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 서명운동]"청와대 눈 밖에 나면 큰일"..서명 확산 '충성 경쟁'
[경향신문] ㆍ재계 “정부의 비리 척결·구조조정 엄포…참여 안 할 수 없어”
ㆍ양대 노총 “노동개악 요구…거짓 문구 가득” 서명 중단 요청
박근혜 대통령이 단초를 제공한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서명운동’이 경제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개적으로 서명운동 동참 의사를 밝히는 기업과 단체들이 늘고 있다. 서명운동이 청와대를 향한 ‘충성 경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LG그룹은 21일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 임직원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 등에 개설된 서명란에 접속해서 서명에 참여할 예정이다. LG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서명참여 방법도 안내 중이다.
지난 20일 삼성그룹 사장단이 서명운동에 참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서명운동은 경제산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하루에만 정유업체의 모임인 한국석유협회, 해운업체의 모임인 한국선주협회 등 10여개 해운항만단체, 자동차부품업체 모임인 자동차산업협동조합 등이 공개 간담회를 열거나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 동참을 선언했다. 현대차, SK, 롯데, GS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 대부분도 각 계열사가 속해 있는 이익단체들을 통해 사실상 서명운동에 합류한 상태다.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오전 11시 기준 온라인 서명자 수가 11만3500명으로 집계됐다”며 “서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일반 시민들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명에 참여한 기업과 단체들은 한결같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며 자발적인 참여임을 강조했다. 야권과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관제 서명’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재계 내부에선 서명운동 확산이 ‘청와대 눈치보기’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 정부 차원의 비리 척결이나 기업 구조조정 등 대형 이슈가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며 “서명운동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청와대 눈밖에 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데 참여 안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회원사에 서명운동 참여 공문을 보내 구설에 오른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만 해도 금융당국의 규제를 많이 받는 이익단체들이다.
마지못해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 기업 사옥에 별도의 서명운동 부스가 마련된 곳은 현재까지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도다.
기업 대부분은 온라인을 통한 서명을 안내하거나, 대표성을 가진 산별 협회나 단체에 서명운동을 일임하고 있다. 노조와의 마찰을 우려해 현장 부스 설치 자체를 꺼리는 기업들도 있다.
양대 노총은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에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을 요구하는 서명에 기업 경영자들이 앞장서고 있는 꼴”이라며 “정부는 노동개악 강행을 위한 여론조작을 중단하고, 당장 행정지침을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재계가 추진하고 있는 서명운동지에는 노동자를 속이는 거짓 선전문구가 가득하다”며 “관제 서명에 대해 사업장별로 즉각 중단을 요청하고 단호히 거부할 것을 산하 조직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송진식·김지환·이성희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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