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죽여라"..테러 맞서 기독교인 지킨 무슬림 끝내 사망(종합)
케냐서 총상으로 한달만에…"우리가 기독교인 돌봐야 기독교인도 우리 돌본다"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에서 버스를 납치해 기독교인들만 골라내 살해하려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우리도 죽여라"고 외치며 용감히 맞선 무슬림 시민이 부상 한 달여 만에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더 스탠더드와 영국 BBC에 따르면 케냐 북부 만데라에서 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던 살라 파라는 전날 수도 나이로비의 병원에서 총상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을 거뒀다.
무슬림인 파라는 지난달 21일 수도 나이로비에서 소말리아 접경 도시인 만데라로 향하던 시외버스를 타고 있었다.
엘와크 마을 인근에서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버스를 장악하고 60여 명의 승객을 내리게 하더니 무슬림만 버스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알샤바브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지만, 최근에는 일부 분파가 알카에다의 라이벌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단체다.
알샤바브는 지난 4월 148명의 인명 피해를 낸 가리사대학 테러 때도 기독교인을 골라내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는 기독교인들만 가려내 살해하려던 이들 괴한에게 맞서 다른 무슬림 승객 몇 명과 함께 "기독교인을 죽이려면 우리 모두 죽여라"고 외쳤다.
괴한들은 시간이 지체될 것을 우려해 도주하려던 승객 2명을 사살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파라의 행동이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은 셈이다.
앞서 괴한들이 버스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버스에 총격을 가하는 바람에 파라를 포함해 3명의 승객이 부상했다.
손과 엉덩이에 총을 맞은 파라는 이튿날 나이로비의 케냐타 국립병원으로 이송돼 지금까지 치료를 받아오다가 이날 의로운 생을 마감했다.
다섯 자녀의 아버지인 파라는 이달 초 병상에서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사람들은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며 "우리는 형제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종교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슬림 형제들에게 부탁하건대, 기독교인들을 잘 돌봐줘라. 그래야 기독교인들도 우리를 잘 돌볼 것이다. 서로 돕고 더불어 평화롭게 살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시신은 19일 케냐 경찰이 제공한 특별기 편으로 고향인 북부 만데라로 운구됐다.
조지프 보이네트 케냐 경찰청장은 파라가 진정한 영웅이었다며 최고의 예우를 갖춰 장례를 치뤄달라고 당부했다.
airtech-ken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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