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속마음에 숨겨둔 말을 개그로..'분노 통역사'

손석희 2016. 1. 1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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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작년 4월 25일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가깝지만 결코 가깝지 못한 혹은 가까워서도 안 될 그러니까 흔히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대통령과 기자들 간의 만남의 자리.

그 자리에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국 코미디언 키건 마이클키를 자신의 이른바 '분노 통역사'로 초대해서 속마음을 대신 전하도록 했지요.

대통령이 웃으면서 얘기하면 분노통역사가 대통령의 속마음을 개그를 섞어 풀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기에 불편한 말, 그래서 속마음에 숨겨둔 말을 개그로 통역시킨 오바마의 재기가 돋보인 연설이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유됐던 유쾌했던 영상 중의 하나입니다.

공교롭게도 어제(13일) 한국과 미국 정상은 비슷한 시간에 연단에 섰습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 연두교서 발표였고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4년차의 연두기자회견과 대국민 담화자리였습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친숙한 단어. 쉬운 비유와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했지요. 탁자를 치거나, 때로는 한숨을 쉬거나 그렇게 여과 없이 혹은 진솔하게 드러낸 감정들.

그러나 예상대로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만큼이나 극과 극. 반반으로 나뉘었지요.

즉 핵심 지지층 성향에 맞는 어법일 수도 있겠으나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공감을 얻을 수는 없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것은 소통의 시대가 아닌 불통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은 아닌가.

물론 올해 마지막 연두교서발표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도 가장 후회되는 일은 여야 간의 적대감과 의구심이 더 악화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는 작년에 이른바 분노통역사란 아이디어를 냈는지도 모르지요.

작년 3월. 앵커브리핑에서 소개했던 통역사가 또 한 명 있습니다.

'토미 크롱' 수화통역사인 그는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손짓은 물론 풍부한 표정과 몸짓으로 노래를 표현해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통역사의 사전적 의미는 말이 통하지 아니하는 사람 사이에서 뜻이 통하도록 말을 옮겨줌, 이렇게 되어있군요.

감춰진 속마음을 통역하되 불쾌하지 않도록 말을 옮겨준 미국의 그 분노통역사처럼…

우리에게도 서로 좀 다르다 할지라도 편을 가르기보단 차라리 웃음을 주는 그런 통역사의 고용이 필요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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