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특목고 어디서 가장 많이 보냈나
‘교육 특구’ 중학교 분석 <상>
사진은 강남구 내 24개 중학교입니다. 방학이라 한적한 모습이네요. 강남통신은 중학교 입학 시즌을 앞두고 강남구를 비롯 서울 시내에서 ‘교육 특구’로 꼽히는 5개 구 중학교의 학력 수준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강남구로의 쏠림 현상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시내 25개 구 가운데 특목고 입학생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이 바로 강남구였습니다. 강남구로 이사하는 중학생도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 됐습니다. 그 현상과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특목고 전형, 내신 부담 줄고 스펙 중요해져 … 강남구 중학교 강세
지난해(2015학년도) 서울에서 외고·국제고·과고·영재학교(전국 단위 선발 학교 포함) 등 4개 특목고에 합격한 학생 중 열에 한 명이 강남구 출신이었다. 2013학년도 4개 특목고에 합격한 서울 지역 합격자 중 강남구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7.8%(2472명 중 194명)에 그쳤지만 2015학년도엔 이 비율이 10.8%(2181명 중 235명)로 늘었다. 교육전문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외고·과고 등 특목고 진학 실적과 학업성취도 평가 등을 활용해 서울 지역 중학교의 학력 수준을 분석한 결과다. 강남구로 이사하는 중학생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도 통계청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특목고 서울 지역 합격자 10명 중 1명 강남구
2년 새 강남구 출신 7.8→10.8%, 증가폭 최고
송파구 떠난 중학생 3명 중 1명 강남구로
학력 수준은 강남구 안에서도 큰 차이
전학생 많은 학교가 학력 상위권 차지
서초구 중학생 5명 중 1명 자사고 진학
특목고 진학 실적 개선 뚜렷한 강남구
지난해(2015학년도) 서울 지역 외고·국제고·과고·영재학교 등 4개 특목고 입시 결과를 분석한 결과 강남구 출신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에서 4개 특목고에 합격한 2181명 중 235명(10.8%)이 강남구 출신이다. 10명 중 1명은 강남구 학생인 셈이다. 구별 4개 특목고 합격자 수로만 보면 노원구가 더 많다. 총 240명으로 서울 전체 합격자 중 11%다. 학교당 평균 합격자 수로 따지면 양천구가 10명(19개 학교에 190명 배출)으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증가 폭으로는 강남구가 가장 높았다. 최근 3개년 동안 특목고의 선발 인원이 줄어 서울 지역 총 합격자 수가 2472명에서 2181명으로 291명이 줄었지만 강남구 출신 합격자는 거꾸로 41명이 증가했다. 서울시 전체 특목고 합격자 중 강남구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학년도 7.8%(2472명 중 194명)에서 2015학년도 10.8%(2181명 중 235명)로 3%포인트 증가했다. 증가 폭으로 서울시 25개 구 중 1위다. 같은 기간 노원구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10.8%(2013학년도 4개 특목고 총 합격자 2472명 중 267명)에서 11%(2015학년도 2181명 중 240명)로 0.2%포인트 증가했고, 양천구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8.2%(202명)에서 8.7%(190명)로 0.5%포인트 늘었다. 노원구·양천구 합격자 수가 줄어드는 동안 강남구 합격자 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면서 강남구 출신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특히 외고·국제고 합격자 비중 증가가 눈에 띈다. 같은 기간 강남구 출신의 외고·국제고 합격자 비중은 5.7%(116명)에서 8.9%(147명)로 3.2%포인트(31명) 상승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외고·국제고 입학 전형의 변화를 그 이유로 보고 있다. 2015학년도 외고·국제고 입시부터 2학년 영어 내신 성적을 절대평가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단 3학년 영어 내신 성적은 기존의 석차 9등급제(상위 4% 1등급)를 그대로 반영한다. 절대평가는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를 합해 총점 90점 이상이면 A를 준다. 