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오색 차밭 어떠세요

이돈삼 입력 2016. 1. 8. 20:20 수정 2016. 1. 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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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천 여행 ①] 보성 차밭과 율포 해변의 빛축제.. 가족, 연인 누구와 떠나도 좋다

[오마이뉴스이돈삼 기자]

 보성차밭에 일렁이는 빛의 물결이 겨울 낭만을 노래하고 있다. 차밭빛축제는 1월 24일까지 계속된다.
ⓒ 이돈삼
새해를 맞아 안부를 묻는 문자가 이어진다. 나도 덩달아 덕담을 주고받으며 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챙긴다. 모처럼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우리, 모처럼 바람이나 쐬러 갈까?"
"어디로?"
"그냥, 아무 데나..."

'어디가 좋을까?', 먼저 떠오르는 곳이 차밭이다. 차밭은 사철 싱그러움과 아름다움으로 반겨주기 때문이다.

"보성 갈까? 차밭에. 빛축제도 하는데."
"그래. 차밭 멋지겠다."

배울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모두 모인 보성

 보성군청 마당에 전시돼 있는 석조 유물. 옛 보성군청의 열선루를 지탱시켜 준 유물들이다.
ⓒ 이돈삼
 보성군청 마당에 펼쳐진 석조 유물들. 옛 보성군청이 자리한 터에서 발견됐다. 열선루를 복원하면서 다시 쓰일 유물이다.
ⓒ 이돈삼
지난 2일이었다. 차밭으로 가는 길에 보성군청에 들렀다. 열선루의 석조 유물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보성군청은 정유재란 당시 열선루가 있던 자리다. 열선루는 수군철폐령을 받은 이순신이 '아직 신에게는 열두 척의 배가 있다'는 장계를 쓴 곳이다.

때는 1597년 8월 15일(양력 9월 20일). 이순신은 보성군청에서 수군철폐령이 담긴 선조의 유지를 받았다. 칠천량 해전에서 무너진 조선수군을 재건하던 이순신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명령이었다.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나아가 죽기로 싸운다면 해볼 만 하옵니다. 만일 수군을 철폐한다면 적이 만 번 다행으로 여기는 일일 것입니다. 적은 충청도를 거쳐 한강까지 갈 것입니다. 전선의 수는 비록 적지만, 신이 죽지 않는 한 적은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옵니다.'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로 요약되는 장계였다. 어명을 따르지 않겠다는, 죽음을 무릅쓴 항명이었다. 그 장계를 쓴 곳이 당시 보성군청 열선루였다.

열선루를 지탱했던 석조 유물이 보성군청 마당에 전시돼 있다. 지난 2009년 군청을 새로 짓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들이다. 활주석 4개와 댓돌(외벌대) 9개가 나왔다. 군청 옆 보성초등학교 부지에서도 주춧돌 4기가 발견됐다. 이 유물은 앞으로 복원될 열선루에 다시 쓰일 예정이다.

 명량으로 가던 이순신이 군량미를 손에 넣었던 양산원의 집 터. 지금의 보성 박곡(박실)마을에 있다.
ⓒ 이돈삼
 활성산 편백 숲길. 보성읍에서 차밭이 자리하고 있는 봇재로 가는 옛길이다.
ⓒ 이돈삼
이순신과 보성의 인연을 떠올리며 차밭으로 간다. 보성에는 이순신과 엮이는 곳이 지천이다. 고내마을과 박곡마을은 조선수군을 재건하면서 명량으로 가던 이순신이 군량미를 손에 넣은 곳이다. 고내마을에는 조양성의 군량 창고인 조양창이 있었다. 이틀 동안 쉬며 몸을 돌본 김안도의 집도 고내마을에 있었다. 박곡마을은 기묘영현의 후손인 영해부사 양산원의 집이 있었다.

