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도발 후폭풍..對北 확성기방송 전면 재개

단숨에 北 긴장시킬 '김정은 아킬레스건'4개월만에 11곳..정부, 단호한 의지 표명지뢰도발처럼 일촉즉발 위기 재연 가능성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함께 참석해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긴급 현안보고를 하는 도중 심각한 표정으로 코를 만지고 있다. [이승환 기자]

정부가 약 4개월 만에 전방 11곳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8일 낮 12시부터 재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북한 4차 핵실험 상황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북한이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여 남북 정면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정부가 방송 재개를 결정한 배경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 따른 실질적인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입장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 카드를 만지작거렸고 딱 하루가 지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결정을 내렸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7일 "북한이 국제 사회와 우리 정부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했다"며 "그런데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외부 세계 소식을 매일 최전선 북한군 부대와 마을을 대상으로 알리는 확성기 방송은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직접 건드리는 심리전 무기다.

예전 사례를 보면 2004년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에는 "용천역에서 대규모 폭발이 있어 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는데 대한민국은 동포애 차원에서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는 등의 방송 내용 이후 북한군 최전방 부대 병사들이 부모나 가족에게 쓴 편지에 이를 적어 북한군 사전 검열에서 발칵 뒤집혔다는 얘기도 있다.

확성기 방송으로 "인민군 여러분, 오늘 오후에 비가 오니 빨래를 걷으세요"라는 내용으로 일기예보를 하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북한군 부대에서 실제 빨래를 걷었다고도 한다.

이 가운데 북한 사회 실상에 관한 것이 가장 핵심이다. 북한 내부 소식뿐 아니라 북한 인권 탄압 실태와 인권의 중요성까지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런 위력 때문에 북한은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을 남측에 의한 8·25 합의 위반·파기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반발 정도에 따라서는 이번 확성기 방송 재개 이후 한반도에 지난해 8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인해 조성된 일촉즉발의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북한은 우리 군이 지뢰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때 서부전선 포격 도발을 감행하고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바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당국회담 개최 △민간 교류 활성화 △이산가족 상봉 등 다른 8·25 합의 사항도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게 됐다.

북측은 지난 6일 4차 핵실험 사실을 발표하며 이를 미국 대북 정책에 대응한 '정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변했다.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남측이 이번 핵실험을 '비정상적' 상황으로 규정하고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 8·25 합의가 깨진 것을 남측 책임으로 돌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측이 아직 공식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8일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생일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소위 '최고 존엄'에 대한 비판에 극도로 예민한 북한 군부를 감정적으로 자극해 확성기에 대한 '조준 사격' 차원을 넘어 다시 작년 8월처럼 한반도를 전쟁 직전의 분위기로 끌고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을 북한 태도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추진 상황 등을 보면서 신중하게 내렸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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