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빠 왜 안뛰어?"..정조국 움직인 아들의 말

풋볼리스트 2016. 1. 1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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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고민은 끝나지 않을 듯했다. 11년 동안 입었던 FC서울 유니폼을 벗고 다른 유니폼을 입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정조국은 2003년 K리그에 데뷔한 후 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스스로도 “누가 봐도 ‘서울색’이 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할 정도다.

정조국은 지난 11일 서울의 검붉은 유니폼이 아니라 노란색 광주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광주FC에서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해외이적과 군복무 기간을 빼고는 다른 유니폼을 입은 적이 없었다. 정조국은 “서울을 떠난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지만, 이제 현실과 싸울 때”라고 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고민을 한 적도 많다. 아무도 내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를 것이다. 내가 어떻게 서울에서 버텨왔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정조국은 지난 시즌 11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는데 그쳤다. 전 시즌을 모두 소화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프로 데뷔 후 가장 적은 경기와 가장 적은 골을 기록했다. 2010년과 2012년 서울의 우승을 견인했던 선수였다. 프랑스 리그앙에서 골을 터뜨린 적도 있다. 정조국은 무엇보다 아들 태하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서울을 떠날 결심을 한 이유 중에는 아들도 들어있다.

“태하가 올해로 7살이 됐다.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해리 케인도 안다(웃음). 솔직히 태하 때문에라도 많이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시즌에 ‘아빠 왜 안 뛰어’라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마음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무슨 변명을 하기도 그렇지 않나.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많이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적을 고민하던 정조국을 광주 쪽으로 돌아서게 한 것은 남기일 광주 감독이다. 정조국은 남 감독과 입단 전에 단 한 번 통화했는데, 이게 큰 전환점이 됐다. 자세한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다. “사실 남 감독님에 대해 잘 모른다. 통화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네 실력을 믿는다’라는 한 마디에 마음이 녹았다. 위험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나를 안아준 것이다.”

정조국은 서울 태생이다. 프랑스 시절(오세르, 낭시)과 경찰축구단 생활을 제외하고는 계속 서울에 살았다. 배우 김성은 씨와 결혼한 뒤에도 서울에서 생활했다. 아들 태하도 서울에서 유치원을 다닌다. 광주 이적은 가족과 같은 집에서 살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정조국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컸다.

아내 김성은 씨는 고민하는 정조국이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줬다. 정조국은 “도움을 많이 줬다. 아마 도와주지 않았다면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떨어져 사는 게 슬프지만, 축구선수로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지지해줬다”라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정조국은 11일 메디컬 테스트를 한 후 바로 광양에서 벌어지는 1차 전지훈련에 참여했다. 당시 짐을 싸서 나온 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조국은 아직 광주에 거처도 마련하지 못했다. 집을 구할 시간도 없는 상황. 정조국은 그래도 웃는다. “이제 다른 답이 없다. 잘해야 한다. 광주가 원하는 만큼 해줘야 한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뒤에 쌓아놓은 것은 잊었다. 정조국은 자신을 믿어준 가족과 남 감독 그리고 광주에게 보답하는 일만 생각하고 있다.

“축구 오래하고 싶다. 그래서 올해가 정말 중요하다. 일단 팀 성적만 보고 간다. 팀이 잘돼야 나도 잘될 수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

사진=광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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