보성읍에서 차밭으로 가는 길은 18번 국도를 타고 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활성산을 넘어가는 길을 택했다. 쾌상들을 가로질러 편백숲을 지난다. 오래 전, 봇짐을 짊어진 보부상들이 오가던 길이다. 보성군청을 나서 군학마을로 가던 이순신도 넘었던 길이다. 길은 턱골재를 넘어 한국차박물관으로 연결된다.

턱골재를 넘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향이 코끝에 와 닿는다. 대한다원 차밭도 눈에 보인다. 봇재가 코앞인데, 갑자기 차가 막힌다. 봇재로 가는 도로가 자동차로 꽉 차 있다. 아-아.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온다.

'연휴라고 차들이 여기로 다 왔나?' 눈앞이 막막해진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그래, 봇재까지만 가자.' 가다 서다를 30여 분 했을까. 봇재에 닿자마자 오른편, 도강마을 쪽으로 빠졌다. 봇재에서 영천저수지를 지나는 내리막길이다. 외지인들은 거의 모르는, 숨겨진 길이다.

겨울에도 초록으로 싱그러운 보성 차밭

 봇재 다향각에서 내려다 본 차밭 풍경이다. 왼쪽 끄트머리에 영천저수지가 보인다.
ⓒ 이돈삼
 영천저수지 둔치에서 본 차밭 쪽 풍경이다. 저수지 끝자락에서 차밭이 펼쳐진다.
ⓒ 이돈삼
극심한 정체에서 한 발짝 비켜섰을 뿐인데, 길이 시원하다. 도로의 경사는 급하지만, 오가는 차량이 없다. 차밭을 심심찮게 다녀본 덕분에 누리는 특권이다. 경사진 산비탈을 따라 차밭이 늘어서 있다. 겨울인데도, 차밭은 초록으로 싱그럽다.

차창을 내렸다. 몸과 마음이 화들짝 반긴다. 몇 번의 심호흡으로 긴장의 끈이 저절로 풀린다. 공기가 상쾌하다. 바람결도 달콤하다. 해찰하면서 쉬엄쉬엄 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왼편으로 드넓은 차밭이 보인다. 다향각에서 내려다보던, 그 차밭이다.

차밭이 산비탈에 층계를 이루고 있다. 능선을 따라 유연하게 일렁이는 차밭 이랑의 선율이 매혹적이다. 내 몸도, 마음도 금세 차밭 풍경에 빨려 들어 진초록으로 물든다. 언제라도 멋진 차밭이다.

 보성소리의 창시자인 정응민 선생의 예적지. 서편제 보성소리의 성지다.
ⓒ 이돈삼
 군학마을 해변 풍경. 정유재란 때 명량으로 가던 이순신이 들렀던 곳이다. 이순신은 육지에서의 병참활동을 끝내고 이 해안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갔다.
ⓒ 이돈삼
길은 영천마을로 이어진다. 다향각에서 차밭 너머로 보이는, 저수지가 있는 마을이다. 주변에 자투리 차밭도 많다. 인공의 느낌이 덜해 자유분방해 보인다. 집 주변 텃밭에는 배추와 쪽파가 자라고 있다. 영천저수지 둔치에서 본 차밭과 다향각 풍경도 색다르다.

득음정 입구를 지나니, 도강마을이다. 서편제 보성소리의 성지다. 보성소리는 송계 정응민이 만든 독특한 창법이다. 정응민은 서편제의 시조였던 박유전의 창법을 이어받았다. 마을에 정응민 예적지가 있다. 소리공원도 근사하다. 인기척도 없어 호젓하다.

 명교마을 해안의 해넘이. 해가 서편으로 기울면서 바닷가에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 이돈삼
도강마을에서 군학마을로 간다. 명량으로 가던 이순신이 들렀던 곳이다. 육지에서의 병참활동을 끝낸 이순신은 군학 해변에서 배설을 만나 조선함대 12척을 넘겨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배설이 군학을 지나쳐 회령포로 가버렸다. 이순신은 마을사람들이 몰고 온 배를 타고 조선함대를 찾아 회령포로 나아갔다.

