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총선 대예측']"새누리당 180석 넘을 확률 80% 안철수 '국민의당' 제1야당 51%"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빅데이터 분석가 2016. 1. 1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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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실관계가 바뀔 때, 나는 내 마음을 바꾼다(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남긴 말이다.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경제 분야도 이럴진대 정치 분야, 그것도 소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한 국회의원 총선을 예측한다는 것은 대체로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을 영입하고, 국민의당 한상진이 이승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은 이번 선거를 진보가 사라진, 보수 3당 대결구도로 만들고 있다. 미래는 사라지고 온통 과거가 왔다. 새누리당 출신들이 주요 3당 선거를 모두 지휘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보기에 따라 새누리당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야당의 자기고백처럼 들린다.

이사야 벌린은 톨스토이 소설 속 캐릭터를 분석하기 위해 인간 유형을 고슴도치와 여우 유형으로 분류한다.

미국 버클리대 필립 테틀록 교수는 “언론은 신념에 차서 강하게 발언하는 고슴도치 유형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이런 고슴도치 유형은 발생하는 새로운 정보를 자신의 편견을 강화하는 쪽으로 활용한다. 나도 오늘 그 고슴도치 대열에 합류한다. 그러니 독자들이여, 부디 이 예측을 믿지 마라.

첫째,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180석을 넘길 확률은 80%다. “확률적으로 예측하라”는 당대 최고의 선거분석가 네이트 실버의 충고를 따랐다. 지난해 말 언론사들은 일제히 정당 지지율을 포함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1여다야’ 구도다. 조사기관에 따라 각 정당 지지율이 10%포인트 가까운 편차를 보였다. 네이트 실버는 이런 편차들 때문에 각종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값을 취하고 여론조사기관들의 과거 정확성에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분석해 정확도를 높였다. 조선일보·동아일보·한국일보·서울신문·문화일보·KBS·SBS·YTN 등 8개 언론사 발표의 평균값을 내봤다. 평균 지지율은 새누리당 34.9%, 더민주 18.7%, 국민의당 18.6%였다. 정당별 최고 지지율과 최저 지지율을 뺀 평균값도 이와 거의 같았다. 선거연합 같은 획기적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새누리당 압승을 예상할 수 있다.

나아가 투표율 변수도 고려했다. 18대 총선 투표율은 46.1%, 19대 총선 투표율은 54.2%였다. 20대 총선 투표율은 어느 정도일까. 1월1일부터 15일까지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서 ‘총선 또는 선거’를 언급한 문서는 20만3744건이었다. 이는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같은 기간 언급량 30만993건의 68%에 불과한 수치다. 총선 관심도를 나타내는 언급량을 기준으로 단순 치환하면 20대 총선 투표율은 40% 초반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에 유리한 지표다.

둘째, 국민의당이 제1야당이 될 확률은 51%다.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호남 지역에서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민주 지지자들이 들으면 불편하겠지만 안철수 탈당으로 야권 지형은 일정 부분 ‘과거 대 미래’ 프레임이 설정되고 있다.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헤게모니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명망가 영입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전취하기 위한 혁명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의당은 역시 미완의 숙제처럼 불안한 요소를 갖고 있다.

셋째, 야권이 승리할 확률은 10% 정도로 낮아졌다. 민심 기저에는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절망과 분노가 있고, 세월호 참사의 도도한 슬픔이 있다. 야권 정치지도자들은 이 본질적인 정치적 감수성에 과감히 다가가야 한다. “선거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극적 감각들을 일깨운다”(<신호와 소음> 중). 박근혜 대통령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은 것도, 야당 대권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여당 주자들의 합보다 높은 것도 유동성의 한 요인이다.

확장성은 국민의당으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래로 가는 가슴 설레는 정책을 내놓기보다 과거 지도자들 무덤으로 향하는 지도부의 행태를 볼 때 이것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야권이 판을 바꾸려면 건강한 경쟁으로 각자 영역을 넓힌 다음 아래로부터의 극적인 선거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시 케인스로 돌아가, 내일 새로운 팩트가 생긴다면 나는 기꺼이 새로운 예측을 할 것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빅데이터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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