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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6 트렌드 키워드 ‘취향 비즈니스’ 서점가 최신 트렌드 분석서 해부하기

박찬은 기자
입력 : 
2016-01-20 10: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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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도 타종 소리도 귀에 안 들어오던 혼돈의 연말을 지나 2016년이 밝았다. 연초 마케팅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는 김과장이나 소비자 분석에 나서야 하는 김대리는 머리가 아프다. 올해도 한 해의 파고를 넘기 위한 트렌드 리포트가 서점가에 즐비하게 쌓여 있다. 안구건조증에도 불구, 수백 페이지짜리 최신 트렌드 서적 7종을 독파한 뒤 키워드를 뽑아냈으니 따로 오려 활용해도 좋겠다. 하지만 명심하자. 트렌드 분석서 역시 예언서가 아닌 ‘관찰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취향의 시대에 대접받는 덕후·에지 스몰족·웰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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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트렌드 2016>(그들의 은밀한 취향) 김용섭 저/㈜부키 펴냄
10년 전부터 조 말론 향수를 뿌렸는데, 옆집 영희도 쓴다니 이제 쓰기가 싫어졌다. 큰 맘 먹고 장만한 래쉬가드도 서핑 해변에서 자주 보도되면서는 구석에 처박아놨다. 세리CEO, 삼성전자, 현대, 한화 등 주요 대기업에서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해온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이제는 ‘로고’가 적힌 명품 대신 패션 소품이나 홈 퍼니싱 등 작지만 ‘가치 만족’을 위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웰빙’을 넘은 ‘웰족’과 함께 슬로시티, 슬로패션, 슬로푸드 등 ‘슬로족’ 역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며, 앞으로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가치를 찾는 ‘에지 스물족’이 트렌드를 이끌 것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세상에선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을 만들어 인터넷과 모바일, 자동차 등 A부터 Z까지 모두 장악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구글을 시작으로 ‘기-승-전-플랫폼’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또 향후에는 덕후가 ‘테이스테셔널(Tastessional: Taste+Professional)’ 즉 전문가가 되어 하나의 산업을 키우는 콘텐츠 생산자가 될 전망. ‘친목’이나 ‘네트워킹’을 넘어 ‘취미’에 초점을 둔 커뮤니티가 인기를 끄는 것은 <미움받을 용기> 흥행에서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저성장 기조를 넘기 위한 전 세계 트렌드 분석가들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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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6 빅이슈 트렌드> <트렌즈Trends>지 특별취재팀 저/권춘오 역/일상과이상 펴냄
크라우드 펀딩, 3D 프린팅을 넘은 4D프린팅, 인공지능 로봇과 로봇 슈트, 자율비행 드론과 프로슈머, 1인 가구. 한치 앞도 안 보이는 게 세상 일이긴 하지만 백악관과 구글, 알리바바, CIA, 애플 등이 주목한다는 빅 이슈 트렌드는 모두들 궁금하긴 매한가지다. “앞으로 3년 후까지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이지만 중국 등 신흥국들의 경제성장률은 하락할 것이며 특히 한국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밝힌 IMF의 예언은 일단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는 인공지능 로봇이 산업현장에 많이 이용된다. 교육과 의료, 예술, 미디어, 엔지니어링, 고위 경영자, 재무 분야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10년 내에 제품 생산 및 물류 업무 외에 행정 지원, 회계직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 <트렌즈Trends>지 특별취재팀의 분석이다. 이들은 3D에 시간에 따라 물리적 생물학적 모양과 특성이 바뀌는 1D를 더한 4D 프린팅이 이슈가 되고, 3D 프린터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대중화로 올해부터 10년 후까지 ‘프로슈머(prosumer: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 것이라고도 예상하고 있다. 장기적 인사이트가 필요한 기업 CEO나 헤드에게 요긴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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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개국 무역투자공사 주재원이 파악한 숨은 해외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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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그로 만든 스모그 프리 큐브(좌) &copy;Daan Roosegaarde, 폐타이어로 만든 스피커(우) &copy;S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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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한국이 열광할 12가지 트렌드>(KOTRA 전 세계 주재원이 취재한 세계의 지금 그리고 기회) KOTRA 저/알키 펴냄
전 세계 85개국에 파견된 수백 명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주재원이 파악한 <2016 한국이 열광할 12가지 트렌드>는 얼핏 엉뚱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과일을 으깨고 삶은 다음 얇게 펴서 말리는 것을 반복해 만든 가죽 원단이 과연 더 이상 썩지 않으며 벌레도 꼬이지 않을까? 하지만 탁 트인 배 위에서 사우나를 즐기는 캐나다의 선상 사우나, 유명 셰프의 양념과 손질된 식재료, 레시피까지 고객에게 배달, 바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뉴욕의 ‘블루 에이프런’은 체험 욕구를 자극한다. 엄숙해야 할 박물관에서 디제잉 음악과 맥주, 춤을 즐길 수 있는 ‘뮤지엄 나이트’와 함께 구형 트램을 개조해 이탈리아 코스 요리를 먹으며 움직이는 레스토랑 트램은 또 어떻고.

