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빅2' 물고 물리는 인재스카우트 전쟁
◆ 인재 확보 나선 삼성 ◆
삼성그룹이 완성차 사업 진출 작업에 박차를 가하던 1994년.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사이에 험악한 설전이 벌어졌다. 1990년대 초반부터 디자인·엔진 등 100명 가까운 현대차 핵심 개발인력이 삼성으로 건너갔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누가 삼성에 지원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여년 전 시작된 삼성 현대 간 '인재 스카우트 전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최근 자동차 전기부품(전장) 사업 진출을 선언한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개발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할 채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 직원들이 주된 영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양사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두 회사 사이에 뺏고 뺏기는 인재전쟁 흑역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양사 간 인재 영입 경쟁은 반도체 분야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 중심에는 현대차그룹이 2012년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내 전장 제어 연구인력을 모아 설립한 '현대오트론'이 있다. 현대오트론은 현대차에 필요한 자동차용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자율주행 및 친환경 분야에 적용되는 반도체를 개발하는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4년 전 현대오트론을 설립하면서 삼성 반도체 개발인력을 대거 영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100여 명을 뽑는 경력직 공채에 삼성 출신 직원들이 상당수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현대차 쪽에 견제성 공문까지 보내 인력유출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는 2014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출신 김재범 전 삼성전자 전무를 현대오트론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같은 해 연말 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오트론 대표로 임명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인재 확보에 나선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워트레인 등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 전문인력을 영입한다. 이달 중순께 경력직 채용공고가 날 것으로 알려졌다. 5년치 성과급 일시 지급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 것이라는 후문이다.
삼성전자의 인재 영입 소식에 현대오트론 내부 직원 동요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나 현대모비스에 비해 오트론의 연봉이 낮기 때문에 처우만 괜찮다면 삼성으로 이직하겠다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삼성과 현대가 자동차 반도체 개발인력을 놓고 오랜 시간 줄다리기를 하는 이유는 이 분야 인력풀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이어서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커버하기 어렵다. 직원을 뺏은 회사는 역량을 확 높일 수 있고, 뺏긴 회사는 타격을 받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역량을 단숨에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핵심인재 영입이 필수"라며 "앞으로도 두 회사는 감정싸움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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