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무시·늑장대응·업무혼선..메르스 사태 총체적 부실 확인

진성훈 기자 2016. 1. 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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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 결과..메르스 홍보물 보건소 창고에 2년 넘게 방치도 삼성서울병원, 접촉자 명단 제때 제출 안해..보건당국은 업무혼선으로 명단 전파 지연
지난해 6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시설이 갖춰진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환자를 돌보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보건당국이 전문가들의 거듭된 권고에도 불구하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지침을 잘못 제정해 대비를 소홀히 하는 등 지난해 메르스 사태는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2차 확산 진원지였던 삼성서울병원이 환자 접촉자 명단을 지연 제출하는 등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14일 이같은 내용의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16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는 등 39건의 감사 결과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8월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른 것으로, 감사원은 지난해 9월 10일부터 10월 29일까지 복지부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9월 메르스 최초 발생 후 2013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세계보건기구(WHO)는 8차례, 국내 전문가들은 2차례에 걸쳐 메르스 연구 및 병원 내 감염 방지대책 마련 등을 지속적으로 보건당국에 권고했다.

◇사태 발생 전 사전 대응 부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 6월부터 메르스 대책반을 운영하면서도 확산 양상이나 해외 대응사례 등에 대한 연구 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다.

2014년 7월 메르스 대응지침 수립시에도 WHO 등의 기준 분석이나 전문가 자문 없이 관리대상 범위를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자'로 좁게 설정해 초동대응 실패를 자초했다.

◇ 초동대응 실패…1번환자 대응, 삼성병원의 실패

지난해 5월 18일 최초 환자의 신고 이후 메르스 진단검사가 34시간이나 지체되는가 하면 메르스 전염력을 과소평가해 방역망을 1번 환자가 입원한 병실로만 한정하는 등 초기대응에서 부실했던 점도 사실로 드러났다.

2차 확산 진원지였던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1번 환자의 평택성모병원 경유 사실을 알면서도 병원 내 의료진에게 이를 공유하지 않아, 이후 같은 병원을 거쳐 온 14번 환자를 응급실에서 치료해 대규모 추가 감염이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또한 지난해 5월 30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로부터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제출을 요구받은 뒤 이튿날인 5월 31일 주소와 연락처가 포함된 678명의 명단을 작성하고도 노출 위험이 큰 접촉자 117명의 명단만 제출하고 나머지 561명 명단은 6월 2일에야 제출했다.

병원측이 이처럼 역학조사 업무에 협조하지 않음에 따라 561명의 명단 제출이 지연된 시간만큼 환자나 보호자 등에 대한 추적조사 및 능동감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보건당국의 늑장대응도 메르스 사태 확산에 한몫을 했다.

◇늑장 병원공개 등 안일했던 보건당국

대책본부는 초기 방역조치 실패로 감염이 대규모 확산세를 보이고 있었음에도 병원명 공개 등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1일 3차 감염이 본격화하면서 6월 2일부터 언론과 전문가, 시민단체, 정부 내부로부터 병원명 공개 요구가 공식적으로 제기됐는데도 정보 공개가 검토되지 않다가 6월 7일에서야 뒤늦게 병원명이 공개됐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환자치료 거부 및 혼란 발생 등을 이유로 병원명 비공개 의견을 견지하다가 6월 3일 대통령 지시 이후 신고요령 지침 준비, 격리시설 추가 확보 등 준비에 시간이 걸려 6월 7일에서야 공개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대책본부는 또한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 일부(117명)를 제출받고도 업무혼선으로 즉시 격리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6월 2일 전체 명단을 확보한 뒤에도 여전히 이를 시도 보건소에 통보하지 않고 있다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질책이 있자 6월 7일에야 이를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대책본부 지원관리반에서 117명 명단을 제출받아 기획총괄반, 현장점검반 담당자 등에게 전달했으나 자료입력 담당부서인 자료입력팀에는 보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후속조치가 7일간 지연된 결과 14번 환자와 접촉한 76번 환자 등이 관리대상에서 누락된 상태로 강동경희대병원 등을 방문해 대규모로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대책본부는 6월 1일 삼성서울병원 의사(35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이를 6월 4일에야 뒤늦게 공개하면서 확진일자를 6월 1일이 아닌 6월 4일로 사실과 다르게 공개하기도 했다.

국가지정병원에 설치된 음압병상 중 다수가 다인실(多人室)에 설치돼 환자간 감염 우려로 인해 2개 음압병상이 설치된 2인실에 1명만 입원하는 등 비효율적으로 병상이 운용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19개 병원 중 3개 병원은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음압시설을 갖춘 병상을 설치하고도 전문인력이 없어 메르스 사태 당시 활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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