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한글로 써내려간 인생..문학상 받은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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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불 들어오는 도시의 삶을 동경했던 소녀는 서울 용산에서 남의 집 담살이를 시작했다.
밤마다 고향집을 그리워했던 소녀는 자신을 찾으러 온 할머니 손에 이끌려 남의 집 둥지를 털고 곱돌곱돌 두루미길 따라 전남 곡성으로 돌아왔다.
곡성문학상에서 입상한 한글반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동화창작반 수강생인 주부 정은희(41)씨도 '기억수프'라는 작품으로 목포문학상 동화 부문 남도작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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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전깃불 들어오는 도시의 삶을 동경했던 소녀는 서울 용산에서 남의 집 담살이를 시작했다.
밤마다 고향집을 그리워했던 소녀는 자신을 찾으러 온 할머니 손에 이끌려 남의 집 둥지를 털고 곱돌곱돌 두루미길 따라 전남 곡성으로 돌아왔다.
6남매를 품고서 몸이 부서지도록 일만 하고 산 소녀는 어느덧 객지에 둥지를 틀고 하나씩 떠나간 자식들의 빈자리를 발견했다.
일흔셋 노인이 된 소녀는 홀로 장터에 들어섰다.
조남순 할머니는 젊은 날 서울에서 보낸 단칸방 시절과 6남매를 기른 어머니로서의 삶, 자식을 출가시킨 노년의 일상을 시로 써내려갔다.
일흔이 넘어 한글공부를 시작한 조 할머니는 회고시 '둥지'로 곡성문학상 일반부 장려상을 받았다.
조 할머니와 함께 시문학 수업을 통해 한글공부를 시작한 안기임(82), 박점례(70), 양양금(70) 할머니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호박을 똘똘 감은 풀을 가위로 칵 잘라브렀더니 올라오는 달덩이', '소 땜시 볏짚 서 마지기를 묶고 막 끈낸께 비가 툴툴툴 낼쳐', '옥수수 나눠 먹으며 며늘아가랑 나랑 어깨를 맞추고 우리도 하나가 된다' 등 저마다 하루의 풍경을 구수한 사투리로 표현했다.
글도 모르는데 무슨 시집을 만드느냐며 손사래를 쳤던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엮은 시집 '햇빛사다리'가 출간되자 보고 또 봤다며 소감을 전했다.
13일 전남 곡성군은 2014년부터 운영해온 길 작은 행복학습센터의 여러 강좌에서 지난해 다양한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곡성문학상에서 입상한 한글반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동화창작반 수강생인 주부 정은희(41)씨도 '기억수프'라는 작품으로 목포문학상 동화 부문 남도작가상을 받았다.
곡성군 관계자는 "평생교육이야말로 주민의 삶에 행복을 전하고 아름다운 성과를 낼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평생학습사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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