▶플랜A, B 안될 때 플랜Z로 ‘있어빌리티’ 잔고가 0원이라도 삶은 우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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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전망한 올해 대한민국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구름다리를 잡고 침체의 강을 건너는 ‘멍키 바(MONKEY BAR)’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명품을 사는 샘플세일이나 리퍼브 제품, 앱테크 등 ‘우아한 서바이벌’에 나서고 브랜드보다 가성비에 따른 ‘있어빌리티(있어 보이게 만드는 능력)’를 유지하는 전략을 쓸것이라는 것. 엄마들이 SNS로 공유한 체계적인 육아법으로 아이를 한층 한층 단계별 건축 공정과 같이 키우는 ‘아키텍 키즈’,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속 가능한 삶의 양식을 고민하며 ‘미래형 자급자족’과 싼 티 나는 B급 정서와 키치적 재미로 인한 ‘원초적 본능’이 대두될 예정이다. 경박하고 부조화를 이루는 솔직함, 때론 하드코어적 잔인함을 지닌 콘텐츠는 단순한 키치적 유행이 아닌, 저성장에 따른 좌절감과 이에 대한 반발로서의 성격을 드러낸다. 인맥보다는 취향에 초점을 둔 ‘취향공동체’의 난립, 관계중심형 SNS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취향중심형 SNS로 선회해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는 것도 타 분석서들과 공통점이다. 관심사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앱’ 빙글’이나 네이버 태그검색, 카카오 ‘#’검색 역시 이를 드러낸다. Business ▶‘기-승-전-플랫폼’-O2O(Offline to Online) 컨시어지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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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카카오 택시, &copy;중고 컨시어지 서비스 ‘셀잇’
중고 전자 기기 직거래의 경우 ‘먹튀’나 ‘제품 하자’ 등 사기거래의 위험성이 농후했다. ‘사기거래 0% 중고거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중고거래 컨시어지 서비스 ‘셀잇’은 물건을 판매하고자 하는 이에게 구입해서 다시 구매자에게 판매한다. 일반 중고 숍에 비해 가격은 조금 높을 수 있으나 기존의 흥정과 택배 직거래의 위험성이 없다. 카카오택시, 쿠팡, 야놀자, 셀잇에 이르기까지 O2O서비스는 생활 깊숙이 들어와있다. 콜택시나 숙박앱 말고도 세차, 세탁, 차 수리, 뷰티, 구두수선에 이르기까지 확장일로다. 앱을 통해 콜택시를 부르는 서비스로 전 세계를 뒤흔든 우버는 차량 공유를 기반으로 뉴욕에서 디자이너 슈트를 배달하는 등 컨시어지 이코노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뉴욕, 토론토, 바르셀로나 등에서 10분 안에 음식을 배달하는 ‘우버이츠(Uber Eats)’, 유기농 음식을 배달하는 ‘우버 프레시(Uber Fresh)’, 생필품을 사주는 ‘우버 코너스토어(Uber Cornerstore)’, 자전거 택배 서비스 ‘우버 러시(Uber Rush)’ 등은 ‘기-승-전-플랫폼’의 시대를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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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5000만원으로 최다 금액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받은 투자받은 영화<귀향>, 최근 36억원을 투자받은 게임전문MCN 콘텐츠업체 "콩두컴퍼니"의 월별View는 1억개 이상이다.
▶주목 받는 한국 스타트업 구글 캠퍼스 서울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지난 5월 서울에 들어섰다. 지난해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투자한 10억 달러(1조원)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투자금액이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팁스타운’이 역삼동에 생겨났고, 케이글로벌 프로젝트도 열렸다. 전국 17개 지역에 들어선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어떤 도움을 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크라우드 펀딩의 지속

