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불안하다> ③외국서 엄격한 차량 내구연한 규정..한국은 삭제
전문가들 "내부 부품까지 파악할 수준 돼야…국가 지원 필요"
기관사·신호 관리원 등 현장 인력 부족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이정현 기자 = 옆 나라 일본, 특히 수도 도쿄에서도 지하철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과 다른 것은 가스 테러나 승객 투신 등 사고는 있지만, 전동차 결함이나 시스템 노후화로 인한 사고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수명을 다한 전동차와 부품을 제때 갈아주기 때문이다.
국내 전동차의 내구연한은 '고무줄'이다. 철도안전법에서 전동차 내구연한은 처음에 15년이었다. 이후 1996년 25년, 2000년 30년, 2009년 40년으로 늘어났다. 2014년에는 중앙정부 규제 완화 정책의 하나로 아예 없어졌다.
서울 지하철이 20∼30년 된 전동차도 고장 때마다 부품을 일부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해온 배경이다.
노후 전동차가 많은 서울메트로에서도 전동차를 폐기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5년간 폐차량은 3호선 60량뿐이다.
이달 6일 열차 운행 중단과 안내방송 불통 사고가 났던 4호선 차량은 제작된 지 23년이 된 것이다. 사고원인은 노후부품 때문이다. 일본은 15년마다 무조건 교체하는 부품을 우리나라는 3년 주기 점검을 전제로 재사용을 한다.
2호선 기관사 방의 1980년대 모니터와 수동운전 장치도 서울 지하철의 현실을 대변해준다.
서울메트로는 2014년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사고 후 노후 전동차를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교체한다고 했다. 올해 4호선 사고 후에는 문제가 된 부품 320개를 교체하겠고 공언했지만,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지적이 나온다.
김길동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는 "내구연한이 도래하면 최적품으로 갈아주는 게 가장 좋은데 지하철 공사도 적자가 심하다 보니 그렇게 못 한다"며 "서울시에서도 최초 건설은 지원하지만, 운영상 지원은 별로 안 해주니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양 공사 적자가 4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전동차와 부품 교체는 어렵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국비에 의존하면서 양 공사도 재정자립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철수 한국교통대 교수는 "안전을 위해 국가가 예산을 지원해 전동차를 교체해줘야 한다"며 "오래되고 고장이 자주 나는 차량은 빨리 바꾸는 수밖에 없다. 지하철 공사는 적자 기업인데다 무임수송 부담으로 경영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도 노후차량 교체 필요성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하며 지자체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제는 예산 확보인데, 전에 철도공사 노후차량 교체에 국비를 지원하려고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며 "이 사안에는 계속 신경을 쓰려 한다"고 말했다.
전동차 교체 외에 내부 부품들을 검사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도 시급하다.
양 공사는 내구연한이 훨씬 지난 전동차와 부품을 사용하면서도 3년 주기 대점검 외에 격월 점검에선 육안 점검에 의존한다.
김 교수는 "내부의 문제 부품들을 모두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전기 문제 등은 눈으로만 확인할 수 없어 점검 기술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주요 부품의 이력을 따로 관리해 개별적으로 수명을 정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석 한국교통대 교수는 "부품별로, 사용환경별로 수명은 천차만별"이라며 "사고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더 큰 피해를 막고자 안전 시스템이 가동돼 열차 운행이 중단된 경우 시민도 참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부족 문제도 늘 지적된다.
수동 운전을 혼용하는 서울메트로는 구조조정 압박으로 최근 약 10년간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다 2014년 300명을 채용했는데 신호 관리 등 기술 분야는 여전히 목표정원에 미달한다.
기관사들은 막차 운행이 끝난 뒤 차량기지에서 두 시간쯤 자고 다시 첫차를 운행하러 가는 등 피로가 누적되는 환경에 처해 있고, 자동운전인 도시철도공사는 1인 승무제로 과로에 시달린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서울지하철노조가 조합원 3천6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서 응답자의 65%는 지하철 안전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안전 위협 요인으로 노후 시설(81%, 복수응답)과 더불어 현장인력 부족(67%)을 꼽았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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