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 답답했으면..네티즌들이 직접 LG 제품 홍보
LG전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초경량 노트북 ‘그램 시리즈’의 신제품 출시행사를 열었다. 신제품 발표 행사장 곳곳에는 저울이 놓여 있어 실제 노트북 무게를 측정할 수 있었다.
LG전자 ‘그램’ 노트북 무게는 이전에도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흔히 ‘초경량’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의 경우 실제는 ‘더 무겁다’는 논란이 빚어지는데, LG전자 그램은 거꾸로 광고보다 ‘더 가볍다’는 게 화제였다. 네티즌 사이에서 “실물 무게는 (광고보다) 더 가볍다”, “LG는 980g이라는데 실제는 960g 정도”, “홍보는커녕 무게를 더 늘리고 있네” 등의 의견이 나돌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의 'LG 구하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LG 제품의 장점 또는 선행 등을 네티즌들이 직접 찾아내 글을 올리고 이를 퍼 나르는 것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LG의 홍보·마케팅이 오죽 답답하면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대사를 자처할까”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는 ‘LG가 또 일 냈네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미국의 토네이도 속에서도 망가지지 않고 멀쩡한 형태를 유지하는 LG 냉장고의 사진부터 과거 독립운동가를 후원한 LG그룹의 미담까지 올라왔다. 복지시설에서 사용되는 LG 제품은 무상으로 수리해준다는 내용의 사진과 글도 게재됐다.
트위터에는 ‘LG, 마케팅 대신 해드립니다’라는 계정까지 등장했다. LG와 개인적으로 연관이 없다고 밝힌 계정 운영자는 “LG전자 제품을 써보니 좋은 기능이 많은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제품의 장점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계정은 품질과 성능은 뛰어난데도 LG전자가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은 제품을 주로 소개한다.
한 달 사이 LG전자의 장점을 부각한 게시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집중적으로 공유되자, 일부에서는 LG전자가 ‘고도’의 SNS 마케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관련 게시물에 “이쯤 되면 LG전자의 자작 마케팅 같다. 관련 포스팅이 한 달 동안 나오는 걸 보면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LG전자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LG전자 측은 “관련 게시물을 게재한 적이 없다”면서 “LG는 항상 제품을 과장하지 않는 정도(正道) 마케팅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그동안 마케팅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품질의 제품을 내놓고도 마케팅 역량이 부족해 제품의 진가(眞價)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전략 스마트폰인 ‘V10’의 고성능 오디오나 20K 도금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지 않은 것도 일종의 마케팅 전략의 부재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스마트폰의 모든 스펙을 강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과장이나 허위 광고가 넘쳐나는 시대에 LG전자처럼 약간 답답해보일 정도로 곧이곧대로인 기업이 오히려 신선해보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백수오 사태를 포함해 기업들의 허위 광고와 갑질에 지친 네티즌들이 상대적으로 소박하고 순수해 보이는 LG 제품에 호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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