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한중관계..'서운한 중국' 정리하는게 답일까

대북제재 소극적인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회의론 대두 전문가들 "한중관계, 북핵에 매몰 안돼..감정적 접근 경계해야"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북핵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2016.1.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황라현 기자 =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중 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핵실험 후 중국의 소극적인 대북 압박 태도로 한중관계 위기론이 팽배해지면서다.

가장 필요로 할 때 힘을 보태주지 않는 중국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하지만 한때의 '배신감'으로 한중관계를 재정립할 정도로 한중관계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북한의 기습적인 핵실험 직후 이례적으로 강한 분노를 표했던 중국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대북제재에 난색을 표하자 외교가 안팎에서는 우리 정부의 대중외교 위기론이 대두됐다.

그간 중국과의 최상을 유지해온 데에는 지금과 같은 한반도 유사시에 중국을 대북 레버리지로 사용하겠다는 정부의 복안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막상 핵실험 정국에서 이 레버리지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의 한중관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본격적인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최상의 관계 속에서도 대북 압박에 소극적인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한미일과 동맹 체제를 구축해 북한의 핵위협을 대비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민감에게 바라보고 있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와 관련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 이런것을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중관계가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서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중관계를 북핵 문제에만 매몰시키면 안된다는 조언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아서 한중관계가 위기라고 하는 잘못된 것"이라며 "한중관계를 바라볼 때 북한에 대한 부분과 우리의 (경제사회적) 이익에 대한 부분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관계가 경제, 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군사 안보적 측면에서 신뢰가 완벽히 형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한중관계의 전체적인 틀을 흔드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중국이 당장 북한을 압박으로 몰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대북 레버리지로서의 중국의 가치가 전혀 없다고 판단하는 것 역시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문제가 발생하면 내부적으로 장시간 논의하는 중국의 정책결정 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의 기반을 쌓기 위해 한중 우호관계를 포기할 수 없는 만큼 감정적으로 판단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입장이 아직 확고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3국 협력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압박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선 한국이 한미일 3각체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였다는 게 매력적이었는데 북한을 빌미로 한국이 3각체제를 치고 나오면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북한과의 협상을 중시하는 중국도 고려해야지 미국과 일본을 대변하고만 있으면 문제해결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을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압박 움직임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 위협이 중국이 경계하는 한미일 안보체제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납득시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한권 교수는 "북핵 위협이 한미일 지역안보 협력 체제로 이어지면 동북아의 군사안보적 지형도가 바뀐다는 사실을 중국이 염두에 둘 수 있게 해야한다"며 "한미일과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면 북한만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한 현직 외교관은 "최상의 한중관계를 구축했다고 밝힐 만큼 정부는 한중관계에 많은 투자를 진행했다. 이 투자를 한 순간에 되돌리는 현명하지 못하다. 냉철한 현실주의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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