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75명 손에 장미 3송이 "친구야 오늘 졸업식이야"

2016. 1. 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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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졸업생 대표 "우리 학창시절 헛되지 않았다" 희생자 위한 '헌화식'도 열려 "친구들이 지켜줄 것"
졸업식 마치고 나오는 단원고 학생들 (안산=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 등 86명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을 마친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를 나오고 있다. 2016.1.12 xanadu@yna.co.kr
눈물 흘리는 유가족 (안산=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 등 86명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한 유가족이 모두 다 함께 졸업을 할 수 있는 날까지 끝까지 함께 하며 기다리겠다는 의미의 '다짐의 헌화식'을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6.1.12 xanadu@yna.co.kr
'다 같이 졸업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산=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 등 86명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유가족인 듯한 시민이 명예 3학년 교실을 찾아 학생들 자리에 앉아 있다. 2016.1.12 xanadu@yna.co.kr

3학년 졸업생 대표 "우리 학창시절 헛되지 않았다"

희생자 위한 '헌화식'도 열려 "친구들이 지켜줄 것"

(안산=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세월호 참사를 겪은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가 사고 당시 생존자인 단원고 3학년 학생 75명을 포함, 86명에 대한 졸업식을 12일 열었다.

생존학생 학부모들은 전날 유족 측이 전달한 졸업 기념 축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세월호와 관련된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으로, 다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졸업식을 마쳤다.

유족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있다"며 희생자들을 위해 마련됐던 명예졸업식을 거부하고,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다짐의 헌화식'으로 졸업식을 대신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안산 단원고 주변에는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많이 아파한 만큼 더 예쁘게 성장해달라', '안산의 고3들에게…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등의 현수막이 내걸려 졸업식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세월호 사고 발생 후 2년 가까이 고통 속에 시달렸던 생존학생들이지만, 졸업이라는 설렘 때문인지 밝은 표정으로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등교하는 모습이었다.

희생된 친구들을 기리는 마음에 한쪽 가슴이나 가방에 노란 리본 모양의 배지를 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외부인의 학교 출입은 불허됐다. 단원고는 '단원고등학교' 글자와 숫자가 적힌 비표를 소지한 졸업생과 학부모들에게만 입장을 허용했다.

단원고 관계자는 "졸업생과 학부모의 완강한 반대로 졸업식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면 입장을 제한한다"며 "졸업식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졸업식은 학사보고, 꽃다발 증정식, 생존학생 75명을 포함한 86명의 졸업생에 대한 졸업장 수여식,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 내빈축사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2학년 재학생 대표는 "고교 3년의 시간이 더욱 긴 시간이었을 선배님들 마음고생 많으셨다"며 "어느 누가 뭐라해도 당당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며 송사를 낭독, 세월호 참사를 겪은 선배들을 위로했다.

이에 대해 3학년 졸업생 대표는 "세월호 사건이라는 겨울이 찾아와 혼란스런 병원생활, 새로운 환경의 연수원, 다시 돌아온 학교, 그리고 수많은 시선과 비난들은 모두에게 힘겨운 여정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의 학창시절은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잊지말자.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겪었고,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고 답사를 읽어내려갔다.

생존학생 학부모들은 전날 4·16 가족협의회에서 전달한 '단원고 졸업생들에게 드리는 엄마아빠들의 축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유족 또한 학교를 찾았지만 졸업식장에는 들어가지 않고 교실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오지연(46)씨는 "돌아오지 못한 250명의 친구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250송이의 장미를 준비, 아이들은 각각 3송이씩 나눠 갖고 졸업식에 참석했다"며 "간혹 눈물을 보이는 아이도 있었고, 졸업장을 받으며 고개를 떨구는 아이도 있었다"고 졸업식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지금껏 힘들게 이겨냈으니 사회에 진출해 친구들 몫까지 잘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졸업식이 끝난 낮 12시부터는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다짐의 헌화식이 열렸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아이 졸업식에 졸업생 학부모 자격으로 참석할 줄 알았는데 아이 친구들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입장이 됐다. 졸업식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엄마아빠가 돼 버렸다"며 "졸업생 모두가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란다. 별이 된 250명 친구들과 12명의 선생님들이 언제나 여러분을 지켜줄 것"이라며 전날 공개한 축사로 추모사를 대신했다.

추모사 낭독 뒤 자유롭게 이뤄진 분향과 추모식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없었더라면 졸업식에 참석했으리라 하는 생각에 유족들의 눈물이 계속됐다.

자녀의 영정을 붙잡고 오열하는 유족이 있는가 하면, 아이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유족들이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혼자서는 슬픔을 감내하기 힘든 듯 서로 부둥켜 안고 오열하는 유족들도 있어 주위를 숙연케했다.

졸업을 마친 생존학생과 학부모가 합동분향소를 찾아 단상에 졸업장을 올리고 묵념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생존학생 학부모 장동원(47)씨는 "2년 가까이 항상 아픔 속에 살았을 유족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생존학생들은 열심히 살아갈 것이며, 희생된 친구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유 집행위원장은 "4·16 가족협의회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교실 존치 문제의 해결을 끝까지 요구할 계획"이라며 "단원고에서 새로운 교육이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이지, 단순히 추모의 공간으로 남기자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헌화식이 끝난 뒤 유족들은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라고 적힌 A4용지를 들고 단원고로 행진, 교실을 방문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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