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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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해외직구족도 갸우뚱 개인통관고유부호 부작용

개인정보 도용 가능성 여전…“그냥 주민등록번호 쓰고 말지”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01-18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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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 이선아(41) 씨는 국내 오픈마켓 사이트 해외구매 코너에서 커피머신을 골랐다. 주문 신청을 하던 중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개인통관고유부호가 무엇인지 알아보니 국내 소비자가 해외 제품을 수입할 때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용하는 부호였다. 하지만 발급이 쉽지 않았다. 이씨는 “발급 전용 사이트를 이용했지만 보안 프로그램 설치에 실패해 결국 포기하고 지인에게 부탁해 주문했다”고 말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관세청이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목적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포함한 개인정보 유출 방지다. 해외직구(직접구매)·구매 대행이 활성화하면서 국내 소비자의 주민등록번호가 외국 사업자에게 유출되자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할 부호를 만든 것이다. 2015년    3월부터는 목록통관(수입신고서 불필요)물품 중 일부와 모든 일반통관(수입신고서 필요) 물품을 구매할 때 꼭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쓰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제도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먼저 개인통관고유부호의 도용 위험이다. 회사원 박모(35) 씨는 최근 해외직구를 한 적이 없는데 “구매한 물품이 통관됐다. 곧 배송 예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확인 결과, 예전에 박씨가 직구를 할 때 이용한 배송업체가 박씨의 정보를 갖고 있다 실수로 다른 구매자의 물품에 박씨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등록한 것이었다. 개인통관고유부호에는 사용자의 주소,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연결돼 있다. 박씨가 “내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왜 저장해놓았느냐”고 묻자 배송업체는 “예전 이용자들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미처 삭제하지 못했다”고만 답했다. 박씨는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주민등록번호와 기능이 같은데 업체가 관리하고 있다면 개인정보 유출과 뭐가 다른가. 만약 마약 같은 물품이라도 잘못 배송됐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개인통관고유부호의 도용은 불법이지만 배송업체가 이를 사용 후 삭제하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저장소가 된 배송업체

    물건 구매자와 수신자의 주소가 다를 경우 수신자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알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타인에게 해외직구 선물을 보낼 때 선물 받을 사람의 개인통관고유부호가 필요하다. 해외 물품을 받는 사람이 수입자가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정보다. 따라서 물건을 구매하기 전 수입자가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발급받고 이를 구매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발급 가능하며 우편이나 팩스로는 발급받을 수 없는데, 이 절차가 의외로 까다로워 발급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속출하고 있다. 해외 물품 구매대행업자 남경만(31) 씨는 “30대 이용자도 발급을 어려워해 구매를 중단하는 경우가 꽤 있다. 발급받은 후에도 ‘개인통관고유부호는 비밀번호’라는 인식 때문에 남용 위험성을 두려워하는 소비자도 많다. 제도 취지는 좋지만 사후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2014~2015년에 걸쳐 발급 및 사용 관련 제도를 상당히 보완했다. 통관 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면 수입 일정이 늦어지거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개인통관고유부호는 꼭 필요하다. 현존하는 문제점은 앞으로 더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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