과거 외고·국제고 입시에서 중학교 2·3학년 영어 내신을 모두 상대평가로 반영하던 때는 우수 학생이 모여 있는 강남구의 경우 내부 경쟁이 치열해 1등급을 받기가 힘들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외고·국제고 입시에서 2학년 성적을 절대평가로 반영하면서 강남구 학생들의 내신 부담이 완화됐다”며 “영어 내신 관리가 과거에 비해 다소 수월해지면서 강남구 학생들의 외고·국제고 진학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과고·영재학교는 강남구의 독주가 더욱 두드러진다. 2015학년도 과고·영재학교 입시에서 서울 지역 합격자 중 강남구 출신이 차지한 비율은 16.7%(88명)에 달했다. 서울에서 과고·영재학교에 진학한 학생 6명 중 1명이 강남구 출신이다. 과고·영재학교는 입학 전형 과정에서 방문·소집 면접 등을 통해 지원자의 수학·과학 탐구 능력을 살피고 창의력·심화학습 등을 평가하는 구술고사를 치른다. 임 대표는 “과고·영재학교 입시는 정부가 아무리 교내·외 경시대회 등 스펙 활용을 금지한다고 해도 방문·소집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의 스펙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학·과학 전문학원 등 사교육 환경이 좋고 영재교육원 등 초등학교 때부터 과고·영재학교 준비를 서두르는 강남구 학생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약세, 강남·서초구 쏠림 현상 심해져
강남·서초·송파구를 일컫는 강남 3구 안에서 송파구는 유독 특목고 입시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외고·국제고·과고·영재학교 등 4개 특목고 서울 지역 합격자 중 송파구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학년도 8.7%(216명)에서 2015학년도 7.8%(170명)로 0.9%포인트(46명) 줄었다. 서울시 25개 구 중 감소 폭이 광진구(7.1→5%), 강동구(4.6→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송파구 중학생이 다른 구로 이동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강남구로의 이동이 많다. 송파구 거주 만 10~14세의 2012~2014년 전입·전출 현황(통계청)을 살펴보면 송파구 관내 이동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강남구로의 전출이 가장 높았다. 송파구에서 다른 구로 간 만 10~14세 인구 중 강남구로 이동한 비중은 2012년 18.2%(530명), 2013년 20.9%(519명), 2014년 30.7%(776명)로 매년 늘고 있다. 2014년 송파구를 떠난 만 10~14세 인구의 경우 3명 중 1명이 강남구로 간 셈이다. 송파구 학부모들은 “송파구가 교육 특구이긴 하지만 강남구 수준에 비하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건만 된다면 강남구로 가겠다는 부모가 많다”고 말한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송파구 소재 중학교에 보내고 있는 장모(42)씨는 “같은 학원이어도 송파구 소재 학원과 강남구 대치동 학원의 질은 차이가 난다”며 “대치동 학원은 1~6레벨까지 반을 촘촘하게 편성해 학생 수준에 딱 맞는 수업을 제공하지만 송파구 소재 학원은 수강생이 적다 보니 분반이 3~4개 반 정도밖에 안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입 진학 실적이 좋은 중동·현대·휘문고 등 자사고와 일반고가 강남구에 몰려 있다는 점도 강남구 쏠림 현상을 부채질한다. 서울 소재 일반고의 2015학년도 서울대 진학 실적을 살펴보면 강남구 소재 일반고는 학교당 11.2명을 서울대에 합격시켰지만 송파구 소재 일반고의 학교당 서울대 합격자 수는 평균 4.2명에 그쳤다.<중앙일보 강남통신 2015년 11월 25일자 10~11면 ‘2015학년도 서울대 많이 보낸 일반고의 비결’> 송파구에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모(46)씨는 “특목고보다도 더 길게 대학 입시를 보고 중학교 때 강남구로 이동하는 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한씨는 “송파구에 살아도 고등학교 진학 땐 강남에 있는 학교를 생각한다”며 “강남에 가서 내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이면 강남으로 가고, 실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송파구에 남아 내신 등급을 챙기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동작구에서 넘어온 학생들이 많다. 2012~2014년 만 10~14세의 서초구 유입 인구 현황을 살펴보면 서초구 관내 이동이 가장 많고, 그다음은 동작구에서 이동해 온 학생이다. 