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공방' 삼성 반도체 질환 논란, 대화로 풀었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당사자들 서로 접점 찾아 '윈윈' 모색…"사회적 난제 해결, 좋은 선례 되길"]
'조정 합의 성립'
이 말을 이끌어내는데 9년 가까이 걸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질환 논란은 이해당사자들 간에 긴 공방과 인과관계를 찾지 못하는 전문기관의 조사 발표, 끝이 보이지 않는 협상 속에 계속됐다. 도의적 책임을 인정한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공식사과도 두 차례 나왔지만 진통은 끊이지 않았다.
여전히 100% 해결점을 찾은 건 아니다. 중재기구인 조정위원회 입회 아래 12일 공식 합의한 부분은 '재해예방대책'이다.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가족대책위가 서로 입장이 엇갈리는 보상 문제는 유보하고 예방대책 합의에 우선 집중한 결과다.
그렇다고 쉽지는 않았다. 당초 조정위 권고안에 포함됐던 공익법인 설립은, 삼성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한 중요 이슈였다. 작년 11월 말 새로운 해법을 찾자고 합의한 각 조정 주체들은 12월30일까지 끈질기게 이견을 좁혀갔다.
마침내 법인 대신 한시적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만 위원회'를 두는데 뜻을 모았다. 삼성으로서는 경영간섭과 기업활동 위축 우려를 한결 덜었고, 반올림과 발병자 가족으로서는 자료 요청과 시정권고를 할 수 있는 별도 기구를 확보해 예방대책의 실효성을 높였다.
물론 반올림 교섭단 대표인 황상기씨(유가족)는 이날도 "사과와 보상은 합의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해오던 시위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끌어오던 사회적 난제를 대화로 풀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근로환경과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물론 첨단 산업과 보건·환경 문제, 과학적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기업의 책임 문제 등 여러 복잡한 갈등이 얽힌 상황에서도 이해당사자가 상호 조율을 통해 합의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질환 관련 합의를 좋은 선례로 삼아, 앞으로 기업활동에서 빚어지는 여러 사회적 갈등을 대화와 합리적 절차에 따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단 합의의 물꼬를 튼 만큼 남아 있는 보상문제 역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자체 보상위원회를 가동해 지난 연말까지 100명 이상의 발병자와 가족들에게 보상금 지급을 완료하고, 반올림 측 일부 유가족과 협상만 남겨둔 상태다.
"원만한 조정합의 성립을 계기로 나머지 의제도 협의를 계속해 나갈 의향이 있다"는 김지형 조정위원장(전 대법관)의 바람대로 조속한 '완전타결'이 기대된다.
최재한 균형사회연구센터 대표는 "정보 공유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각 조정 주체가 사회적 대화를 합리적으로 이어가길 바란다"며 "이번 합의가 외부 옴부즈만 위원회 활동으로 최종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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