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 대책>父 "아들 뇌진탕" 거짓 드러나.. 경찰, 母 '폭행가담' 추궁
-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
머리에서 피하출혈 등 흔적
“강하게 잦은 구타” 진술 확보
폭행 따른 사망 가능성 무게
ADHD 유사한 증상 보인 아이
父 “체벌이 답” 왜곡 인식 보여
“난 사형받아도 돼” 반성하기도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최모(당시 7세) 군이 어떻게 숨졌는지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아버지 최경원(34)이 아들을 평소 구타해왔다는 진술은 물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최 군이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는 최경원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뇌진탕 등의 흔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최 군의 친모인 한모(34) 씨도 학대에 적극 가담했는지 추궁하고 있다.
19일 부천원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최경원은 경찰 조사에서 최 군의 사망 원인에 대해 “아이를 목욕시키기 위해 욕실로 데려가는 도중 넘어져 머리를 부딪쳐 의식을 잃은 뒤 깨어났지만, 약 한 달 뒤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17일 오후 열린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도 “아들이 뇌진탕으로 사망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최 군의 머리에서는 수차례 구타로 인한 피하출혈이 발견됐지만, 사망에 이를 만한 뇌진탕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최 군이 욕실에서 넘어졌다고 해도 직접 사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경찰 조사에서 최경원과 한 씨는 아들 최 군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문제 아동에 대한 체벌과 제재만이 적절한 훈육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 군이 사망 당시 살았던 건물의 관리자도 “최경원이 살던 집은 욕조가 없어 아이가 넘어진다고 해서 바로 사망하거나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아이가 살아있을 때에도 보통 애들 정도보다 야리야리하고 왜소한 체구에 늘 엄마와 떨어져 걷곤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내 한 씨도 학대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추궁하고 있다.
최경원과 한 씨도 어린 시절 아동학대를 당해온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경원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편모 슬하에서 자라면서 경제적 가장의 역할을 과도하게 요구받으며 성장했다”며 “한 씨 또한 부모의 방임 속에 성장하면서 부부가 성장기 때 학대를 경험한 특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사이코패스적 성향 보다는 극단적인 이기적 성향, 미숙한 자녀양육 형태, 경제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경원의 국선변호인은 19일 문화일보 취재진과 만나 “최경원이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가졌던 면담에서 자신은 사형을 받더라도 충분하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딸(최 군의 동생)의 행방을 아냐는 판사의 질문에 보육원에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고개를 떨구는 등 범행을 후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경원이 최 군의 출생신고를 아내의 성을 따라 했다가 두 달 만에 변경한 데다, 범행 수법이 잔인해 친부자 관계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유전자 감식 결과 최 군은 최경원과 한 씨의 친자가 맞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부천 = 김다영·박성훈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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