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치 낮춘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는 '난색'..왜 그럴까?

정원석 기자 2016. 1. 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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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이유로 ‘세계 경제의 부진’을 꼽았다./조선DB
이주열 총재는 14일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해서 금리까지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조선DB

한국은행이 14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2%에서 3.0%로 하향 조정한 것은 세계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3.4%로 제시했던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이날 3.2%로 낮췄다.

지난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이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경제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고, 연초부터 중국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성장률 전망치 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들어 배럴당 30달러선 아래로 내려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 흐름도 성장의 하방리스크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와 관련,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이유는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둔화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성장률 하향 조정을 지난해 4분기에 나타난 지표 부진에 따른 기술적 조정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2.7%로 제시했던 작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2.6%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지난 4분기에 수출 부진이 누적되면서 설비투자가 악화됐고, 잦은 강우로 건설투자가 위축된 것이 성장률 하향조정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0월, 11월 산업생산이 두달 연속 감소하는 등 4분기 들어 경기지표가 부진하면서 2015년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것이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으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긴 했지만 경기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한은의 기존 전망과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 또한 “4분기 성장률이 다소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지난 3분기 성장률이 너무 높은 데 따른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면서 “전체적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나타난 경기회복세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것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3.0%의 성장은 한은이 제시한 3.0~3.2%의 잠재성장률 범위 안에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대부분 2%대 중반대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반면, 정부와 한은은 3%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0%로 수정됐는데, 경기여건이 바뀌면 전망 또한 바뀌는 것이 필연적인 결과”라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해서 금리까지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한은의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인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지만, 이 총재는 “최근의 저물가는 국제유가의 추가하락 등 공급측 요인으로 인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할지는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10월 전망치(1.7%)보다 0.3%포인트 낮춘 1.4%로 제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보다 더 높게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은과 정부 안팎에서 지난 12월 물가상승률이 11월(1.0%)보다 높은 1.3%을 기록한 배경에 농산물 가격 상승 외에도 소비지출이 증가하면서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일정 정도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위안화 환율 절하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동반상승하고 있는 것도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한은의 인식이 낙관론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내외 경제여건이 작년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2.6%)보다 더 높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작년의 소비 증가가 정책적 요인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올해 반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이같은 판단의 근거”라고 말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위원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대 중반 이하로 제시하고 있지만, 한은의 실제 인식은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은 것 같다”면서 “전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이 인플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은은 그런 기조와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원유 도입단가를 배럴당 44달러로 제시한 한은의 전망은 다수 국제기구들이 배럴당 50달러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서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이라며 “한은의 3.0% 성장 전망이 낙관적이라고 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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