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장 불량(벌점 1점), 화장실 포함 자리 이탈(벌점 1점), 근무 중 휴대폰 소지(적발시 바로 퇴사).”
중·고등학교에서나 운영되는 시대에 뒤떨어진 학칙이 아니다.
13일 오후 엠엘비파크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스탠리 큐브릭 전 근무자 벌점제도 실시’라는 제목의 한 장의 문서가 찍힌 사진이 공유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분을 샀다. (▶바로가기 )
사진에 담긴 벌점 제도 내용을 살펴보면 △복장 불량(벌점 1점) △근무태도 불량-벽에 기대거나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 넣고 있을 경우(벌점 1점) △근무 중 휴대폰 소지(적발시 바로 퇴사 조치) △근무 중 다른 근무자와 접선(벌점 2점) △근무 중 자리 이탈(화장실 포함, 벌점 1점) △출근 전 병원 방문 또는 조퇴시 회사제출용 진단서 필히 제출(미제출시 벌점 1점, 위조시 퇴사) 등의 항목을 담고 있다. 문서에는 “근무자들의 근무태도 개선 및 전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이 제도를 실시하겠다”며 “벌점 합계가 5점 이상이 되면, 퇴사 조치한다”고 적혀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논란이 되고 있는 벌점제도 문서는 전시기획사인 지앤씨미디어가 미술관 스탭(아르바이트)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문서로 확인됐다.
현대카드는 서울시립미술관, 독일영화박물관과 공동주최로 지난해 11월29일부터 오는 3월13일까지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세계를 조명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9 스탠리 큐브릭 전>을 열고 있다. 이 행사의 현장 운영과 인력 관리 등을 전시기획사인 지앤씨미디어가 도맡아 하고 있다.
정용석 지앤씨미디어 이사는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술관 업무상 중요한 작품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근무자로서의 기본 소양을 요청한 것이며 경각심 차원의 조처였다”면서 “근무자들의 휴대 전화 사용 등 관람객 응대에 대한 불만들이 자주 접수돼 현장 매니저가 14일부터 상벌점 제도에 대해 고민했는데, 실제로 시행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난 주말 미술관을 찾은 관객의 일부가 서울시립미술관에 스탭들의 근무 태도에 대해 항의를 했고, 이런 내용이 전시기획사인 지앤씨미디어 쪽에 통보돼 인력관리를 확실히 하려는 차원에서 제시된 방법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현대카드와 사전에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현대카드는 상황 파악 이후 벌점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제도를 시행하지 말아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고,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