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말한다] 'THE HAND' 카와이 레너드를 말한다 –수비편-

손대범 2016. 1. 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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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손대범 기자] NBA 선수의 이모저모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스타를 말한다’ 의 2016년 첫 주인공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차세대 올스타’ 카와이 레너드다. NBA 파이널 MVP에 「올해의 수비수」까지 거머쥔 이 선수는 어떤 방식으로든 2016년 NBA 올스타 출전이 유력해 보인다. 레너드에 대해 처음 이야기할 부분은 바로 ‘수비’다. 수비는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등 NBA의 대표적인 득점원들을 당황시킨 레너드의 가장 큰 장점이자,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부분이기도 하다.

사회_손대범(점프볼 편집장)
참여_이민재(루키), 김윤호(비즈볼프로젝트), 이재승(바스켓코리아)

Q. 레너드를 만난 뒤 울고 가는 엘리트 득점원들이 늘고 있다. 흔히들 레너드를 두고 ‘가드부터 센터까지 커버가능한 수비수’라 말한다. 이런 평가를 가능케 하는 레너드의 장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이민재_ 레너드는 뛰어난 기본기를 갖춘 선수다. 농구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낮은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게 일품이다. 공격수가 움직일 경로를 예측하는 수비력도 뛰어나 빈틈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윙스팬이 길고 손이 커서 상대의 수비를 저지하는 데 유리한 점이 있다. 뛰어난 신체조건의 이점은 엄청난 생산성을 낳고 있다.

레너드의 장점은 도움수비다. 페인트존까지 들어와 도움수비를 펼친 후 자신의 매치업 상대까지 돌아가는 리커버리 능력이 뛰어나다. 타이밍이 늦어도 긴 팔로 상대의 슛을 저지할 수 있어 문제 되지 않는다.

또 동료의 협력 수비를 이용할 줄 안다. 레너드는 볼 가진 선수를 막을 때 일부러 돌파 경로를 내줘 골밑으로 유인한다. 동료 빅맨이 골밑을 지키고 있으면 레너드가 공격수를 뒤따라가는 샌드위치 수비를 펼친다. 이때 레너드는 재빨리 공격수의 볼을 블록하거나 가로채며 슛을 저지한다. 수비력 자체도 뛰어나지만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도 좋아 수비 효율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재승_ 탁월한 사이즈다. 레너드의 하드웨어를 보면 NBA의 다른 스몰포워드들과 엇비슷하다. 레너드는 201cm의 신장에 104.3kg의 몸무게를 갖추고 있다. 사이즈만 보면 NBA 평균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이민재 기자가 말했듯, 레너드의 윙스팬과 손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레너드의 윙스팬은 무려 221cm(7피트 3인치)에 달한다. 양팔을 벌렸을 때의 길이가 뉴욕 닉스의 슈퍼사이즈 파워포워드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의 키와 같다. 이는 엄청난 길이다. 레너드가 수비를 펼칠 때 공격수보다 반박자 늦게 반응해도 쉽게 대처가 가능하다.

비슷한 예로 테이션 프린스(미네소타)도 엄청난 팔길이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2004 파이널에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소속이었던 프린스는 LA 레이커스의 주득점원인 코비 브라이언트를 수비했다. 기록상으로 브라이언트가 적은 득점에 그치진 않았다. 하지만 프린스가 브라이언트를 전담수비하면서 브라이언트가 시리즈 내내 공격을 펼치는데 애를 먹었다. 하물며 지난 2014 파이널도 마찬가지. 레너드는 당시 마이애미 히트에서 뛰었던 르브론 제임스를 시리즈 내내 괴롭혔다.