대중(crowd)에게 소규모로 투자를 받는 크라우드 펀딩. ‘신기술을 이용한 간편식 랩노쉬’ 등에 투자해 1억원 공모에 성공한 와디즈 같은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산업은 2016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에선 1억원 투자 받은 것도 대단한 뉴스가 되지만 해외에서는 100억원 정도의 펀딩이 성사되는 사례도 많다.



IT 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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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안의 은행’ 모바일 뱅크 카카오 페이, 삼성 페이, 애플 페이 등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본격화된 지난해는 카카오 뱅크, K뱅크의 인터넷 전문 은행까지 설립됐다. 수십 개의 대기업과 유통기업이 핀테크에 뛰어든 만큼 ‘돈 쓰기’에 대한 간편함은 더해지는 상황.

▶가상현실(VR) 뉴스 시대

<뉴욕타임스>가 2015년 11월5일 가상현실 뉴스를 시작했다. NYT VR앱을 깐뒤 스마트폰을 구글 카드보드에 끼우면 곧바로 사고현장의 폭발음이 들린다. 프로농구나 대선후보 토론을 가상현실 방송으로 진행한 구글은 지난해 11월 유튜브 모바일 앱에 ‘VR보기’를 덧붙였다. 카드보드 카메라로 한국의 내 방 책상에서 안경만 썼는데, 패션위크 프론트 로에 앉아 시즌 쇼를 보거나, 쿠튀르의 백 스테이지를 구경할 수 있다면? 레베카밍코프와 러시아 패션위크는 지난해 가상현실 체험기계로 컬렉션을 공개했고, 디올 쿠튀르는 가상 현실 플랫폼으로 백스테이지를 공개했다. 예술의 전당 전시회에서 스페인에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과 그 주변 정경을 가상현실로 볼 때만 해도 ‘이게 될까’ 했는데, VR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와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신차 발표회에서 가만히 서 있는 채로 시범 운행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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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출시예정인 구글의 무인자동차, 주택임대를 상담하는 소프트뱅크의 ‘페퍼’ 로봇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 무인자동차·드론 올초에 열린 CES(국제전자제품 박람회)에서 단연 화젯거리는 ‘드론’과 ‘로봇’이었다. 군사, 취미, 보안, 방송 등 두루 성장 가능성이 큰 드론의 경우 취미활동을 벌이는 개인에 기업에 이르기까지 2016년의 가장 핫한 아이템이 될 예정이다. 공상과학영화에만 등장하리라 생각했던 ‘무인자동차’가 지난해 한국 도로를 질주했다. 올해엔 현대와 기아에서 하이브리드 전용모델을 출시할 예정. 이전보다 전기 사용량을 월등히 높였으며, ‘배출가스’ 조작 논란으로 이슈가 된 폭스바겐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쏟아낼 전망이다.

