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표기보다 제품의 성능이 좋은데도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바보 마케팅’ ‘겸손한 마케팅’이라는 평을 듣는 LG전자. 14일 공개된 LG전자의 15인치 노트북 ‘그램 15(사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IT전문매체 블로터는 이날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그램15’를 재어본 결과 실제 표기된 980g 아닌 950~970g대였다고 보도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판매용 양산품의 무게는 평균적으로 960g후반대에서 970g 초반대로 나온다”며 “오늘 행사장에 있었다는 950g대 제품은 양산품이 아닌 연구소에서 가져온 시제품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차로 인해 표기 무게보다 더 나갈 가능성이 있어 오차의 최대치를 감안했다”며 “도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와 저울 오차를 감안해 980g으로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사가 표기하는 무게보다 많이 나가면 고객들이 속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쁠 것이다”며 “고객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최대치로 표기하는 게 정직하지 않은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LG전자 관계자는 “기술진들이 절대 980g을 넘지 않겠다는 각오로 만들었다”며 “바보 마케팅으로 해석되는 건 조금 마음이 아프고 소비자를 배려한 정직한 마케팅, 겸손한 마케팅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일수록 규격 표시 규정이 엄격하다”며 “글로벌 제조사로서 규격에 관해서는 보수적으로 정한다는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2013년 ‘그램 13’, 2014년 ‘그램 14’에 이어 15.6인치 노트북도 980g로 감량에 성공하며 노트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군의 무게를 모두 ‘980g’으로 만들어냈다. 한국기록원은 그램 15가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같은 크기의 노트북 중 가장 가볍다고 인증했다.
LG전자는 그램 15가 기존 15인치대 노트북에 비하면 최대 50% 이상 가볍다고 밝혔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LG전자는 LG화학과 협업해 14인치 제품군과 같은 배터리 용량을 유지하면서 무게를 7g 정도 더 줄인 고밀도 배터리를 완성했다.
LG디스플레이는 14인치 제품과 비교해 더 얇은 IPS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몸체 소재는 항공기와 슈퍼카 등에 쓰이는 희토류 마그네슘으로, 몸체 밑판을 지탱하는 부품은 포스코가 생산한 마그네슘으로 바꿨다.
무게를 줄였지만 성능은 더 올렸다. 그램15는 6세대 i3~i7 인텔 코어 프로세서로 동작한다. 내장 램 용량은 4~8G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용량은 180~512GB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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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혁준 LG전자 PC 상품기획팀장은 블로터에 “사용자가 노트북에서 원하는 요소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초경량이고 다른 하나는 멀티태스킹을 위한 큰 화면”이라며 “그램15는 두 가지 요소를 하나로 만들기 위한 노력 끝에 완성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그램15가 공개된 이날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전년 대비 8.3% 줄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자료는 데스크 기반 PC와 노트북 PC, 울트라 모바일 프리미엄을 포함한 수치다.
가트너는 PC 제조사들이 출하량보다 수익성에 기대를 걸었으며 게임용 PC, 데스크톱과 대형 모니터 스크린과 함께 제공되는 제품, 그리고 울트라모바일 디바이스 모델과 같은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