단순 정규시즌에서 1경기 소화하고 다른 팀과 만나는 것과 달리 플레이오프에서 레너드와 같은 수비수를 만난다는 점은 에이스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레너드는 단순 팔만 긴 것이 아니다.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샌안토니오에서 데뷔한 것이 레너드에게 복이라면 복이다. 데뷔 때는 조금은 어수선한 면도 있었지만,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수비수로 발돋움했다. 심지어 프린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레너드는 시즌마다 자신의 득점과 리바운드를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레너드는 손도 크다. 팔도 긴데다가 손마저 크니 할 말이 없다. 레너드의 손 길이는 약 25cm에 달한다. 너비는 무려 29cm에 육박한다. 이만하면 (과장 좀 보태서) 농구공을 잡는 것이 아니라 농구공을 손에 끼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레너드의 별명이 괜히 ‘The Hand’가 아니다. 지난 시즌에 레너드가 ‘큰 건’을 올리면 동료들이 손을 받치고 흔드는 장면만 봐도 그렇다. 실제로 레너드가 드래프트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드래프트 컴바인’에서 레너드보다 손이 컸던 선수는 없다(그렉 스미스가 손 너비가 레너드보다 넓었다. 스미스는 센터다). 파워포워드도 아닌 스몰포워드가 210cm가 넘는 빅맨들 만큼 팔이 길고 손은 더 컸다는 뜻이다. 이만하면 ‘에이스 스타퍼’로서의 끝판이나 마찬가지다.

김윤호_ 나 역시 윙스팬이라고 생각한다. 레너드의 맨발 신장이 198cm인데, 윙스팬이 무려 224cm이다. 레너드의 윙스팬은 팀 내에서 제일 높은 수치이고, NBA 동 포지션 통틀어서도 최강이다. 맨발 키가 2m가 안 되는 선수 중에서는 가장 긴 수치이다. 드와이트 하워드처럼 어깨가 떡 벌어진 체형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레너드의 팔 길이가 얼마나 긴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윙스팬이 워낙 길다 보니, 자연히 리치도 더 길다. 따라서 본인이 수비에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도 넓다. 긴 팔로 상대의 공을 재빠르게 훑어내는 것이 가능하고, 빅맨의 슛을 블록하는 것도 더 수월해진다.

사실 레너드가 메타 월드 피스처럼 몸통 근육이 두꺼운 선수도 아니고, 코비 브라이언트처럼 빠른 스텝을 활용하여 수비하는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긴 팔을 휘젓기만 해도 상대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상대 입장에서는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돌파를 노리는 가드 입장에서는 언제 스틸을 당할 지 불안할 수밖에 없고, 빅맨의 입장에서는 골밑에서의 스틸과 헬프 블락까지 신경 써야 한다. 설령 그를 제쳤다고 해도 그의 긴 팔이 어디서 공을 덮칠 지 모르는 불안감이 남기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질 가능성도 크다. 농구에서 팔 길이가 왜 중요한지를 레너드가 직접 증명하고 있다.

Q. 지난해에는 드레이먼드 그린이 「올해의 수비수」 상을 받아야 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그리고 올해는 레너드의 유력하다고 보는가?

이재승_ 지난 시즌에 그린이 보여준 활약은 대단했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골든스테이트가 연승을 내달리고 엄청난 승률을 올린 가운데 그린에게 향한 관심도가 컸던 여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린도 풀타임 주전으로 올라서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시켰고, 코트 위에서 누구보다 남다른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범위가 「올해의 수비수」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린은 내로라하는 상대 빅맨들을 막았겠지만, 레너드는 상대팀의 ‘1옵션’을 죄다 막았다.

제임스를 필두로 케빈 듀랜트(오클라호마시티), 카멜로 앤써니(뉴욕)은 물론이고 포지션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레너드가 있었기에 샌안토니오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플레이오프는 시상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린이 언더사이즈 파워포워드로서 자신보다 10cm이상 큰 신장을 지닌 센터들을 막은 것도 크지만, 레너드가 좀 더 적합했다고 사료된다. 레너드도 그린만큼 티가 많이 나진 않았지만, 자신보다 작은 선수부터 큰 선수까지 두루두루 수비했다. 슈팅가드부터 파워포워드까지 가리지 않고 죄다 수비로 상대를 공격했다. 상대 팀으로서도 큰 부담이었을 터. 버티는 힘도 나쁘지 않기에 파워포워드를 곧잘 수비해냈다. 코트 위에서 ‘수비’ 가치로 따지면 레너드가 그린보다 결코 뒤지지 않았다(그린도 아까운 후보긴 하다).