<할매네 로봇> <로봇, 소리> 등 로봇이 예능과 영화에 스며든 작년에 이어 올해는 로봇이 좀 더 대중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세계 재난 로봇 경진대회가 열린 데 이어, 소프트뱅크의 감정 인식 로봇 페퍼의 경우 예약 판매 1분만에 초판 1000대가 매진됐다. 와 <포브스>에는 로봇이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스포츠와 재난 기사를 이미 작성 중이고, 한화는 로봇 방위산업에 나섰다. 삼성은 지난해 3D프린팅, 드론, 로봇, 가상현실, 무인자동차 등을 개발하는 제품혁신팀을 새로 구성했다. 구글 글래스, 무인 자동차 등을 개발한 구글X를 벤치마킹한 걸까? 무인 자동차 시장을 눈여겨 보는 것은 구글만이 아니다. 애플과 테슬라도 있다. 우버 역시 카네기 멜론 대학의 로봇 연구학자들을 대거 영입하지 않았는가. 20년 내에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진다는데, 과연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을까? ▶‘취향 저격’ 위한 넷플릭스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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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미국 시청자 36%가 쓴다는 넷플릭스는 ‘모바일+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라는 취향 저격 내공을 지녔다. 그 총탄은 바로 ‘데이터’. 사용자들이 무슨 영화를 보고, 중간에 보다 만 영화는 무엇인지, 평점은 어떤지 등 취향을 파악하고 로그인 즉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 여기에 페이스북, 미어캣, 스냅챗 등 SNS가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70억개의 트루먼 쇼가 시작될 전망이다. 텔레비전부터 태블릿, 스마트폰까지 모두 장착된 고해상도 디바이스를 따라 고화질 영상이 실시간으로 업로드되는 시대, 그러나 장밋빛 미래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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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앱, ‘자동 친추’ 막는 ‘6PM’앱
▶SNS 시대의 익명성 지켜주는 호위무사 앱들 이직과 회사 뒷담화를 ‘블라인드’ 앱에서 즐긴다. ‘전 여친 빠이염’ ‘김부장 보거라, 보든 말든 니 전화 받기 싫어서 이거 쓴다’ ‘영업사원에게 퇴근의 의미를 알려주시네요’ 평이 뜨거운 ‘6pm’(온라인에서도 퇴근을) 애플리케이션은 업무 연락처를 저장할 때 상대가 SNS와 메신저에 자동 친구 등록돼 생기는 불편함을 보안 연락처와 일반 연락처 2개로 저장돼, SNS 앱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한다. 연락처를 저장하면 개인적인 SNS까지 추천 친구나 카톡 친구로 뜨는 것을 자동으로 일요일, 혹은 오전 8시부터 오는 홍보 회사의 문자 때문에 차단시킨 적이 몇 번 있다. ‘6PM’은 9시부터 7시까지 직장인으로서의 살다가, 퇴근 후에는 모든 것에서 해방되고 싶은 소비자를 노렸다. ‘카톡에 보고 싶지 않은 공적인 관계의 사람들을 정리할 때, 퇴근 후나 주말에도 온라인을 통해서 계속되는 일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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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인사동의 슬로푸드 레스토랑 ‘꽃, 밥에 피다’
▶웰족(Well族) 지난 1월8일 웰다잉법(well-dying)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직 민감한 부분의 처리가 많이 남았지만 이제는 산소호흡기에 연명하지 않고 존엄사를 택할 수 있게 됐다. 웰빙-로하스-힐링을 거친 트렌드 코드가 ‘‘웰족’에 안착했다. 안티에이징이 아닌 ‘웰에이징’, 유기농 로컬 제철 건강 음식을 먹는 ‘웰이팅’, 불황의 시대에 모든 것을 잘 내려놓는 법에 대한 ‘웰다운’, 죽음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웰다잉’까지 자연의 진리에 순응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일컫는다.

▶멀티-헬스코치

이미 애플워치나 샤오미 밴드로 걷는 양이나 심박수를 체크하는 것은 일과가 된 지금, 헬스코치 열풍은 2016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핏비트나 애플워치와 연동해 수면패턴 등을 기록하는 등 여러 가지 운동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디바이스가 개발돼 내 손 안의 헬스코치 시대는 계속될 예정.

