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00배 차이나는 폭스바겐 제재..'美 108조 vs 韓 141억'
◆ MK리포트 ◆
이 소송과 별도로 미국 정부는 폭스바겐이 고의로 미국 당국과 소비자를 속인 의혹, 즉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혐의가 입증되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서슬은 좀처럼 누그러들 기미가 안 보인다. 뮐러 CEO의 공식 사과 바로 이튿날 캘리포니아대기자원위원회는 폭스바겐의 차량 리콜 계획이 부적합하다며 퇴짜를 놓았다.
반면 한국 정부의 대응은 매우 미온적이다.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폭스바겐에 대해 취한 제재 조치는 과징금 141억원 부과와 문제 차량 12만여 대에 대한 판매 정지 및 리콜 명령이 전부다.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과 미국 정부 소송가액을 단순 비교하면 무려 76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정부 차원의 민사소송이나 형사고발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피해 구제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최근 환경부에 리콜 계획을 제출하면서 국내 고객에 대한 보상 계획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미국에서 폭스바겐은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 조사 결과 발표와 동시에 소비자 1인당 1000달러(약 121만원)씩의 현금 보상 계획을 발표했고, 이미 대부분 보상이 집행됐다. 이에 더해 이달 11일엔 뒤늦게 배기가스 조작 사실이 확인된 투아렉, 포르쉐 등 3.0ℓ 디젤엔진도 동일한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도덕적 스캔들을 일으킨 기업이 대대적 판촉에 나서는 것은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얕잡아본 결과로 보기도 한다. 환경을 오염시킨 범죄 행위에 대해 냉정한 심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차는 더 팔아주고 피해 구제에선 뒤로 밀리는 '호구'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이 폭탄세일을 주저 없이 감행하고 소비자들이 이에 호응하는 데는 정부의 무른 대응이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렁하게 대응한 결과 배기가스에 대한 소비자 경각심을 환기하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배기가스 조작 파문 이후 각국 정부의 대응을 비교해보면 우리 정부처럼 '관대한' 곳이 없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유럽 각국도 폭스바겐을 상대로 강도 높은 압박을 진행 중이다. EU의 반부패국은 지난달부터 폭스바겐이 친환경차 개발 등의 이유로 유럽투자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정당하게 사용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독일 검찰은 지난해 9월 사임한 마르틴 빈터코른 전 폭스바겐 회장을 조사한 데 이어 10월에는 폭스바겐 본사 및 주요 임직원 사택을 압수수색했다.
한국은 유럽과 더불어 디젤차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로 배기가스 조작 파문에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야 정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처음부터 고의성을 갖고 소비자를 기만하고 대기오염을 악화시킨 사실, 이를 스스로 인정한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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