사실, 「올해의 수비수」를 선정할 때 윙맨보다 빅맨이 좀 더 많은 이점이 있다. 역대 수상자만 보더라도 빅맨 수상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대로 보면 레너드가 윙맨으로 빅맨인 그린과 갑론을박할 수 있는 수비를 펼친 것만으로도 레너드의 우위가 아닐까 싶다. 하물며 수비로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힌다. 상대가 레너드를 끼고 있는 상태로 투맨 게임에 나선다면 레너드는 적극적으로 스위치에 나선다. 이 또한 레너드의 능력이다. 하물며 팔이 길다보니 원카운트(도움을 갈 수 있는 근거리에 볼러가 있는) 상황에서 레너드쪽으로 돌파는 힘들다고 보면 된다. 언제 레너드가 팔을 뻗어 알게 모르게 드리블 돌파를 방해할지 모를 일이다. 아래 영상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레너드 수비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3hnZ_knty6s

김윤호_ 동의하지 않는다. 그린이  「올해의 수비수」 상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레너드가 그 상을 받아야 할 이유 또한 존재한다. 일단 레너드는 지난 시즌 디펜시브 레이팅 부문에서 전체 1위였다. NBA에서 빅맨이 아닌 선수가 디펜시브 레이팅 부문 1위를 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레너드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레너드의 수비가 얼마나 위력적인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 레너드는 스틸 부문 1위였다. 수비 부문에서 확실한 개인 타이틀이 있기 때문에,  「올해의 수비수」  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평균 0.8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그린은 뚜렷한 타이틀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블록슛 개수가 많은 빅맨들이  「올해의 수비수」 타이틀 경쟁에서 유리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팀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지대하다. 골든스테이트에는 그린 외에도 안드레 이궈달라, 클레이 톰슨과 같은 뛰어난 윙 디펜더들이 있고, 골밑에는 노련한 수비수인 앤드류 보거트가 있을뿐더러 빅맨 물량도 충분하다. 그린이 없다고 해서 수비 시스템이 크게 흔들리는 팀이 아니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샌안토니오는 팀 던컨을 제외하면 믿음직한 빅맨 수비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외곽 수비도 예전만 못한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에서 던컨과 레너드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샌안토니오 코칭스태프가 레너드의 건강을 특별히 신경 쓰는 이유도 이러한 수비 비중 때문이다.

이러한 팀 시스템이 올 시즌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레너드의 수상 또한 유력하다. 심지어 디펜시브 레이팅은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진 91을 기록 중이며, 디펜시브 윈 셰어 부문에서도 전체 1위이다. 게다가 자신의 매치업들을 만나는 족족 틀어막는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더더욱 수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듀란트를 야투율 31.6%로 틀어막고, 폴 조지를 야투율 7.1%, 턴오버 6개로 압살할 수 있는 수비력을 가진 선수가  「올해의 수비수」 로 선정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이민재_ 지난 시즌 그린과 레너드의 「올해의 수비수」 경합은 그린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맞다. 출장 경기 수에서 레너드가 그린보다 15경기 적었기 때문. 또한, 그린은 201cm의 작은 키로 림 프로텍팅(Rim Protecting)과 로테이션 수비까지 도맡았으므로 가산점을 주고 싶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은 레너드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 그린과 레너드 두 선수 모두 수비력이 박빙이지만 레너드의 임팩트가 더욱 강하다. 특히 그가 상대한 상대 에이스는 모두 힘든 경험을 했다.

케빈 듀란트(22점 FG 31.5%), 폴 조지(7점 FG 7.1%), 앤드류 위긴스(10점 FG 18.1%) 등이 레너드 지옥을 맛봤다. 특히 스퍼스는 이번 시즌 ‘수비’ 부문에서 리그 최고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레너드는 스퍼스 수비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최고의 수비수다. 아직 스퍼스의 로테이션 수비는 완벽하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비벽이 더욱 견고해지므로 레너드의 수비 영향력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의 「올해의 수비수」 2연패가 유력하다고 본다.