▶슬로족(Slow族)

적당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생산자에게 합당한 노동환경을 제공하는 공정무역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제값을 주고 쓰는 사람들을 말한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유기농 먹거리, 지역 로컬 푸드, 도시농업 역시 슬로 트렌드 중 하나다. 조금 불편해도 아날로그를 택하며 일상의 속도를 줄여나가는 이들은 도시양봉이나 옥상 텃밭 재배에 나서기도 한다. 사회의 빠른 속도에 맞춘 정상적 프로세스-결혼과 내 집 마련-에 대한 생각도 스몰웨딩, 협소주택이나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셰어하우스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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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먹거리 큐레이션 있으나 마나한 ‘식품완전표시제’와 식용 GMO수입량 1위 국가 한국에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비타민 파괴를 막는 100% 착즙주스나 ‘만나박스’처럼 유기농 푸드를 매주 혹은 매일 집으로 배달해주는 영양 큐레이션 사업이 최근 활기다. ‘오늘 수확해서 내일 도착하는 유기농 신선식품 전문마트’를 표방하는 ‘헬로네이처’는 12시간 내에 냉장 배송해준다. 농장에서 방사로 길러진 닭이 낳은 지 3일 내의 달걀(심지어 프라이를 해도 노른자가 탱글탱글하다)을 전날 저녁 12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도착한다. 집 앞 마트에 가서 유통과정도 잘 모르는 식재료를 낑낑대며 차에 싣지 않아도, 800여 명의 농부가 가꾼 1000여 가지 친환경 신선식품을 24시간 만에 집으로 배달해주는 것이다.

▶음식과 기술의 콜라보, 테크 푸드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원료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식품을 만들어내는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에선 ‘테크 푸드’ 펀딩액이 272% 늘었다. 테크 푸드(Tech Food) 스타트업 이그니스는 최근 1년여의 개발 끝에 미래형 식사대용식품 ‘랩노쉬(Lab Nosh)’를 선보였다. 랩노쉬는 ‘실험실(LAB)’과 ‘식사(NOSH)’가 합쳐진 이름으로 4시간 포만감이 유지된다. ‘배달 앱’을 시작해 테크 푸드 사업에까지 진출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의 우아한 형제들은 최근 음식에 공학을 결합하고 있다.

▶거친 식재료

‘유기농’을 벗어나 뿌리째 먹는 채소나 도정을 덜한 곡물 등 다소 거칠고 자연적인 재료에 대한 욕구가 강해질 전망. 직접 채소를 키워먹는 ‘도시농부’들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식재료 생산 및 유통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만큼 직접 기르지 않더라도 ‘레스토랑-농장’ 직배송 형 식당을 선택하는 이들도 늘어날 예정이다.

