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기일 "사실 김호남 떠나고 많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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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광주는 이름에 빛(光)을 담고 있는 도시다. 엠블럼에 새겨진 ‘불새’처럼, 2015시즌 광주FC도 화려한 빛을 발했다. 저돌적인 공격 축구로 K리그 클래식 무대로 승격한 뒤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존재감을 알렸다.
불꽃은 오래가지 않았다. 얇은 스쿼드,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로 인해 홈 경기를 쓰지 못하고, 오랜 기간 원정 경기를 다녀야 했다. 광주축구의 발목을 잡은 장애물이 많았다.
광주는 2013시즌 승강제 실시 이후 잔류에 성공한 첫 번째 승격팀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그 동안 클래식에 올라왔던 팀들 모두 한 시즌 만에 챌린지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열매는 광주에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겼다. 잔류를 이끈 핵심 선수들이 주목 받으며 이적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6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남기일 광주 감독은 잔류의 공신들을 잃었다. 김호남은 제주유나이티드로, 임선영, 안영규, 정준영, 제종현 등은 군문제로 팀을 떠났다. 더 어려운 미션을 받았다. 그러나 미션을 뛰어넘는 더 큰 목표를 그리고 있다.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길, 인천국제공항에서 남 감독을 만나 2016시즌 구상을 들었다.
#1. 이별: “김호남이 떠나고 사실 혼자 많이 울었다.”
- 올 시즌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갔다.
지난 시즌 초반에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잔류하거나, 성적이 잘 나게 되면 선수들도 이적하고 싶어할 것이고, 군대를 가야 하는 선수도 있었다. 선수들이 많이 나갈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가게 되면 어떻게 수급할지, 어떤 선수를 영입할지 생각해왔다. 더 좋은 팀에 가고 싶다고 하는 것은 선수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나 역시 구단과 얘기만 잘 되면 언제든 보내줄 생각 갖고 있다. 감독을 하면서 선수가 떠나는 것은 당연히 겪어야 하는 부분이다.
- 출국 현장에 이찬동 선수가 있더라. 남기로 한 것인가?
이찬동은 연장 계약을 했다. 흔들리긴 했다고 하더라. 여기서 1년 더 하고 가도 충분히 입지를 유지할 수 있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더 좋게 가면 구단도 선수도 좋은 것이다. 아직도 떠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 김호남은 광주의 상징적 선수였는데 떠났다.
예전에는 프랜차이즈 선수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 본인도 좋고, 팀도 잘 알릴 수있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신경을 썼다. 그러나 크게 보면 일단 구단의 목표는 어떻게든 1부에 살아남는 것이다. 선수 한 명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좋은 팀을 가겠다는 선수를 막을 수도 없다. 요즘 추세를 보면 프랜차이즈 스타가 사라지고 있다.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 김호남이 가고 나서 조금 마음 안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겉으로는 표현 하지 않았지만 혼자 많이 울기도 했다. 혼자 삭혔다. 어려운 시간을 지나 그런 위치에 오게 되면 당연히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우리는 또 키워서 다시 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스타도 키워야 하지만, 우리 구단은 계속 좋은 선수를 찾고, 키워서 시장에 보내면서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 잔류를 일찍 결정했기 때문에 선수 영입에 빠르게 착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미래는 신인 선수에 달려 있다. 나도 보고, 스카우트, 단장님 모두 열심히 찾았다. 일찌감치 좋은 선수를 영입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그래도 주축이 될 수 있는 기존 선수들이 남아있다. 영입 선수와 조화를 잘 이루면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 시즌은 초반에 돌풍을 일으켰으나 뒷심이 아쉬웠다.
승격 후 분위기가 좋았고, 그 분위기를 그대로 탔다. 사실 초반에 많은 승점을 얻고 싶었고, 그게 잘 됐다. 유지하기에는 우리 스쿼드로 어려움이 있었다. 후반전에 들어가는 선수나 리저브 선수들이 잘해줘야 가능하다. 그 정도까지 되기에는 문제가 있더라. 지난 시즌 내 수첩에 가장 많이 적힌 것은 선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상 선수도 많이 나왔다.
나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분을 머리 속에 기억하고 있다.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유지를 위해 신인 선수를 많이 영입했다. 우리 조직 안에서 끌어낼 수 있는 선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경험 있는 선수와 조화를 잘 이르면 올 시즌에는 잔류가 아니라 1부에 안착하는 팀이 될 수 있다.
- 그래서 체력을 더 강조하는 것인가? 예산 규모는 작지만 길레미 혼돈 피지컬 코치 영입에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
우리 팀의 조직력 만큼은 다른 상위 팀과 견줄 수 있을 정도다. 월등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분위기와 조직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피지컬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길레미 혼돈 코치를 뽑았고, 그부분에서 잘됐다. 시즌 초반 흐름을 타면서 광주라는 팀을 알릴 수 있었다. 승격한 팀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올 시즌에는 1부에 안착을 해야 한다. 그 부분 역시 피지컬 코치가 만들어줘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새로 영입한 정조국 선수는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 끌어올리기 위해 길레미 코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 시즌에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2. 만남: 정조국 영입을 통해 기대하는 것
- 영입한 선수들을 보면 공격 성향의 선수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가능성 있는 선수 데려왔다. 정조국 같은 경우 우리 팀에 확실한 스트라이커, 골 넣을 수 있는 선수가 없어서 영입했다. 김민혁은 미드필더 임선영이 나가는 공백이 클 거라 생각되어 그 자리에 뛸 수 있는 선수다. 차근차근 키워가면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성준도 같은 역할이다. 볼란치를 보는 이찬동의 자리에 김정현을 데려왔다. 선수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조직력 면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최대한 작년보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고 싶다.
