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한계>① 자유와 방종 사이 미묘한 경계(종합)

2016. 1. 15. 14: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국의 위안부' 판결로 '표현의 자유' 논란 재점화 학술·미술·출판 등 다양한 분야서 '뜨거운 감자'

'제국의 위안부' 판결로 '표현의 자유' 논란 재점화

학술·미술·출판 등 다양한 분야서 '뜨거운 감자'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고은지 한혜원 기자 =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에 빗대어 논란이 된 책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에 또 한 번 불이 붙게 됐다.

2013년 발간된 '제국의 위안부'는 위안부를 국가세력 확장을 추구하는 제국주의가 만든 존재이자 국가의 욕망에 동원된 개인적 희생의 문제로 바라본다.

출판사는 이 책에 대해 "위안부 문제를 국가가 아닌 제국의 문제로 바라보면서 위안부를 재구성하는 기억의 투쟁에서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둘러싼 갈등을 분석하고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해결 방식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학계는 비교적 해석의 차이에 관대한 편이었다.

예컨대 우리나라 상고사·고대사의 가장 큰 논쟁거리인 한사군의 위치를 둘러싸고도 '평양설'과 '요서설'이 첨예하게 맞붙지만, 학파 간 갈등이 토론의 장을 넘어선 적은 거의 없다.

이런 연장 선상에서 볼 때 '제국의 위안부' 또한 위안부를 바라보는 하나의 학문적 견해로 생각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지난해 2월 기자회견에서 "이 책은 일본의 부정론자들은 위안부를 '매춘부', 지원단체는 위안부 소녀상이 표상하는 '무구한 소녀'라는 이미지만을 유일한 것으로 주장하며 대립해 온 20년 세월을 검증하고, 그 이전에 위안부란 어떤 존재인지 '조선인 위안부'에 초점을 맞춰 고찰해 보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의 끝에서 "위안부란 전쟁이 만든 존재이기 이전에 국가세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제국주의가 만든 존재이며 국가의 욕망에 동원되는 개인의 희생 문제"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나온 판결은 법원이 학문적 자유·표현의 자유보다는 생존 인물에 대한 명예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학계 전반 나아가 출판, 미술,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울시립미술관은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에서 홍성담 작가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장면을 그리면서 범죄를 두둔하는 듯한 내용을 적은 그림 '김기종의 칼질'을 걸었다가 논란이 생기자 철거한 바 있다.

당시 미술 평론가 정준모 씨는 "자유와 방종은 구분돼야 한다"며 "스스로 자유를 구가하려면 사회적으로 합의된, 지켜야 할 도리는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생이 쓴 시집 '솔로 강아지'는 '학원 가기 싫은 날 엄마를 씹어 먹는다'는 내용으로 '잔혹동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출판사 측은 해당 시집 전량을 회수하고, 논란이 된 시를 삭제한 뒤 책을 재출간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공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제국의 위안부'가 기소됐을 당시 지식인 192명이 "국가가 원한다면 위안부 문제를 넘어 역사 문제 일반과 관련해서도 시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반민주적 관례를 낳을 것"이라는 반대 성명을 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도라산역 벽화 철거 사건'도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정한 사례다.

미술가 이반(75) 씨는 2005∼2007년 통일부 의뢰로 경의선 철도 도라산역 통일문화광장에 벽화를 그렸으나, 정부는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씨의 동의 없이 2010년 5월 해당 벽화를 철거됐다.

이에 작가는 예술의 자유와 저작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대법원은 "국가가 소유권을 가진 미술품이더라도 마음대로 폐기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3월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웹툰 사이트인 '레진코믹스' 내 일부 일본 출판만화의 음란성을 문제 삼아 사이트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가 일각에서 '과잉 금지'라는 지적이 일자 하루 만에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여파로 같은 해 4월 새정치민주연합(현재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등은 방심위가 웹툰 사이트를 규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안'(일명 레진코믹스법)을 발의했다.

한 법학 전공 교수는 "해석이나 의견의 영역을 규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사회적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un@yna.co.kr, hye1@yna.co.kr

☞ "공소시효 끝났잖아"…19년만에 중국서 나타난 살인범
☞ 붕어빵 9천원, 순대 1만4천원...밖으로 나가니 '왕대접'
☞ 새벽 문열린 아파트 들어가 성폭행 시도 30대男 덜미
☞ 거리에서 낫 휘둘러 2명 숨지게 한 50대 검거
☞ 패륜아들의 그릇된 변명…"노모 편하게 해 드리려고"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