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글과 그림으로 피어난 '강릉 우먼파워'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2016. 1. 1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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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오죽헌·허난설헌 생가
신사임당은 율곡의 어머니다. 허난설헌은 허균의 누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누이’를 떼고 그녀들 자신을 만나보려고 한다. 알고 보면 ‘센’ 여자들, 그녀들의 순수했던 열정을 만나러 강릉으로 간다.
신사임당
◆ 신사임당의 친정집, 오죽헌

한국사람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그림, 그 화가는 신사임당이다. 모두가 지갑 속에 넣어 본 적 있는 5만원권과 5000원권 그림의 도안자다. 물론 위대한 학자이자 정치가인 이율곡의 어머니로 잘 알려져 있다. 1504년부터 1551년까지 그녀의 삶은 5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5세기가 지나도록 ‘어머니의 대표’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아들 잘 키워 학부모의 롤모델이 됐지만 자식 뒷바라지 한다고 평생을 자식만 바라보며 희생한 어머니는 아니다. 그녀는 훌륭한 예술가였다. 스스로가 좋은 본을 보임으로써 이율곡의 정신적인 스승이 된 것이다. 그녀는 당대에 산수도를 잘 그리는 화가로 명성을 누렸다. 율곡의 스승인 어숙권은 신사임당에 대해 "안견 다음 가는 화가"라고 칭송했고 사후 100년이 지나서도 대학자 송시열이 그녀의 그림에 찬탄했다고 한다.

오죽헌은 신사임당의 친정집이다. 결혼을 해서도 이곳에 거하며 율곡을 낳았고 아들의 유물도 이곳에 있다. 조선시대라 하면 부계 중심의 사회로 알지만 조선 중기 이전만 해도 가족문화가 여성의 거주지 중심이었다는 것을 알면 의아함은 쉽게 풀린다.
신사임당의 그림
사임당은 7세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안견의 '몽유도원도', '적벽도', '청산백운도' 등을 모방해 그렸고 풀벌레와 포도를 잘 그렸다고 한다. '초충도', '포도', '양귀비와 도마뱀' 등 그녀의 그림에 자연물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재능이 아버지 신명화 쪽이 아닌 외가쪽으로부터 물려 받았다는 사실이다. 오죽헌은 신사임당의 친정집이자 어머니의 친정집, 외할머니의 집이다. 신사임당은 38세 때 서울의 시집으로 옮기기 전까지 이곳 오죽헌에서 4남3녀를 낳아 길렀다.
오죽헌의 풍경은 자연과 잘 어우러져 안정적이다. 5000원권에 등장할 만하다. 그런데 둘러 보면 율곡이 태어난 곳, 율곡의 사당, 율곡의 벼루를 보관한 곳 등 이율곡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시대에 신사임당보다는 이율곡의 기록이 많았을 것이 자명하다. 이율곡은 이곳에서 다섯살 때까지 살았을 뿐이지만 어머니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여러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율곡은 16세 때 어머니 신사임당을 여의고 몹시 방황했다. 그는 출가를 결심할 정도로 마음을 잡지 못했고 오랫동안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오죽헌
오죽헌에 가면 생가 이외에 몇개의 전시관이 더 있다. 율곡기념관, 향토민속관, 역사문화관, 야외전시장, 대관령박물관 등이 그것이다. 생각보다 넓고 볼거리가 모여 있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 이제 오죽헌은 단지 신사임당과 율곡만을 설명하는 곳이 아니라 그 시대와 이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가 됐다. 그녀의 그림이 화폐에 나오고 그녀의 집에 많은 사람이 찾아올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놀라운 예술가이자 훌륭한 어머니가 이룬 것이 참으로 놀랍다.