타 구에서 서초구로 이동한 학생 중 동작구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에 16.8%(445명), 2013년은 15.8%(462명), 2014년엔 17.7%(447명)로 나타났다. 임 대표는 “송파구 중학생은 강남구로, 동작구 중학생은 서초구로 전입이 많다”며 “대학교 진학을 위해 3~4년 정도 전세를 얻어 강남권에서 살다가 대학 입시가 끝나면 다시 살던 지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 공통적으로는 일반고 진학이 줄고 자사고 진학 비율이 높아졌다. 강남구 중학교 졸업자 중 자사고에 진학한 비율은 2013학년도 11.8%(824명)에서 2015학년도엔 13.5%(848명)로 늘어났다. 반면 일반고 진학 비율은 같은 기간 81%(5641명)에서 77.7%(4884명)로 줄었다. 서초구 중학생의 자사고 진학 비율은 17.1%(844명)에서 19.2%(878명)로, 송파구는 9.2%(765명)에서 10.1%(767명)로 증가했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특히 의학계열 등 이공계 선호가 뚜렷한 강남권에서 의대 진학 실적이 좋은 자사고에 대한 선호가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교육 특구 안에서도 학력 격차 수준 커
중학교 3학년이 지난해 치른 2015학년도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강남구 소재 중학교 재학생의 보통 이상 학력 비율은 88.5%(국어·영어·수학 종합)로 나타났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의 평균적인 학력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성취도에 따라 보통 이상 학력, 기초 학력, 기초 학력 미만의 3단계로 구분된다. 보통 이상 학력은 국가가 정한 교육 과정 성취 목표의 50% 이상을 달성한 학력 수준을 뜻한다. 다음 학년으로 진급했을 때 무난하게 교육 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 학력 수준을 말한다. 강남구 소재 중학교 재학생의 88.5%가 이 조건을 충족했다는 말이다. 서초구는 87.8%, 송파구는 81.1%, 양천구는 79.1%, 노원구는 78.1%로 조사됐다.
중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각 구 안에서 다시 격차가 벌어진다. 강남구의 경우 대청중(97.9%)·대왕중(95.8%)·진선여중(94.3%)·압구정중(94.2%)·대명중(94%) 순으로 높았다. 언북중은 보통 이상 학력 비율이 69.5%에 그치면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강남구 안에서도 보통 이상 학력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대청중·97.9%)와 가장 낮은 학교(언북중·69.5%) 사이 격차가 28.4%였다. 서초구는 이 격차가 23.2%, 송파구는 30.3%(체육 교육 특화 학교인 서울체육중 제외)였다.
전문가들은 학업성취도 평가의 격차와 관련해 우수 학생의 외부 유입, 사교육, 면학 분위기 등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는다. 실제 강남구에서 높은 학업성취도 결과를 보인 대명중·대청중·진선여중은 2012~2014년 강남구 소재 중학교 중 순유입자수(전학 온 학생 수에서 전학 간 학생 수를 뺀 숫자)가 가장 많은 학교 1, 2, 4등을 기록했다. 대명중은 3년 동안 99명, 대청중은 98명, 진선여중은 86명이 늘었다.
강남구 전체로 보면 같은 기간 중학교 순유입자수는 100명에서 376명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송파구는 전학 온 학생보다 전학 간 학생 수가 더 많아 순유입자수는 2012년 -52명, 2013년 -85명, 2014년 -145명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폭이 계속 커지는 추세다. 강남의 한 중학교 교감은 “사교육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최상위권 학생이 몰려 학업 분위기를 조성해주니 자연스럽게 중위권 학생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성권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서울 대진고 교사)는 “특정 지역, 특정 학교로의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며 “학업성취도 결과가 낮은 학교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의 학력 수준을 끌어 올리는 학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정현진·전민희·김민관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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