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중국리그에 중국축구 부진의 이유가 있다

임성일 기자 2016. 1. 19. 16: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올림픽대표, 3전 전패 예선 탈락..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도 불안
클럽 축구는 발전하고 있으나 중국 대표팀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 AFP=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은 중국 슈퍼리그의 강호 광저우 헝다였다. 2013년 우승, 2014년 준우승에 이어 다시 한번 아시아를 호령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보기 힘든 외국인 선수를 수입해 '매머드클럽'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데, 그런 광저우가 2015년 가장 애를 먹었던 상대는 K리그의 시민구단 성남FC였다.

광저우와 성남은 16강에서 맞붙었다. 모두가 골리앗 광저우의 승리를 예상했으나 다윗의 돌팔매가 꽤나 매서웠다. 실제로 1경기는 이겼다. 탄천에서 열린 1차전에서 성남은 광저우를 2-1로 제압했다. 비록 중국 원정에서 0-2로 패해 8강 진출은 실패했으나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경기 후 "전력은 차이 없었다. 다만 용병(외국인 선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만큼 선전이었다. 성남의 간판 미드필더 김두현은 "지고 나서 이런 말은 큰 의미 없지만, 솔직히 광저우도 잡을 수 있었다"면서 "결국은 외국인 선수의 차이였다"고 고백했다.

사실 ACL에 참가해 중국 클럽들과 상대하는 K리그 선수들은 대동소이한 견해를 전하고 있다. '중국 클럽의 수준은 분명 강해졌다'고 인정한 뒤 '이는 뛰어난 기량의 외국인 선수들이 유입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을 내리면서도 '하지만 중국 선수들의 기량까지 발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식으로 귀결된다. 여기서 중국리그(클럽)는 강해지는데 중국 축구(대표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축구가 또 망신을 당했다. 중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U-23 대표팀이 리우 올림픽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중국은 카타르에서 펼쳐지고 있는 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당해 중도하차했다. 주석 시진핑이 직접 나서 '축구 굴기(축구를 일으키다)'를 외치고 있으나 좀처럼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동생들만 탓할 것도 아니다. 형들도 형편없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중국은 C조 3위에 머물고 있다. 카타르(1위 승점 18)에 뒤처진 것은 그럴 수 있으나 홍콩(2위 승점 14)에도 밀린 3위(승점 11)라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홈에서 열린 홍콩과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0-0 무승부에 그쳤다. 한국인 지도자 김판곤 감독의 홍콩에게 쩔쩔매자 국민적 성토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1월 홍콩에서의 리턴매치 결과도 0-0이었다. 지금껏 중국의 월드컵 진출은 2002 한일 월드컵이 유일하다.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해 티켓이 남은 영향이 컸다. 러시아행도 불투명하다. 이대로라면 최종예선도 쉽지 않다.

축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나오고 있으나 발전이 더디다. 모순되게도, 그 이유는 중국리그의 발전 속에 있었다. © AFP=News1

축구광인 시진핑 주석은 ▲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가고 ▲ 중국이 월드컵을 개최하고 ▲ 중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을 꿈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월드컵을 개최해버리는 것이 가장 수월할 수 있다. 인구 1억명 당 뛰어난 선수 1명만 뽑아도 최고의 팀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조롱조 답답함이 쏟아지지만 중국 축구대표팀의 기량은 영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 리그에 폭넓게 선수들을 공급하는 한 축구 에이전트는 이런 중국대표팀의 부진 이유를 활성화 되고 있는 중국리그에서 찾았다. 그는 일단 "알다시피 중국 슈퍼리그에 스타와 돈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분명 장점이다. 중국리그는 이미 K리그나 J리그에 버금가는 수준이 됐으며 일부 클럽들은 K리그 팀들보다 강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광저우 헝다를 비롯해 많은 팀들이 ACL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용병'들의 공이 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 일원으로 뛰었던 파울리뉴가 광저우 소속이다. 퇴역 스타에서 현재형 거물들까지도 중국을 찾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스타들을 불러 모이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양날의 검'이다.

그 에이전트는 "돈으로 쌓은 허울 좋은 성이라고 보면 된다. 화려해보이지만 외국 스타들이 빠지면 속빈 강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특급 용병들을 보유한 팀들은 대개 외국인 중심으로 전술이 돌아간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중국 선수들은 뒤치다꺼리만 하고 앞에서 외국인 스타들이 해결하는 것이 중국 빅클럽들의 운영 방식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팀 수준은 높아진 것처럼 보이나 선수 개개인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게다 배도 부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선수들도 많은 연봉을 받는다. 특히 대표급 선수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부를 누린다"면서 "현재 유럽에서 뛰는 중국 선수가 떠올려 지는가? 유럽은 고사하고 한국이나 일본으로도 잘 나가지 않는다"고 짚었다.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기량을 지닌 선수도 없고, 해외무대에 도전해 자신의 기량을 더 키우겠다는 생산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선수도 드물다는 전언이다. 그냥 안에 있어도 밖에서보다 돈을 더 받으니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린 것도 이유다. 돈도 사람도 안에서 고이니 썩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 축구의 이면에는 '도박' '비리' '승부조작' 등 부정적인 단어가 떠돌고 있다. 현재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한 에이전트는 "선수들이 장난을 친다는 느낌을 받는 경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승부조작은 여전하다"고 말한 뒤 "실력은 떨어지는데 구단에 돈을 찔러서 들어오는 선수들도 많다. 태업도 일삼는다. 선수들이 담합해 감독 한 명 바보 만들어서 쫓아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뛰어난 용병들을 위한 '배경'으로 적당히 뛰면서 그저 주머니를 넉넉하게 챙기는 풍토가 선수들 사이 만연됐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리 만무하다. 오합지졸 부대인 셈이다. 중국 프로리그에 대한 투자가 곧 축구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모순되게도 그곳에 중국축구가 부진한 이유도 함께 자라고 있는 형국이다.

lastuncle@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