지척의 명교마을은 군학으로 가던 이순신이 말을 쉬게 하고, 군사들을 도열시켜 점검했던 곳이다. 명교마을 해안의 곡선미가 미려하다. 그 해안을 배경으로 해가 서편으로 기울고 있다. 비행기 두 대가 어둠이 깔리는 하늘을 날고 있다.

명교마을에서 가까운 율포는 시끌벅적하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도로에는 차가 막히고, 상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연휴를 맞아 빛축제를 찾아온 사람들이다. 빛축제는 이곳 율포 해변과 차밭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연인과 가족 모두에게 좋은, 빛으로 물든 차밭

 율포 해변에 불빛으로 연출한 파도. 이순신의 수군 재건 여망을 담고 있다.
ⓒ 이돈삼
 율포 해변에 불빛으로 쓴 ‘今臣戰船 尙有十二'(금신전선 상유십이). '아직 신에게는 열두 척의 배가 있다'는 이순신의 장계에서 따 왔다.
ⓒ 이돈삼
율포 해변의 빛축제는 조선수군을 재건하던 이순신과 보성과의 인연을 표현하고 있다. 이순신을 테마로 한 빛의 거리를 만들었다. 일렁이는 불빛으로 연출한 파도는 이순신의 수군재건 여망을 담고 있다. 의병들의 깃발도 바닷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거북선의 용머리를 형상화한 조형물도 예쁘게 반짝인다. 장군의 투구를 상징하는 조형물도 세워져 있다. 이순신과 거북선을 연상케 한다. 불빛은 해변 솔밭에도 일렁인다. 빛물결이 파도 같다. 백사장에서는 젊은 연인들이 다정하게 오간다.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에 겨울 해변의 낭만이 출렁인다.

 소망카드가 주렁주렁 걸린 빛의 터널. 보성차밭에 설치돼 있다.
ⓒ 이돈삼
 차밭의 빛물결을 배경으로 내걸린 소망카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있다.
ⓒ 이돈삼
율포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다향각 일원의 차밭도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휘황찬란하다. 은하수를 연상시키는 빛의 터널이 멋스럽다. 터널에 소망카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차밭 이랑을 따라 불을 밝힌 빛의 물결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다채로운 색상과 디자인의 불빛이 여행객들을 오래 머물게 한다. 동화 속에 나오는 마법의 세계 같다.

차밭의 겨울밤이 황홀하다. 젊음과 낭만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연인들의 사랑 고백 장소로 맞춤이겠다. 겨울밤, 차밭에서 속삭이는 밀어도 감미롭겠다. 이성의 마음을 송두리째 훔치기에 충분하겠다. 여기서 약속한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다.

가족 간 애정을 확인하는 장소로도 그만이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걷는 부모의 발걸음도 행복에 겨워 보인다. 친구와 함께 솔방솔방 거닐며 겨울밤의 운치를 만끽해도 좋겠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겨울날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에 으뜸이다. 하얀 눈이라도 내리면 더 환상적이겠다.

 차밭에 일렁이는 빛의 물결. 겨울날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에 좋은 곳이다. 빛축제는 1월 24일까지 계속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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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보성차밭 빛축제는 1월 24일까지 계속된다. 불은 오후 6시부터 밝힌다.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밤 10시, 금요일과 토요일은 자정까지 불을 밝힌다.

호남고속국도 동광주 나들목에서 화순읍을 거쳐 29번 국도를 타고 보성 방면으로 간다. 초당교차로에서 목포-순천 간 국도를 타고 장흥·목포 방면으로 가다 장수교차로에서 회천 방면으로 18번 국도를 타면 된다. 서해안고속국도 목포 요금소를 지나 죽림 나들목에서 연결되는 순천 방면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보성 나들목으로 나가도 된다.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으려면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영천리 1-7'을 입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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