박스에 가득 담긴 팬 레터를 받았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집으로 전화도 자주 걸려왔다"고 그 당시 인기를 떠올렸다. 

이정구는 KBS 소속 성우에서 프리랜서로 막 활동하던 시기에 '전격 Z작전'을 만났다. 그는 "그 전에도 외화의 주인공을 도맡아 연기하긴 했는데, '전격 Z작전'을 통해 주인공으로 역할이 완전히 굳혀졌다"면서 '전격 Z작전'에 유독 고마움을 드러냈다. "데이비드 핫셀호프는 외모부터 바람둥이의 느낌이 있어요. 저는 그의 그런 매력을 살려서 건들거리면서 경쾌하게 표현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이정구가 '응팔'을 접한 건 다른 성우들과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그는 "'응팔'이란 드라마가 있다는 것도 모르다가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줘서 알았다. 성우들은 습관처럼 채널을 서핑하곤 하는데, 낯익은 모습이 나와서 깜짝 놀랐고, 즐거웠다"며 추억에 잠겼다. "가자, 키트!"를 목소리로 연기해 달라고 짓궂게 요청했더니 스마트워치에 대고 말하는 제스처도 해 보이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전격 Z작전'이 인기를 얻은 1980년대는 성우의 전성기였다. 이정구는 평범한 회사를 다니던 중 친구와 함께 성우 공채 시험을 봤고, 한 번에 붙으며 성우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목소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정작 나는 성우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성우 시험을 봤는데 덜컥 붙었다"고 말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우연히 시작한 성우 삶. 이정구는 타고난 좋은 목소리로 좋은 역할을 도맡아 할 수 있었다. "당시는 외국 드라마는 물론 외국 영화가 엄청난 인기여서 성우들이 무척 바빴죠. 저는 당시를 풍미한 브루스 윌리스, 리처드 기어, 해리슨 포드 등 명배우들의 목소리를 담당하다 보니 방송국들이 특선영화를 내보내는 명절엔 동시간에 제가 주인공으로 연기한 영화가 편성된 적도 있어요. 나중엔 방송국 간부들이 편성을 조정하기도 했죠.(웃음)"

이정구에게 '전격 Z작전'은 성우로서 출세작이어서 의미가 깊다. 그러나 이정구가 좋아하는 배우는 리처드 기어라고. 그는 "방송국 PD나 제작자들이 이정구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배우는 브루스 윌리스이지만 나는 리처드 기어를 좋아한다"면서 "그런데 브루스 윌리스와 리처드 기어가 동시에 등장한 영화가 나와서 난감한 적이 있었다"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저는 리처드 기어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정구가 아닌 브루스 윌리스는 안 된다고 해서 브루스 윌리스의 목소리를 맡게 됐죠.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이 영화가 방송이 되면서 다시 더빙을 했는데, 그때는 리처드 기어의 목소리를 맡았죠. 기분은 좋았지만 브루스 윌리스를 다른 성우가 연기하니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웃음)" 

성우의 전성기 시절을 이야기하던 이정구는 더빙 문화가 거의 사라진 현실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는 "나야 성우로서 전성기를 누려봐서 괜찮지만, 후배들은 안타깝다. 'X-파일'의 이규화가 성우 전성기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다. 그 이후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진 성우들이 배출되지 못 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정구는 끝으로, 더빙과 내레이션의 기회가 성우들에게 많이 주어지길 바라는가 하면 "요즘 연기의 벽이 많이 없어졌는데, 나 또한 배우로 활동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장광처럼 스크린에서 활동할 기회가 생긴다면 새롭게 도전하고 싶다"며 '멀티 성우'로서의 목표를 밝혔다. 

이정구 - 1952년생/ 1977년 KBS 15기 성우 / 대표작: '전격 Z작전' '블루문 특급' 'CSI 마이애미' 등 / 목소리 담당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대니얼 크레이그, 크리스토퍼 리브, 실베스터 스탤론, 데이비드 핫셀호프, 마이클 키턴, 발 킬머, 장 르노, 니콜라스 케이지, 리처드 기어, 와타나베 켄, 조지 클루니, 사카모토 류이치, 케빈 스페이시, 피어스 브로스넌, 폴 뉴먼, 앤디 가르시아, 클린트 이스트우드, 앨릭 볼드윈, 미키 루크, 장 클로드 반담, 제랄드 랑뱅, 티머시 달튼, 토마스 제인, 해리슨 포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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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 사진=이선화 기자, '전격 Z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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