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새겼던 '뭉치', 정현석 가슴에 새길 새 단어는?
[스포츠한국 서산=박대웅 기자] 2015시즌 한화의 '불꽃 투혼' 중심에는 바로 정현석(32)이 있었다. 그가 새로운 각오와 목표를 갖고 2016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정현석은 지난해 위암을 이겨내고 그라운드로 복귀해 수많은 야구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복귀 2경기 만에 팀의 5연패 탈출을 이끌어내는 멀티히트를 터뜨렸고, 8월28일에는 NC를 상대로 생애 첫 그랜드슬램을 폭발시키며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이후에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간 그는 결국 2015시즌 43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 12타점 20득점을 기록했고, 비록 팀이 가을 야구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와일드카드를 놓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승부를 이어가는데 큰 힘을 보탰다.
스프링캠프 합류를 목표로 서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정현석은 이같은 2015시즌을 되돌아보더니 "지난해에는 오직 복귀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어떤 야구 선수로 다시 태어날지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이제는 위암을 극복한 사나이를 넘어 야구 선수로서 더욱 인정받을 수 있는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정현석은 지난해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부분에 대해 "빨리 복귀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런 부분 때문이었다"고 운을 뗀 뒤 "비록 아팠던 것은 있지만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잊지 않고 야구 인생을 이어가는 동안 계속해서 희망을 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응원 메시지를 전하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함께 전했다.
특히 그는 복귀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나름의 성과를 냈던 것과 관련해 "야구장에 섰을 때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미련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설명하더니 연말 시상식장에서 재기상을 받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아닌 모두가 환영해주는 상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분이 좋았다. 많은 분들에게 환영을 받고 기다려준 사람이 있다는 자체에 감격했다"는 당시 감정을 허심탄회 털어놓았다.
정현석은 지난해 12월 대장암 진단을 받은 원종현과 조우한 부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인사를 한 뒤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하지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라는 말을 강조해줬다. 주변에서 아무리 천천히 하라고 이야기해도 당사자는 서두를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원종현 역시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무엇보다 한화 김성근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 그리고 수많은 팬들 역시 두 선수의 감동적인 맞대결에 관심을 드러냈던 점에 대해 "정말 설렐 것 같다.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나 역시 감동적이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 것 같다. 경기장에서 만나게 되면 그동안 수고했고, 환영한다는 말을 전해줄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서 대결에 임하도록 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현재 정현석은 캠프에서 모든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2015시즌 '복귀'라는 목표를 이뤄냈다면 이제는 야구 선수로서의 뚜렷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다시 한 번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 준비에 돌입한 것.
정현석은 "경쟁은 해마다 하는 일이다. 하지만 더욱 강해지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얼마나 일취월장 할 수 있느냐가 결국에는 더욱 중요하다"며 '야구를 가장 잘하는 방법'을 통해 팀에 보탬에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정현석이 암과 투병을 하는 동안 동료들은 모자에 그의 별명인 '뭉치'라는 글을 새기고 지옥 훈련에 임했다. 그로부터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한 정현석은 당시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은 전한 뒤 "올해는 내 가슴에 '즐거움'이라는 단어를 새기고 싶다.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어렵게 찾아온 순간인 만큼 언제나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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