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트라이크 판정도 컴퓨터로 할 때가 됐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2016. 1. 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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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경기에서 다저스의 존 매팅리 감독이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메이저리그는 2014시즌부터 ‘비디오 판독’ 제도를 도입했다. 아웃·세이프 상황을 기준으로 심판 판정의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 KBO리그 역시 중계방송 화면을 통해 2014시즌 중반부터 심판합의 판정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해서는 비디오 판독 및 합의 판정이 요구되지 않는다. ‘야구의 고유영역’이자 ‘야구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과학의 역사에서 기술의 발전은 제도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스트라이크·볼 판정 역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ESPN은 20일 “이제 스트라이크·볼 판정도 컴퓨터로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성적 예측 시스템 Zips로 유명한 댄 짐보르스키는 특별기고를 통해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정확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장애물은 사라졌다. 투구궤적추적시스템 등 기술의 발전으로 엄밀한 스트라이크 존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릴리스 포인트 높이, 공의 상하 좌우 변화를 시작부터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갖춰졌다. 메이저리그가 2015시즌 부터 도입한 스탯캐스트 시스템은 투구 뿐만 아니라 타구의 움직임도 정밀하게 추적해 계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짐보르스키는 “주심의 역할 축소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주심은 스트라이크·볼 판정 말고도 판정해야 할 많은 것들이 경기 중 벌어진다”고 말했다. 오히려 스트라이크·볼 판정에서 자유로워짐으로써 스윙 여부, 투수 보크 등 다른 부분을 더욱 엄밀하게 판정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스포츠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짐보르스키는 “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모두가 같은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한다는 것”이라며 “심판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메이저리그 심판들은 판정에 있어서 심리적 편향을 드러낸다. 팬그래프닷컴이 2012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주심들은 볼카운트 3B(볼) 0S(스트라이크)에서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고, 0B 2S에서는 스트라이크존이 무척 좁아졌다. 볼넷이나 삼진에 대한 결정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편향 때문이다.

공 1개에 따라 타자들의 성적은 급격하게 바뀐다. 2015시즌 기준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볼카운트 2B 1S 상황에서 OPS 0.873을 기록한 반면 1S 2B에서는 0.423으로 뚝 떨어졌다. 리그 MVP급 타자가 마이너리그 타자 수준으로 변할 수 있는 기록이다. 심리적 편향에 휘둘리는 심판의 판정 하나가 야구라는 종목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 판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반론도 없지 않다. 책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는 ‘심판의 존이 다르다 하더라도 그 심판들의 판정이 메이저리그 시즌 평균 타율을 2할5푼~2할7푼 사이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왔다’며 ‘그 기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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