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공채시장 절대강자 올드루키를 아시나요?
모 전자 대기업에 다니는 A씨는 사내에서 에이스로 통한다. 위에서 지시한 일마다 족족 해내는 것은 물론 본인이 먼저 제안해 성공시킨 프로젝트도 많다. 여기에 선후배 관계도 나무랄 데가 없다. 그야말로 ‘슈퍼맨’이다.
A씨를 보는 주변 동료들은 인기 드라마 미생의 안영이(강소라)를 떠올린다. 그도 안영이처럼 다른 회사에 다니다 4년 전 지금 있는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입사하자 마자 이전 회사에서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그러니 계속 중책을 맡고, 이게 A씨의 명성을 더욱 높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입사동기들은 이런 A씨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다. “우리 동기에서 CEO가 나온다면 그건 바로 A씨”란 질투 섞인 칭찬도 한다.
취업시장에서 A씨 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다. 이른바 ‘올드루키’. 이전 직장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후 보다 좋은 직장에 신입사원으로 재입사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올드루키는 ‘취업반수생’과 다르다. 취업반수생은 현 직장엔 이름만 걸어둔 채 일은 하는둥 마는둥 하면서 오로지 더 좋은 직장을 찾는다. 반면 올드루키들은 이전 직장에서 나름 열심히 일하면서 업무 노하우를 쌓은 뒤 신입사원’으로 재입사한 사람들이다.
이런 올드루키에 대한 각 기업들의 만족도는 높다. 실전 노하우를 갖고 있는 올드루키들은 대학 졸업 후 바로 입사한 동기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 결과 기업 인사담당자의 71.1%가 당장 실무에 투입시킬 수 있다는 등 이유로 올드루키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실제 채용 결과를 봐도 올드루키들은 취업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작년 취업 사이트 사람인은 기업 신입직원의 대략 20% 정도가 올드루키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많은 젊은 직장인이 올드루키를 꿈꾼다. 입사 1년 이내 젊은 직원의 83.8%가 다른 회사에 경력이 아닌 신입직원으로 재입사할 의향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올드루키 전성시대는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일장일단이 있다고 봐야 한다. 활발한 이직은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효과가 있다. 인적자원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이 큰 무대로 이동하면 전체 국가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반면 인력을 뺏기는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선 꽤 많은 인력 교육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중소중견 기업 입장에서 보면 신입직원을 열심히 가르쳐 놨더니 대기업이 뺏어가는 것이다. 다시 신입사원을 뽑아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올드루키가 늘어나는 현상을 일방적으로 ‘좋다’ ‘나쁘다’고 단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기업 입장에선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집토끼(자사 직원)를 그대로 지키면서 산토끼(외부 유능한 직원)도 끌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직원이 회사를 믿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합리적인 인사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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