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속 생각의 세계를 조절한다
◆ 미래기술 50년 / ① 뇌 과학 ◆
2ℓ가 채 되지 않는 크기, 하지만 감각으로 얻은 정보를 통해 행동하는 '지각 능력'은 컴퓨터보다 빠르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정밀한 장치지만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1% 미만에 불과한, 그래서 더욱 신비롭게만 느껴지는 인간의 뇌. 2013년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뇌 지도를 그리겠다는 '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인간의 뇌지도를 그리려는 연구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뇌 신경세포는 미세한 전기를 흘려보내 기억을 저장하고 행동을 명령한다. 신경세포가 연결된 시냅스에서 호르몬이 분비되고 감정을 조절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고소공포증, 대인기피증 등 정신질환이 이와 관련 있다. 치매도 마찬가지다. 뇌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이면 기억력은 물론 상황판단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뇌 프로젝트는 바로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판단하고 행동을 결정할 때 뇌세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신경회로는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등을 알아내겠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지도가 완성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우선 기억의 비밀을 풀 수 있다. 현재 인간은 기억이 뇌의 해마에 저장되는지는 알지만 이것을 어떻게 저장하고 어떻게 지우는지는 모른다. 뇌지도가 완성되면 특정한 기억을 지우는 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미 쥐의 뇌에서 공포의 기억을 지우는 연구는 성공했다.
공상과학(SF) 속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짜 경험'을 넣는 일도 가능하다. 임창환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는 "인공해마를 만들어 마치 외장하드처럼 기억을 다른 곳에 보관했다가 다시 뇌 속에 넣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뇌지도가 완성됐을 경우 인간의 상상력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뇌지도가 그려지면 생각을 로봇에 연결해 대신 일처리를 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뇌지도가 그려지면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제약뿐 아니라 로봇과도 연계가 가능하며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다. 미국이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가동하며 10년간 3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유럽연합(EU)이 독일과 영국 등의 우수 연구기관을 끌어모아 '인간 뇌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1조5000억원을 쏟아붓는 것도 미래에 벌어질 뇌연구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2차 뇌연구 촉진 기본계획(2013~2017)'을 통해 뇌연구에 시동을 걸고 있다.
뇌연구원은 최근 픽셀 하나당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 해당하는 전자현미경을 통해 세포 하나하나가 연결된 뇌지도를 그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KIST를 비롯해 기초과학연구원(IBS) 등도 뇌 연구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뇌연구자 수와 예산은 미국 피츠버그대의 뇌 연구자와 투자액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비록 작은 규모지만 정부가 뇌 연구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원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당장 성과를 낼 수 없는 연구의 한계를 인정해줄 것을 주문했다.
김영수 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2050년이 되면 미국 연방정부의 총예산과 치매 환자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온 뒤 뇌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먼 미래의 일이지만 정치·경제적인 이슈와 연결돼 있는 만큼 이를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간 생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뇌를 파헤치는 것은 어쩌면 21세기 인류 앞에 놓인 가장 어려운 과제다. 김성기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장은 "인간이 왜 호기심을 갖고, 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뇌밖에 없다"며 "50년 뒤 뇌지도가 완성된다면 인류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할것"이라고 기대했다.
[기획취재팀〓김기철 팀장 /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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