◆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집

허난설헌은 최초의 한류열풍의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겐 ‘허균의 누이’로 교과서에 한줄 나온 게 전부지만 그녀의 재능은 지경을 넘는 것이었다. 이를 알아본 오빠 허봉이 당대 최고의 시인 이달에게 여동생 교육을 부탁했고, 그녀가 8세 때 지었다는 시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은 주변을 놀라게 했다. 조금은 자유롭고 재능을 인정하는 가풍에서 태어난 것도 그녀의 복이다. 김만중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조선시대 규중의 ‘유일한’ 여류시인으로 성장했다. 이름 없이 사라져간 여류 문학가가 없었을까 마는 허난설헌은 가족 덕에 시집을 남겼다.
허난설헌 허초희
허난설헌의 시는 중국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난설헌의 시는 하늘에서 떨어진 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됐다.’, ‘조선의 군신도 그보다 앞서지 못할 것이다.’, ‘허난설헌은 하늘에서 내린 사람이다.’, ‘내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 됐다. 이처럼 출중한 여자가 있었나?’ 등 그녀를 향한 찬사가 여러 기록으로 전해진다. 또한 허난설헌이 남편을 두고 중국의 시인 두목을 사모한다는 스캔들까지 돌았다. 만난 적도 없는 다른 나라의 유명 시인을 좋아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지금으로 치자면 유명 여배우가 할리우드 배우 누구를 좋아한다고 하니 당장 검색순위 1위에 오르고 사람들이 SNS에서 수만개의 댓글을 다는 것과 같다 하겠다. 그만큼 명성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루머가 아니겠는가.
허난설헌은 사후에 큰 인기를 누렸다. 1606년에 조선을 방문한 명나라 사절단이 허균에게 난설헌의 시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런데 시집이 나온 때는 그로부터 2년 후인 1608년이다. 허난설헌은 유언으로 자신의 시를 모두 불태우라고 했지만 누이를 좋아했고 뛰어난 기억력까지 가졌던 허균은 보관했던 시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모아 시 164수가 수록된 <난설헌 집>을 출간했다. 사후 19년의 일이었다. 허균은 이 시집의 서문을 유성룡에게 부탁했더니 "기이한 일이다. 이 시는 부인의 말로 쓴 시가 아니다"라고 감탄하며 이 시들을 잘 간직해 반드시 후세에 전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허난설헌 생가
어쨌든 유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덕분에 아름다운 시가 우리에게 전해지지만, 반대로 표절논쟁도 있었다. 1652년 중국 유여시가 허난설헌의 평전을 쓰며 표절의혹이 시작됐다고 하니 사후 50년이 훌쩍 넘어서까지 중국에서 허난설헌이 인기가 있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녀가 저승에서 본다면 조금은 억울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시가 전해진 것과 표절논쟁에 휩싸인 것 중 허난설헌은 어느 쪽을 더 안타깝게 여기고 있을까.
허난설헌 생가
지금 허난설헌 생가터에는 허균과 허난설헌의 기념관이 있다. ‘ㅁ’ 자형 한옥에는 허씨 집안의 가계도와 그들의 작품, 글씨, 기록들이 전시돼 있다. 사실 전시물이 많지 않다. 생각해보면 난설헌은 여자였기 때문에 변변한 유물이 없을 것이고, 허균은 역적으로 몰려 능지처참을 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주변을 둘러보며 이 남매가 받았을 영감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들은 이곳의 공기와 소리를 자양분으로 먹고 자랐을 것이다. 집 바깥의 빽빽한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그녀의 시비를 읽어본다. 양반가치고는 소박하고 아늑한 집안을 살펴보며 당대 천재 가문의 기운을 느껴본다.
허난설헌 생가 소나무 산책로

[여행 정보]

오죽헌 가는 법
영동고속도로 - 신갈분기점에서 ‘원주, 인천’ 방면으로 우측방향 - 신갈분기점에서 ‘원주’ 방면으로 좌측방향 - 둔내터널 - 동해고속도로 - 경강로 - ‘주문진, 경포, 강릉과학산업단지’ 방면으로 우측방향 - 사임당로 - ‘솔올지구, 강릉원주대학교’ 방면으로 우회전 - 교동광장로 - 솔올교차로에서 ‘양양,주문진’ 방면으로 좌회전 - 동해대로 - ‘솔올지구, 강릉원주대학교’ 방면으로 좌회전 - 죽헌길 - 죽헌길 44번길

[대중교통]
강릉고속터미널 - 202번 버스 탑승 - 오죽헌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오죽헌: 검색어 ‘오죽헌’ / 강원도 강릉시 율곡로 3139번길 24
허난설헌 생가: 검색어 ‘허균허난설헌기념관’ /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 477-8

오죽헌
문의: 033-660-3301
http://ojukheon.gangneung.go.kr
관람시간: (겨울) 오전 8시 ~ 오후 5시 30분 (관람시간 30분 전 매표 마감)
관람요금: 어른 3000원 / 청소년·군인 2000원 / 어린이 1000원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문의: 033-640-4798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관람요금: 무료
문화관광해설: 033-640-5132

솔향강릉 (강릉 관광사이트)
http://www.gntour.go.kr
문의: 033-640-5420

주변볼거리
동양자수박물관:
이곳 역시 여인들의 훌륭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보자기, 쌈지, 액자, 병풍 등 여러 생활용품과 전시물에 표현된 상상을 뛰어넘는 자수 작품을 관람하고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오죽헌 입구 '강릉창작예술인촌'에 위치해 오죽헌 가는 길에 둘러보기 좋다.
관람시간: (12~2월) 오전 9시 ~ 오후 5시
관람요금: 일반 4000원 / 초·중·고 3000원 / 유치원 2000원
문의 033-644-0600 / 강원도 강릉시 죽헌길 140-12
동양자수박물관
● 음식
삼교리동치미막국수: 30년 전통의 막국수 맛집으로, 1년 이상 숙성된 동치미 국물이 계절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면은 메밀향을 잡아주는 저속기어 방식으로 제분하는데 식당 한쪽 제분실에서 직접 볼 수 있다.
동치미막국수 7000원 / 열무비빔막국수 7500원 / 메밀전 6000원
033-642-3935 / 강원도 강릉시 경포로 15번길 6-19

● 숙박
메이플비치리조트: 동해바다와 대관령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좋은 리조트다. 가족여행 시 쾌적하게 이용하기 좋다.
예약문의: 033-823-2000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염전길 255
http://www.maplebeach.co.kr/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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