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무인車는 영화속 상상?..세계는 이미 현실화중
◆ 미래기술 50년 ◆
김씨는 집안 청소를 도맡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맨'에게 두꺼운 옷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옷을 입고 집을 나서면서 뇌파 모자를 썼다. 뇌파를 읽어내 명령을 내려주는 장비다. 걸어가면서 '회사까지 갈 무인차를 부르고 악몽을 지워야 하니 병원 예약을 부탁해'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자비스는 "10분 뒤 차량이 도착하며 병원 예약은 오후 5시"라고 알려왔다. 뇌지도가 완성되면서 뇌파로 명령을 하거나 불필요한 생각을 지우는 일이 가능해졌다.
무인차를 타고 회사에 도착했다. 시속 60㎞의 일정한 속도로 무인차는 도로 위를 사고 없이 부드럽게 달린다. 차가 막혀 지각하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컴퓨터보다 수만 배 빠른 양자컴퓨터가 도로 상황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차 안에서 그는 돌돌 말려 있는 디스플레이 신문을 꺼내 아침 뉴스를 읽었다.
김씨는 다음날 미국에 있는 벤처기업과 기술이전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고 한국형 발사체 티켓을 구입했다. 대기권을 통과해 여행하는 발사체 기술은 미사일이 아닌 여객기로 활용되고 있다. 초속 7㎞의 발사체를 타면 뉴욕까지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퇴근 전 김씨의 누나로부터 연락이 왔다. 조카가 생겼다고 했다. 태아의 유전자 분석 결과 암을 유발하는 DNA 염기서열이 발견됐지만 유전자 가위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2066년 새해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갔다.
아직은 공상과학(SF) 속 모습일지 모른다. 하지만 매일경제신문이 31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상상한 50년 뒤의 미래는 이랬다. 30년 전 2015년의 세계를 예언했던 영화 '백투터퓨처' 속 상상의 기술 대부분이 현실화됐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춰보면 지금 하는 상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더 높다.
하지만 상상으로만 즐길 여유가 없다. 10대 기술 중 상당수는 이미 많은 국가와 기업이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기초·원천기술 선점에 나서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지금 '합성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에 열광하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합성생물학 기술로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은 24개에 이른다. 존 컴버스 신바이오베타 창업자는 "합성생물학 분야는 2015년 5억60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았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와 웨어러블 기기 등의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고, 핵융합이 갖고 있는 파괴력 때문에 전 세계 7개국이 모여 프랑스에 핵융합 실증로를 짓는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50년 뒤 뇌에 대한 연구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반영하듯 전 세계적으로 뇌 연구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는 정부가 최고의 아이디어를 지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지금이야말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과학과 혁신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후 미국은 인간 뇌지도 작성을 차세대 과제로 선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2013년 이후 10년간 뇌지도 작성에 3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일본도 2014년 '뇌마음(Brain/MINDS·질병연구 목적의 통합 신경 공학 지도 그리기)'이라는 연구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태양을 모방한 핵융합은 천문학적인 예산과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이 손잡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카다라슈 지역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대표적이다. 미국, EU, 한국, 중국, 일본 등 7개 국가가 함께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실증로를 짓고 있다. 이와 별개로 한·중·일 3국은 핵융합에 핵심적인 부품인 초전도 토카막 장치를 ITER 완공 전 각각 가동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은 유럽연합(EU) 산하에 핵융합에너지 개발 전담기구인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를 두고 유럽핵융합개발협약(EFDA) 및 F4E(Fusion for Energy)를 구성했다.
한국도 50년 후를 내다보는 과학기술 로드맵을 만들어 장기 투자에 나서야 한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한국이 패스트 폴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논의와 분석이 필요하다"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미래 기술을 정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김기철 팀장 /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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