- 정조국은 지난 시즌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동국 같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부활이 가능할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실력에 대해선 의심할 수 없는 선수다. 지난 해 경기에 많이 못 나와서 경기 감각이나 득점 감각이 조금 떨어졌다. 이런 부분은 컨디션에 좌우된다. 우리 팀에 피지컬 코치가 있고 나도 도울 것이다. 2차 태국 전훈에서 최대한 끌어내면 과거에 발휘했던 플레이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린 선수들을 앞에서부터 끌어줄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이다. 뒤에는 베테랑 이종민이 있다. 정조국까지 오면서 조금 더 팀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 정조국 영입도 그렇고 신인 선수의 경우에도 연령별 대표를 지낸 선수가 많다. 전보다 팀에 이름값 있는 선수가 늘었다.
팀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름 있는 선수가 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수들이 모여서 내는 시너지 효과로 팀 자체를 알리는 것이다. 정조국은 이름 있는 선수다. 선수들이 많이 빠진 상황에서 팀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 팀 사기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부분에도 신경을 쓴 영입이다. 이제 잔류를 걱정하는 팀이 아니라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는 팀이 되겠다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3. 목표: 더 큰 빛, 오래가는 불꽃을 꿈꾼다
- 올 시즌 목표치는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지금 현 상황에서는 미래를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순위싸움도 알 수 없는 분위기 아닌가? 내 바람은 잔류를 일찍 확정하고 상위 스플릿 A그룹을 노려보고 싶다. 경기력도 보이고 결과도 가져오는 팀을 만들고 싶다. 1부로 승격하고 나서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었다. “잔류를 확실하게 하고 나면 AFC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려 보겠다. 모든 선수들이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3년 안에 그런 팀을 만들고 싶다.” 계속해서 선수들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는 게 감독 역할이다. 나도 우리 선수들도 부족한 점은 있지만 계속 발전하고 목표를 높여가야 한다.
- 전남드래곤즈에서 이정효 수석코치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에는 나와 피지컬 코치로 운영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혼자 고민하던 부분을 분담할 생각이다. 특히 수비적인 부분에사 조직 훈련을 맡아줄 수 있다. 전남에 양해를 구하고 영입했다. 수비적인 부분에서 우리 선수들이 아직 2부리그 시절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면이 있다. 그런 부분에 수비와 골키퍼에서 모두 나왔다. 그런 모습으로 실점한 상황이 굉장히 많았다. 이런 모습과 실수를 줄인다면 팀이 더 좋아질 것이다.
- 수비 라인 자체에 선수 변화가 크다.
새로 영입한 김진환 선수를 제외하면 우리 중앙 수비수들의 키가 작은 편이다. 작년에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이다. 수비 라인은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았다. 외국인 선수 한 명을 더 데려올지 말지가 문제다. 높이가 있는 선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 부분이 보완되면 이정효 코치가 조직적으로 잘 가르쳐줄 것으로 본다.
- 아직 외국인 선수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어떤 선수를 찾고 있나?
개인 플레이보다 팀으로 들어오길 원한다. 팀 플레이가 안되면 당장 한 경기는 몰라도 더 길게 다음 경기를 기대할 수 없다. 팀 플레이를 잘할 수 있는 선수 뽑고 싶고, 기다리고 있다. K리그는 큰 선수, 입증이 된 선수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곳이다. 어느 정도 이력을 갖춘 선수가 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 이정효 코치가 오면서 공격적인 부분에 더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
지난 겨울에 포르투갈에 다녀오면서 내가 더 디테일한 부분까지 선수들에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전술적인 부분이나 개인적인 부분 모두 더 발전시켜야 한다. 팀의 전체적인 틀을 가져가는 것도 있지만, 선수 개개인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발전시켜줘야 한다. 선수마다 한 두 가지만 발전해도 팀이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다. 내가 더 노력해서 선수들을 발전시켜야 한다. 감독의 역할은 팀 성적을 내는 것이지만, 선수들이 어느 팀을 가도 살아남을 수 있게끔 만들겠다.
- 올 시즌 감독 남기일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지난 시즌 우리팀은 불꽃처럼 화려하게, 잠깐 동안 반짝인 팀이다. 이를 통해 광주라는 팀의 존재만 알렸다. 올해는 꾸준하게, 많은 분들에게 광주라는 팀이 계속 빛나고 있고, 그 빛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광주라는 빛의 밝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으로 다가가고,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는 감독이 끝날 때까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진=풋볼리스트, 광주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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