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바닥에 이란 호재까지..정유업계 '화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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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가 우려하던 ‘겨울 폭풍’은 없었다. 2014년 국제유가 급락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정유업계가 이번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국제유가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2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1.36달러 떨어진 배럴당 23.36달러로 2003년 5월 8일(23.31달러) 이후 1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1.91달러 내린 배럴당 26.55달러,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0.88달러 하락한 배럴당 27.88달러로 일제히 하락세를 이어갔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 경제제재 해제로 추가적인 공급확대 요인이 발생한데다,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 등 수요 측면에서의 악재까지 더해지며 국제유가가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유가 하락세는 국내 정유업체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체들은 2014년만 해도 국제유가 급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의 유가 하락세는 수익 확보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똑같은 유가 하락 상황에서도 정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이유는 등락폭과 속도에 따라 ‘재고손실’과 ‘정제마진’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급락할 경우 재고손실로 수익이 악화되지만, 지금처럼 완만하고 지속적인 저유가 상황은 정제마진 확대로 이어져 수익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2014년의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과거 고유가 시절 구매해 비축해 놓았던 재고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과거 100원에 사놓았던 원료 가격이 50원으로 하락했으니 이걸로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 팔아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 하락은 수요 확대와 메이저 석유업체들의 공급 축소로 오히려 국내 정유업체들에게는 호재가 된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가 늘어나게 되는데, 메이저 정유사(자체적으로 원유 수급이 가능한)들의 경우 투자를 줄이고 정유공장 신증설을 연기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면서 “이는 다시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국내 정유업체들의 경우 원유 가격은 낮은데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니 정제마진이 좋아져 수익성 확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경제제재 해제 역시 원유 공급선 다변화 측면에서 정유업계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본격화되면 이란산 원유를 직접 수입하지 않더라도 기존 OPEC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에 정유사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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