 

Q.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원래 수비가 좋은 팀이었지만 레너드가 합류하기 바로 2시즌 전부터는 그리 강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레너드가 가세한 뒤 다시금 공, 수에 모두 능한 팀으로 올라선 것 같다. 레너드의 가세로 샌안토니오가 수비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라 보는가?

이민재_ 샌안토니오의 주축 3인방(팀 던컨-마누 지노빌리-토니 파커)은 점점 노쇠화를 겪고 있다. 특히 지노빌리와 파커에게 예전 같은 활동량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비 색깔이 짙었던 샌안토니오가 수비 대신 ‘공격’으로 노선을 바꾼 이유. 수비에서 예전만큼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복안이었다. 이때 레너드가 가세하면서 외곽 수비의 활동량이 많아졌다. 특히 공격력이 불을 뿜는 시기에 레너드의 수비력까지 더해져 샌안토니오의 수비 효율성은 2012-2013시즌 이후 매년 리그 3위 안에 들고 있다.

레너드는 볼을 가진 공격수를 막는 것도 능하지만 위크 사이드(볼 없는 쪽)에서 도움 수비를 펼치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긴 팔과 활동량으로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도움 수비가 효율적이다. 예전에는 브루스 보웬이 일대일 수비에는 탁월했지만 볼 없는 수비에는 의문점이 있었다. 이에 반해 레너드는 모든 수비에 특화된 선수. 예전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수비 스타일로 스퍼스 방어벽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이재승_ 레너드가 들어오면서 상대 에이스를 전문적으로 수비할 수 있게 됐다. 샌안토니오는 브루스 보웬이 은퇴한 이후 소위 말하는 ‘전문 수비수’를 찾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보웬이 코트를 떠난 이후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는 꾸준히 진출지만, 정작 우승문턱에 가기도 쉽지 않았다. 우승권으로 분류된 적도 많지 않았다. 우승을 차지하진 못한 부분이 단면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포인트가드와 함께 스몰포워드가 득세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제임스와 듀랜트를 필두로 앤써니와 조지까지 특급 스몰포워드들이 즐비하다. 샌안토니오가 우승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들을 저지할 수 있는 재원이 필요했다. 그 선수가 바로 레너드다. 수비에 있어서 도가 튼 레너드가 오게 되면서 샌안토니오도 이들과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됐다. 팀 던컨과 토니 파커가 노장대열에 있는 선수인 만큼 레너드의 에너지가 여러모로 필요했다.

실제로 레너드가 들어오고 난 이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샌안토니오는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상위라운드를 두드렸다. 2012년부터 지난 2014년까지 3시즌 연속 서부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랐다. 지난 2013년에는 파이널에 올라 아쉽게 우승에 실패했지만, 지난 2014년에는 같은 상대인 마이애미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하면서 우승에 입을 맞췄다. 지난 2015년에는 서부에 지나치게 강호들이 많았던 탓에 1라운드부터 LA 클리퍼스와 마주했다. 5차전까지 치른 끝에 리드를 잡았지만 정작 남은 2경기를 모두 내주면서 1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레너드가 데뷔하기 전까지 샌안토니오가 마지막으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랐던 때는 지난 2008년이다. 샌안토니오는 지난 2007년 우승을 차지한 이후 연속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코비 브라이언트가 이끄는 LA 레이커스에 패해 파이널 진출이 좌절됐다. 이만하면 레너드가 샌안토니오 우승부적이라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시즌 샌안토니오는 안방에서 패한 적 없이 조용하게 27승 6패를 달리고 있다. 참고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엄청 뜨겁다. 그러나 그들은 샌안토니오를 아직 만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레너드와 마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윤호_ 첫째, 수비의 옵션이 더 넓어졌다. 예전에 브루스 보웬이 뛰었을 때의 수비 목표는 단 하나, 바로 수비 리바운드였다. 보웬이 상대를 괴롭히고 던컨이 리바운드를 잡는 게 수비의 유일한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웬이 수비에서는 공을 세울 수 있어도, 공격에서는 공을 세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파커나 지노빌리 쪽에서 공 소유가 되지 않으면 빠르고 매서운 공격 전환이 쉽지 않았다. 속공 때 달려나갈 선수가 파커와 지노빌리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너드가 합류한 이후로는 터프샷 유도를 통한 수비 리바운드뿐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레너드의 스틸이나 블락슛에 이은 트랜지션 공격으로 득점을 노릴 찬스가 많아졌다. 결국 레너드와 보웬의 공격력 차이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레너드가 직접 속공을 주도할 수도 있고, 먼저 달려나가서 득점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 그만큼 팀 입장에서는 수비의 방향성을 그때그때 바꿀 수 있어서 더 편리하다고 볼 수 있겠다.

