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 위기에 북한발 악재'..벼랑 끝에 몰린 현정은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현대상선은 정부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는데 업황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새해 벽두 북한의 뜬금없는 핵실험으로 대북사업도 물 건너간 분위기다. 악재가 하나 둘 씩 쌓여 헤어 나오기 힘든 수렁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현 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현대상선의 자구 계획,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 등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현 회장은 굳게 다문 입을 끝내 열지 않았다. 거듭되는 악재에 직면한 현 회장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현대상선에 돈 쏟아 부을라" 현대 엘리베이터 주가 21% 추락
그룹 지주사격인 현대 엘리베이터 주가는 새해 들어 급락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6만200원(작년 12월 30일 종가)에서 6영업일 만에 4만7400원(1월 11일 종가)이 됐다. 21% 떨어졌다.
현대상선이 정부의 해운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에 행여 ‘현대상선 살리기’에 돈을 쏟아 부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현대상선은 작년 말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부채 비율 400% 이하인 해운 회사만 선박 건조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작년 3분기 연결기준)은 980%에 육박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7일 “현대상선이 부채 비율을 400% 이하로 낮추려면 9300억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미 3조원이 넘는 자구 계획안을 실현한 현대상선이 1조원을 더 확보하려면 유상증자 또는 그룹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직접적인 현대상선 지원 우려는 성급한 해석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떨어지기 시작한 주가는 오를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실적이 좋고, 악재도 금방 털고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현대상선 기업 평가는 위태롭다. 작년 12월 “현대상선은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또는 법정 관리 대상인 D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쏟아졌다. 정상 기업 등급인 B등급을 받아 한숨을 돌렸지만, “해운업황이 살지 않는 이상 위기는 계속된다"는 전망이다.
작년 11월 현대상선은 1조원 규모의 자구 계획을 내놓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다시 짜라"고 되돌려 보냈다. 올해 1월 말까지 부채 비율을 400%까지 낮추는 추가 자구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뾰족한 수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뜬금없는 북한 핵 실험...대북 사업은 난망, 범현대가 도움 절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북 사업도 물 건너간 분위기다.
현 회장은 지난 4일 신년사에서 “현대그룹은 남북경협의 선구자다. 역사의 흐름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대북 사업 재개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하지만 신년사 발표 이튿날인 지난 6일 북한이 4차 핵 실험을 강행했다.
금강산‧개성 관광 사업권을 놀리고 있는 현대아산은 아연실색한 분위기다. 금강산‧개성 관광 사업은 2008년 이후 8년째 중단됐다. 금강산‧개성 관광 사업은 한때 현대아산 전체 영업이익의 68%를 가져다 준 알짜 사업이었다.
결국 현 회장이 위기에서 벗어날 돌파구는 현대차그룹 또는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凡)현대가의 도움 밖에 없지 않느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 회장은 시아주버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대건설을 두고 인수 경쟁을 벌였다. 시동생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와도 불편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작년 11월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정몽구 회장과 만나 해법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 딴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난 6일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는 정몽구 회장이 행사에 불참, 정 회장과의 만남은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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