▶푸드 페어링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로 호텔계에만 익숙했던 ‘푸드 페어링’이 대중적인 레스토랑에도 많이 도입될 예정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소하’ 라운지처럼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페어링하는 ‘바앤다이닝’ 형 식당이 급증하고 있는 것. 춤만 춘다고 생각했던 라운지 바가 음식과 음악, 다양한 주류를 즐기는 곳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것도 하나의 현상.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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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북티크
▶변화하는 동네서점들 최근 100회 특집 ‘나의 아름다운 작은 책방’에는 ‘숲속 작은 책방’ 김병록 대표, 심야책방과 강연, 책맥 파티를 개최하는 ‘북티크’ 박종원 대표, 낭독 콘서트를 즐겨 여는 ‘퇴근길 책한잔’의 김종현 대표가 출연했다. 상암동에 위치한 ‘북바이북’처럼 술 먹는 책방은 이제 많아졌고, 뮤지션 콘서트를 정기적으로 여는 곳도 많아졌다. 매달 단 한 권의 책만을 전시해두고 파는 긴자의 모리오카 서점이나 마치 Bar 같은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서점을 벤치마킹한 흔적이 보이는 곳들도 많다. 소규모 독립출판물 서점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16년차 최고령 독립잡지 <싱클레어>나 플러스 사이즈 인물의 모습과 이야기를 다루는 <66100>, ‘자기 전에 보는’ 도색잡지 <젖은잡지>, 미스터리 스릴러 분야만을 다루는 격월간 잡지 <미스터리아>(초판 발행 3일 만에 2쇄를 찍었다) 같은 잡지 역시 세밀해진 개인의 취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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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 캘리그라피 등 컴포트(Comfort) 콘텐츠 인기 <미움받을 용기><신경 쓰지 않는 연습> 등 심리적 안정과 내면에 위안을 주는 ‘컴포트 북’의 트렌드는 여전히 계속될 전망이다. 작품 주제를 고려할 필요 없이 마음대로 칠하는 컬러링 북의 경우 한국에서 43만부(전 세계 판매량의 30%)가 팔린 <비밀의 정원>에 이어 출간된 책만 해도 100여 종. 앞으론 직접 본이 되는 그림을 그려 각기 다른 줄거리를 만들거나, 삽화에 맞는 시를 필사하는 ‘포엣 컬러링 북’이나 ‘라이팅 북’ 등으로 다변화될 전망이다. 손글씨 캘리그라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인터파크 도서는 2015년 상반기 필사 관련 책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했다. <미움받을 용기>를 몰아내고 예스24 1월 2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김정운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고독에 대한 심리학적, 사회문화적 통찰을 정리한 책이다. 전자책 분야에서도 1위를에 오른 이 책은 40대 남성(35.5%)이 가장 많이 샀다. 남성들에게 위안을 주는 캠핑과 키덜트 열풍 또한 계속될 전망이다. ▶소설 웹툰 원작 찾아 삼만리

해외 영화 외에도 정유정의 <7년의 밤>, <살인자의 기억법> 등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양한 한국영화가 꾸준히 개봉될 전망이다. 소설, 만화, 웹툰 등 미리 대중에게 콘텐츠를 검증 받은 작품을 선택하는 분위기는 새해에도 계속될 예정. 기욤 뮈소의 동명의 소설 원작으로 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홍지영 감독, 김윤석, 변요한 주연) 역시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개정판 혹은 리마스터링

지난해 연말 42주라는 최장기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우던 <미움받을 용기>의 질주를 멈춘 것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개정본이었다. 예전의 명작에 새 옷을 입혀 재해석한 개정판, 증보판 등은 출판계, 음반계의 불황을 타고 계속될 전망이다. ▶독립영화계에서 온 신 스틸러

‘믿고 본다’ 버금가는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의 감식안은 독립영화에서 눈여겨봤던 안재홍, 류혜영 같은 배우들을 캐스팅했을 때도 다시 느꼈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았던 혜리를 과감히 기용하고, 독립영화계에서 유명한 이민지(만옥 역), 김선영(선우 엄마) 같은 배우를 골라내는 PD와 작가의 눈썰미. 영화계와 드라마에서는 박소담(검은 사제들), 한예리(극적인 하룻밤), 김고은(치즈인더트랩), 등 기존의 비주얼 공식을 벗어난 외꺼풀 비주얼 배우들의 습격도 계속될 전망이다.

Life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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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스족(Nonos-No Logo No Design族) ‘브랜드’ ‘로고’를 아예 숨기는 제품을 선호하는 이들을 말한다. 자신이 알던 조 말론과 혁오가 유명해지자 이런 것들을 버리고 다른 트렌드를 찾아나선다. 가로수길을 떠나 세로수길로 가고, 홍대를 떠나 망원으로 떠나온 이들. 아무 글자도 적혀 있지 않은 테스트 병에 담긴 향수를 고르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향수 전문점 ‘데지레 퍼퓸’의 인기로 이것으로 설명된다.

