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뚝·고용 뚝·물가 뚝..'트리플 절벽' 현장점검

최승진,김규식,장영석 2016. 1.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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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막한 한국경제…1월초 수출 -20%
유일호 부총리 취임 첫 방문지 '수출 최전선' 평택항

중국 증시 패닉, 북핵실험, 유가 폭락 등 연초부터 나라 안팎에서 벌어지는 기습적인 악재에 한국 경제가 수출·고용·물가 등 경제 3대 요인 모두 악화되는 '트리플 절벽'을 경험할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전 세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중국 정부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는 중국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신흥국 교역 감소의 신호탄이다. 노동개혁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타협 파탄 선언까지 하는 등 노동개혁이 실패로 끝날 경우 청년실업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유가가 1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깎아먹었던 수출 부진은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한 5272억달러에 그쳤다. 2015년 1월 -1.0%로 시작한 수출 실적은 1년 내내 한 번도 플러스를 기록하지 못했고 마지막 달인 12월도 -13.8%로 마쳤다. 새해에도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낙관적이라는 정부의 올해 수출 전망 역시 그다지 밝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2016년 수출입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수출이 전년보다 2.1% 늘어난 5382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수출이 전년보다 7.9%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올해 수출도 지난해의 부진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하리라는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선진국 경기 회복 미약, 신흥국 경기 둔화 심화, 유가 추가 하락 등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 출범하는 경제팀도 수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3일 오후 청와대 임명장 수여식 직후 취임식도 미룬 채 경기 부천 소재의 의약포장기계 제조업체 '흥아기연'을 방문하며 장관으로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흥아기연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는 데다 중국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주 장관은 "국내 중소기업이 수출기업화하고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환경이 구축되도록 수출 시장·품목·주체·방식별로 맞춤형 시책을 확대하고 지원체계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청년실업 9.2%…노동개혁 좌초위기에 더 악화

고용 또한 악재가 겹치고 있다.

정년 60세 연장으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 여력이 위축되면서 청년을 중심으로 '고용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은 2012년 7.5%를 기록한 이후 2013년 8%, 2014년 9%로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해에는 0.2%포인트 오른 9.2%를 기록했다. 사실상 사상 최고치다.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젊은 층 사이에서는 지난해 '헬조선' '흙수저' 등 자조적인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고용절벽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정년을 연장한 기간만큼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독려해왔다. 이와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수반돼야 할 취업규칙 변경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지침 개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를 두고 '쉬운 임금 삭감'이라며 강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 철강, 화학 등 기존 한국의 주력 산업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견되는 점도 고용 문제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 근로자들의 일자리마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청년 실업률은 2월 11.1%로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이후 10월에는 7.4%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11월 8.1%, 12월 8.4%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실업률이 1분기에 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1분기에 청년 실업률은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低유가 쇼크…물가 0%대로 다시 떨어질듯

정부의 물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해 담뱃값을 평균 2000원 올리면서 0.6%포인트를 끌어올린 효과를 봤다. 해가 바뀌면서 올해는 이 같은 착시 효과도 사라진다. 더 큰 문제는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일 두바이유 현물가는 배럴당 26.44달러로 2003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과거 한국 경제에 축복을 불러왔던 저유가가 이제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정부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1% 달성의 가장 큰 요인으로 주목하고 있는 내수 부문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백화점과 달리 할인점(대형마트)의 경우 역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기존 점포를 놓고 봤을 때 이달 12일까지 매출이 3.1% 감소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할인점 전체 매출이 연속으로 감소한 데 이어 3개월째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슈퍼엘니뇨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온 겨울 상품 매출 저조가 이마트 전체 매출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나마 백화점은 새해 들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롯데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3% 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매출성장률이 경기 회복의 신호라고 보기는 어렵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은 경기보다 날씨를 더 많이 탄다는 속설이 있다"며 "올겨울 날씨가 유독 따뜻해 겨울 옷이 팔리지 않아 매출이 부진했는데 1월 들어 갑자기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등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로 특수를 누렸던 자동차 업계는 이미 '절벽'을 맞이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국산차 내수판매량이 지난해 158만대에서 6.9% 감소한 147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1월에는 국산차 내수판매량 급감이 가장 크게 관측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종료, 디젤차 시장 성장 둔화, 가계 부채 증가 등 이달 국산 자동차 내수판매에는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다"며 "한정된 내수판매량 속에서 수입차는 시장 잠식을 늘려가 국산차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김규식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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