둘째, 다양한 로테이션을 통한 경기력 유지가 가능해졌다. 레너드가 1쿼터 중반에 일찍 휴식을 취하고 2쿼터에 기용되면서 팀의 경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던컨과 파커, 지노빌리가 예전의 전성기 시절보다 오래 쉬는 만큼, 벤치 타임에 주전 1-2명이 계속 코트 위에 있어야 팀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 예전의 보웬이라면 이러한 부문에서 전혀 공을 세울 수 없지만, 레너드는 그것이 가능한 선수이다.

이러한 레너드와 두터운 벤치가 결합하다 보니, 샌안토니오의 창과 방패의 균형은 48분 내내 무너지지 않는다. 레너드가 있기 전에는 벤치 타임에 수비가 무너지거나, 공격이 답답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는데 더 이상은 그러한 걱정을 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올 시즌부터는 알드리지까지 있기 때문에 공격 걱정을 더더욱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Q. 레너드의 커리어를 통틀어 레너드의 수비가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경기가 있다면?

김윤호_ 일단 올 시즌 개막 주에 있었던 오클라호마 시티와의 경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케빈 듀란트는 그 동안 1대1 매치업 상황에서 자신을 밀어내는 상대의 힘 때문에 고전한 적은 있었어도, 상대의 리치 때문에 고전한 적은 없었다. 듀란트 자체가 워낙 키가 크고 팔도 길기 때문이다. 그러나 듀란트보다 10cm 가량 작은 레너드는 그 차이를 순전히 리치 하나로 상쇄해 버렸다. 경기는 오클라호마 시티가 가져갔지만, 듀란트 입장에선 꽤나 자존심이 상한 경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레너드의 수비가 더욱 빛났던 경기는 인디애나와의 경기였다. 폴 조지를 야투율 7.1%로 묶어버리고 턴오버는 6개나 유발해냈다. 그러면서 본인은 24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으니, 완벽한 승리였다. 경기가 열리기 전에는 차세대 스몰포워드 간의 대결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조지의 화력도 레너드의 수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카와이 레너드의 ‘조지 삭제’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f7qM7SYAstw

물론 레너드의 수비가 부각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3년과 2014년의 NBA 파이널이다. 상대가 절정기의 르브론 제임스라는 점, 그를 상대로 엄청난 리치를 활용한 수비를 보였다는 점, 그러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재승_ 2014 서부컨퍼런스 파이널 시리즈를 모두 꼽고 싶다. 레너드는 지난 2012년 컨퍼런스 챔피언 타이틀과 파이널 진출 길목에서 케빈 듀란트와 마주했다. 레너드는 듀란트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사실 어느 선수가 그를 막을 수 있었을까? 샌안토니오는 당시 시리즈 첫 2경기를 따내고도 오클라호마시티에게 내리 4연패했다. 지난 2011-2012시즌 막판 엄청난 기세로 로키산맥 등정에 나섰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오름세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샌안토니오는 뒷심부족을 노출했고 허무하게도 내리 4연패했다.