구찌, 버버리 등 세계 명품 핸드백의 10%를 생산하는 국내업체 시몬느는 지난해 10월 자체브랜드 0914’를 론칭했다.

▶K-뷰티

‘한국 여자만큼 화장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던 외국인 친구. 한국 여자들이 왜 그리 메이크업에 열광하는지 의아해하던 그는 ‘한류’처럼 만큼이나 화제가 된 한국 여자들을 보면 어떨까. 연예인이나 셀리브리티가 아니지만 유투브 78만명을 구독자로 두고 있는 포니(Pony). 그녀가 영상을 한번 올리면 금세 수십만 명이 영상을 퍼 나르고, 소개된 세럼과 파운데이션은 완판되며, 자신이 직접 블렌딩한 화장품에 이름을 붙여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기에 이르렀다. 외국어 댓글도 많다. 잡지 화보 페이지나 외국의 유명 뷰티 블로그에서 이런 ‘K뷰티 유튜버’를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는 뜻이다.

▶‘달관 청년’과 40대 영포티가 온다

<트렌드 코리아 2016> 김난도 교수는 헬조선시대 대중은 미래에 대한 기약 없는 희망을 접은 대신, 당장 눈앞에 필요한 것과 재미를 추구하고 자격지심을 감춰줄 달관형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내 집 마련에 집착하지 않고,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념보다는 상식을 우선시하며, 결혼과 출산은 선택사항이고 트렌드와 현재에 충실한 대신 허식을 내려놓는다. <라이프트렌드 2016>에서 분석한 ‘영포티의 자세다. ▶‘움직이는 노동자들’ 디지털 노마드

지난 시티라이프 커버기사에서도 밝혔듯 고정된 사무실이 아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는 점점 뻗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오정과 오륙도, 임금피크제와 비정규직 등에 이어 앞으로는 로봇 등 자동화 설비에도 밀려날 판이다. 1인 프리랜서는 점점 증가하고, 필요할 때 연결되어 일하다 흩어지는 스마트워크 시스템,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자유출근제, 공유 오피스 역시 디지털 노마드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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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보다는 ‘자기만족’형 커뮤니티 인기 ‘막걸리와 달리기’, 남산을 결합한 ‘남산 막달리기’, 가죽공예로 필통 만들기, 스페인과 영국 요리 투어를 마친 ‘엉클폴 쿠킹 파티’ 평일 클라이밍, 면목동으로 함께 가는 도배 봉사. 앱 ‘프렌트립’에서 진행 중인 최근 프로젝트다. ‘Experience the World’가 헤드카피로, 교류, 인맥이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깔끔하게 ‘취미생활’만 즐기고 사라지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인맥’ ‘연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 동호회와는 달리 개인의 기호, 취미에 초점을 맞춰 아는 친구나 지인이 없어도 그날 만나 그날 즐기고 헤어진다. 페인트 투나잇, 한강 상류 큰고니 사진 여행, 제주 동부 1박2일 자전거 캠핑, 영국으로 떠나는 아웃도어 어드벤쳐, 일본 홋카이도 보드 캠프 등 호기심을 끄는 다양한 콘텐츠로 인기몰이 중이다.

▶나를 위한 ‘스몰 럭셔리’ 홈 퍼니싱

2500원짜리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2만5000원짜리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A씨. 비싼 월세로 비록 낡은 반지하로 쫓겨났지만 저렴한 셀프 인테리어로 화사한 홈 퍼니싱을 완성한 B씨. 셀프 인테리어 전문 인터넷 카페인 레몬테라스, 일명 레테 회원은 10년 만에 280배(2015년 8월 기준) 늘어났다. 하루 대부분의 공간을 보내는 집을 꾸미려는 가치 소비가 생겨나고, 불황과 SNS 채널 확장으로 인해 셀프 인테리어가 늘어난 것. 광명점 개장 한달여 만에 100만명을 돌파한 이케아를 필두로 ‘자라홈’, ‘H&M홈’, ‘무인양품’ 등 글로벌 브랜드 외에 신세계의 ‘자주’, 이랜드의 ‘모던하우스’ ‘버터’ 같은 라이프스타일 숍도 함께 주목 받고 있다.

