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질환 논란, 9년만에 사실상 타결 수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종합)공익법인 대신 3년 한시 '옴부즈만 위원회' 도입키로…보상문제 일부 이견, 협의 계속]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질환 문제가 약 9년 만에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합의하는 안을 내놨다.
사과와 보상 문제는 일부 이견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사실상 타결 수순이다.
12일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조정 주체 교섭단 대표자 간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등 이해당사자들은 외부 옴부즈만 위원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재해예방대책에 합의했다.
이날 합의는 사과, 보상과는 별개로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합의다. 다만 삼성전자가 반대해온 공익법인 설립 문제에 대해 '한시적 외부 독립기구'를 세우는 방식으로 합의한 것이어서 타결의 최대 걸림돌을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정위는 외부 독립기구로서 '옴부즈만 위원회'를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원장은 노동법 전문가인 이철수 서울대 법대 교수가 맡는다. 위원은 2명으로 구성되며 산업보건과 환경 전문가 중에서 위원장이 선정할 예정이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장에 대한 종합 진단과 개선이행활동 점검 등을 실시한다.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시정 권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삼성전자는 위원회의 보고서에 반론을 제시할 수 있다.
기타 사업으로는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공개와 이를 관리하는 규정의 제·개정 활동이다.
옴부즈만 위원회의 활동기간은 올해부터 3년간으로 정하고, 추가로 3년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이밖에 삼성 내부적으로는 △보건관리팀 조직·규모 강화 △건강지킴이센터 신설 운영 △근로자 안전에 영향 미치는 자료의 보존기간 연장 등에 합의했다.
이날 합의에도 불구하고 사과와 보상까지 완전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부 발병자 가족이 여전히 반올림 측과 함께 삼성전자의 보상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반올림 측 유가족들은 이날도 "사과와 보상문제는 아직 삼성전자와 합의를 본 게 아니다"라며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시위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작년 연말까지 실시한 자체 보상절차를 통해 이미 100명 이상의 발병자와 가족들이 보상을 받은 만큼 이 문제 역시 일단락됐다는 입장이다. 반발하고 있는 발병자 가족은 극히 일부라는 설명이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전 대법관)은 이날 "재해예방대책을 원만히 합의한 것을 계기로 나머지 의제도 협의를 계속해나갈 의향이 있다"며 "조정 주체들로부터 정리된 입장을 듣고 추가 조정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다른 발병자 가족들이 합의한 보상안을 바탕으로 최대한 반올림 측과도 협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반올림 쪽 유가족들은 13일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계획을 밝힌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질병 문제는 2007년 3월 고 황유미 사원이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삼성전자는 2014년 5월 대표이사가 공개 사과하고 중재기구 제안을 수용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이후 2014년12월 조정위가 출범했고 작년 7월 조정위가 1000억원 출연을 통한 공익법인 설립과 26개 보상대상 질병 선정을 골자로 한 조정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공익법인 설립에는 반대하는 대신 1000억원의 사내기금을 출연해 보상과 예방 절차를 집행하겠다는 계획 아래 발병자 신청을 받아 보상금 지급을 진행해왔다.
박종진 기자 free21@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