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서 '김대중컨벤션센터' 검색하니 '원숭이학교'가..일베가 또?

2016. 1. 1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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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베, 방송·게임 이어 지도 서비스 침투 ‘의혹’ 제보
취재 결과, 구글의 ‘나태’ ‘무책임’ 탓으로 드러나

구글 지도에서 ‘김대중 컨벤션센터’를 검색하면 ‘원숭이 학교’가 나온다는 제보가 접수돼 확인해 보니 구글의 ‘나태’와 ‘무책임’ 탓으로 드러나. 인터넷 갈무리

12일 <한겨레>에 구글 지도에서 ‘김대중 컨벤션센터’를 검색하면 ‘원숭이 학교’가 나온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확인해보니 진짜 그랬다. 자신을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 대표라고 밝힌 제보자는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가 방송과 게임에 이어 지도 서비스까지 침투한 것 같다. 구글과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공급하는 SK플래닛의 작업 서버와 공정 일지 등을 확인하면 누가 그랬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달았다.

‘누군가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망신을 주려고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번 건은 구글의 ‘나태’와 ‘무책임’ 탓으로 드러났다. 13일 SK플래닛과 구글코리아 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2013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는 ‘원숭이 학교’라는 제목의 공연이 열렸다. 당시 SK플래닛은 지도에서 원숭이학교를 검색하면 공연 장소인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알려주는 데이터를 지도 정보에 포함시켰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정부의 지도 해외 반출 금지 조처에 따라 지도 서비스에 필요한 자료를 에스케이플래닛에서 받아 적용하고 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던 원숭이학교 공연이 끝나자, 에스케이플래닛은 원숭이학교를 검색하면 김대중컨벤션센터를 표시해주던 것을 삭제하는 쪽으로 지도 정보를 업데이트해 구글에 제공했다. SK플래닛은 6개월 단위로 지도 정보를 업데이트해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맵’과 내비게이션 ‘티맵’ 등은 업데이트된 데이터를 적용해, 이런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구글은 업데이트된 지도 정보를 아직까지도 적용하지 않아, 지도에서 김대중컨벤션센터를 검색하면 원숭이학교를 알려주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구글코리아 쪽은 “오류 신고가 접수돼 지도 업데이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도 서비스 서버가 한국에 있지 않아 업데이트 작업에 어려움이 있고, 한국 정부의 지도 반출 금지 조처로 구글이 전세계 지도 정보를 업데이트할 때 함께 못하는 문제가 있어 늦어졌다. 이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분들이 있다면 미안하다. 빠른 시일 안에 수정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는 이 건을 지난해 10월쯤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이 수정된 지도 정보를 구글에 제공한 시기는 더 앞선다. 따라서 구글은 이번 건으로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검색·지도 서비스 사업자로써 “나태했다” 내지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베 사이트에는 ‘구글이 해냈다.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원숭이학교’라는 글까지 올라있다.

현재 이 건은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데, ‘일베가 구글까지 침투했다’는 의견까지 달리고 있다. 앞서 ‘벌키트리’가 개발하고 ‘네시삼십삼분(4:33분)’이 유통을 맡은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이터널클래시’가 ‘일베 코드’ 논란으로 새해 벽두부터 홍역을 치렀던 것과 무관치 않다.

이터널 클래시의 경우, 4-19 챕터에 ‘반란 진압’, 5-18 챕터는 ‘폭동’이란 표현을 사용해 이용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5-23 챕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을 희화화하기라도 하듯 ‘산 자와 죽은 자’로 표기했다. 더불어 게임 로딩 시 등장하는 문구를 게임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낡은 역사서를 교정하는 중’이라고 표현해 ‘일베 게임’으로 불리고, 벌키트리 개발진이 일베 회원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4:33분 쪽은 관련 챕터명을 각각 ‘적이 된 아이스골렘’과 ‘데스웜의 복수’ 등으로 바꾸고 로딩 시 문구도 교체했으나 비판 여론은 진화되지 않고 있다. 개발업체 벌키트리의 김세권 대표와 유통업체 4:33분의 소태환·장원상 대표까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문을 게재하고, 벌키트리 대표가 관련자를 중징계하고 자신도 사퇴하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일베 게임’ 논란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2005년 출시된 게임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5월23일 업데이트가 있었는데, 업데이트 공개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과 같고, 캐릭터가 거꾸로 추락하도록 해 일베 게임 구설에 휘말렸다. 논란이 커지자 네오플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이미지를 수정했다.

구글코리아는 구글 지도에서 김대중컨벤션센터를 검색하면 원숭이학교가 나오는 것을 두고 ‘일베 침투’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 펄쩍 뛴다. 하지만 구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도 정보를 1년이 넘도록 업데이트하지 않았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글을 주고받은 사람들은 이미 ‘일베 짓’으로 단정하는 모습이다. 한 위치정보 기반 서비스 회사 사장은 “빙산의 일각이다. 지도는 정확성이 생명인데 말이 안된다. 구글 역시 일베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그 책임은 온전히 구글 몫이다.

더불어 이 건은 이터널 클래시 게임의 일베 게임 논란과 함께, 정보통신(IT) 서비스 사업자들도 ‘일베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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