▶각자도생 시대… 미움받을 용기 ‘웰 네트워킹’

모두에게 사랑 받는 일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45주간 1위(예스24 1월 1주 베스트셀러)를 달린 아들러 심리학의 대표도서 <미움받을 용기>. 인맥을 쌓으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이들의 ‘웰 네트워킹’ 역시 앞서 말한 ‘웰족’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관계나 인정욕구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사랑 받을 필요가 없음을 알려주는 ‘미움 받을 용기’는 앞으로 더욱 필요해 보인다. ▶게스트하우스와 호텔의 진화

인테리어와 규모는 디자인 호텔 혹은 부티크 호텔 수준이나, 가격은 저렴한 ‘호스텔’이 등장할 전망이다. 옛 공장을 리노베이션하거나 스튜디오와 협업하는 등 디자인에 초점을 둔 다양한 게스트하우스가 등장한 것 역시 하드웨어(공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체험)를 파는 ‘취향 비즈니스’라는 트렌드와 연결된다. 청담동에는 에르메스 레스토랑과 디올의 카페가 있다. 지난해 버버리는 런던에 카페를 열었고, 구찌도 상하이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의류 매장 안에 일종의 ‘외식 공간’을 만들어 오감을 취향을 파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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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는 쿡방 지나 ‘집방’으로 몇 년 전만 해도 인테리어를 소개하는 <와타나베의 건물 탐방> 같은 프로그램은 일본 같은 데서나 만들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올해 방송계는 케이블과 공중파 상관없이 과시 욕구가 아닌 ‘개인의 만족’을 기본으로 ‘인테리어’ ‘홈 데코’ 같은 프로그램들이 미디어에 대폭 등장할 전망. ▶취향의 시대 ‘덕밍아웃’ ‘개취’ 폭발시키는 1인 미디어

<라이프트렌드 2016>에 따르면 스스로 덕후임을 당당하게 밝히는 ‘덕밍아웃’이 늘어난다. SNS 등 미디어의 생산과 유통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덕후질을 콘텐츠로 바꿀 기회가 생기는 것.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1인 미디어 생산자들의 경우 ‘대도서관’처럼 연간 수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이들도 많다. 특정 분야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수집욕이 콘텐츠 창조자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고 때론 하나의 산업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아델의 ‘헬로우’ 커버영상으로 엘렌쇼까지 출연한 한국 여고생의 예에서 보듯 1인 미디어의 무서운 확장세는 거대자본의 MCN 지원을 받고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개인방송’ 개념을 공중파에 도입한 <마리텔>처럼 대중적 인지도와 관계없이 자기취향에 전문성을 가진 1인 미디어 제작자가 무궁무진하게 등장할 예정. 전통적 의미의 리얼 버라이어티와 판에 박힌 토크쇼의 종말을 타고 1인 미디어의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취향 소비자’ 싱글 슈머를 프리 슈머로

<라이프트렌드 2016>에 따르면 ‘취향 소비자’란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과 성향, 취향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2인 이상 가구보다 구매력이 높은 ‘싱글슈머(Singlesumer)’의 연간 소비규모는 50조원. ‘책’ ‘소품’ ‘피규어’ 등 저마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가 2016대중문화계를 지배할 예정이다. ‘독서’라는 내밀한 취미를 ‘공익’ 대신 ‘취미’로 접근해 인기를 얻은 <비밀독서단> 등 취향을 큐레이션하는 ‘인포테인먼트’형 개취(개인의 취향) 충족 프로그램은 만발할 예정이다. [글 박찬은 기자 일러스트 포토파크 사진 ㈜부키, 일상과 이상, 알키, 미래의창, 예스24,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13호 (16.0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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