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스타벅스에서 사라진 금융경계 느꼈다
◆ 미래금융 50년 / (中) 글로벌금융 빅 블러 현장 ◆
영국 소비자들은 얼마 전부터 5%에 달하는 해외 송금 수수료를 10분의 1로 줄였다. 핀테크 업체인 트랜스퍼와이즈가 제공하는 P2P(개인 간 금융 거래) 서비스 덕분이다. 영국인들은 2011년 창업한 이 회사를 통해 기존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연평균 15억달러 규모의 해외 송금 거래를 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페이스북을 통하면 새로운 온라인 금융 계좌를 틀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피도르은행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 숫자가 올라가면 예금 금리도 상승해 재테크에 도움을 받는다. 피도르는 2009년 은행으로 첫 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외에도 비트코인과 게임머니를 취급하며 기존 은행들과 전혀 다른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기존 금융회사들이 주도했던 1세대 디지털 금융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금융회사 서비스를 첨단화한 지급결제와 계좌이체 서비스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핀테크와 IT, 유통 기업이 주도하는 2세대 디지털 금융은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직접 금융 서비스를 주고받는 사업 모델로 승부를 건다.
그리고 모바일 문화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젊은 층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받으면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무용지물로 만들며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텐센트는 작년 1월 위뱅크를, 알리바바도 6월 마이뱅크를 설립하며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금융사업을 시작했다. 이들 중국 업체는 수억 명의 회원을 지닌 온라인 플랫폼 파워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작년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국인에게 맞는 코리안페이를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토종 온라인 지급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도 오프라인 가맹점을 속속 확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오프라인 가맹점 확산이 지연됐고, 기존 시스템에 안주한 금융회사들이 신규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한 서비스 혁신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리페이는 기존 카드회사와의 제휴 없이도 지급결제가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한국인 대상 서비스가 탄생하면 국내 카드사들은 수익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빅 블러 혁명이 무서운 이유는 이처럼 개방과 협업을 통해 비즈니스 기반을 통째로 뒤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의 iOS와 안드로이드, 카카오의 카카오톡처럼 '생활 밀착형'으로 자리 잡은 온라인 플랫폼이 막강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금융사업에 나서면 파괴력이 더욱 커지게 된다.
글로벌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도 미국 시장 내 매출의 30% 이상이 카드회사를 거치지 않고 자체 충전이 가능한 로열티 카드로 결제되고 있다.
최근 IT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는 '기존 제품 디지털화→디지털 제품 간 융합→네트워크 통합'이라는 3단계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세계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최근 2~3년간 소비자들을 온라인 플랫폼(네트워크)으로 통합시킨 뒤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새로운 상품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기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해 기존 은행들이 전혀 상상도 못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은 "금융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과거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금융 상품과 서비스들이 속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ICT와 유통기업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빅데이터와 신용정보 분석, SNS와 비대면거래를 앞세운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속속 도입하며 IT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 채수환 기자 / 김규식 기자 / 한예경 기자 / 노현 기자 / 박준형 기자 / 정석우 기자 / 김덕식 기자 / 정지성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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