그러나 2014년은 달랐다. 레너드는 수비에서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을 수비하면서 상대 득점원들을 틀어막고자 했다. 실제로 1차전 경기를 보면 샌안토니오가 어렵지 않게 리드를 잡았다. 레너드의 공이 컸다. 레너드가 수비에서 오클라호마시티의 공격진을 잘 막았다. 상대 실책을 유발케 하며 팀이 손쉬운 득점을 올리는데 크게 일조했다. 결국 시리즈 첫 2경기를 잡을 수 있었다. 2차전에서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은 각각 15점씩 올리는데 그쳤다. 이후 2연패하며 지난 2012년이 재현되나 했지만, 샌안토니오는 끝내 오클라호마시티를 굴복시켰다. 지난 2012년과 달리 레너드의 게임레벨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영상을 보고 느껴보시라. 레너드의 수비를 뚫어야 하는 공격수라면. 지긋지긋할 것만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Rk_ss7ICQH0

이민재_ 지난 2014 NBA 파이널 마이애미 히트와의 5차전 경기다. 당시 샌안토니오는 마이애미를 104-87로 꺾고 NBA 챔피언십을 차지했다. 레너드가 르브론 제임스를 철저히 막아내며 얻은 결과물이었다. 당시 르브론은 31득점 10리바운드 FG 47.6%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지만 경기력은 그렇지 않았다.

르브론은 1쿼터부터 득점포를 가동했다. 10점 이상 넣을 동안 레너드가 막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스위치 디펜스 등으로 그와 멀어졌기 때문. 2쿼터가 되자 레너드가 르브론을 본격적으로 쫓아다녔다. 이때부터 르브론의 리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이애미는 에이스가 흔들리자 2쿼터에 11득점밖에 올리지 못하며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다.

3쿼터도 마찬가지였다. 레너드 수비에 막힌 르브론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특히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뒤진 르브론에게 침착한 플레이는 기대할 수 없었다. 결국 시리즈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Q. 그래도 레너드의 팀 디펜스, 개인 수비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민재_ 레너드는 NBA 데뷔한 지 5년밖에 안 된 젊은 선수지만 수비력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단점이 거의 없지만 그중 스크린 대처가 아쉽다고 본다. 데뷔 초기에는 상대가 2대2 게임을 펼칠 때 스크린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근에는 2대2 수비에서 능수능란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볼 없는 수비가 약하다.

LA 클리퍼스와의 지난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JJ 레딕의 볼 없는 움직임을 쫓아가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레너드는 레딕보다 키가 크기 때문에 수비하는 데 쉽지 않았을 터. 또한, 클리퍼스가 2~3번의 스크린 플레이를 펼치면 레너드가 따라가지 못하며 무너지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볼 없는 수비마저도 리그 평균 이상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재승_ 딱히 없다. 러네드는 볼사이드에서 상대 볼러를 막을 수도 있으며, 헬프사이드에 패스를 예측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대인수비에서는 자신의 긴 팔과 큰 손을 적극 활용하여 공격수의 시야를 가린다. 지난 2014 파이널에서 제임스를 수비한 장면이 대표적. 제임스도 레너드의 수비를 떨쳐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자신과 근거리에 있는 선수가 돌파를 나설 때는 팔을 뻗어 상대 돌파를 저지할 수도 있다. 적어도 상대는 돌파를 시도하는데 있어서 레너드의 체크를 경계해야 한다. 심지어 레너드는 볼을 뺏을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볼이 없는 사이드에서 패스 예측뿐만 아니라 상대를 집중적으로 수비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수비와 관련된 능력치가 총망라된 선수가 아닐까 싶다.

굳이 약점이라면 지역방어를 꺼내보고 싶다. NBA에는 지역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NBA에서 지역방어를 즐겨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너드가 지닌 하드웨어라면 지역방어에서 어디에 위치해도 이점이 된다. 3-2 지역방어에서 정면이나 2-3 지역방어에서 코너까지 가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레너드는 수비에서 스위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굳이 제약을 받지 않는다. 샌안토니오가 매치업존의 형태를 지닌 수비를 펼칠 수 있는 이면에는 레너드의 존재가 크게 작용한다. 이번 시즌 득점에 도가 튼 스테판 커리를 어떻게 막을지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김윤호_ 사실, 레너드는 생각보다 스텝이 빠른 선수는 아니다. 상대가 발 빠르게 자신의 리치를 벗어나면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를 악착같이 발로 따라가는 유형의 수비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이, 레너드는 데뷔 초부터 무릎이 그렇게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데뷔 초에 출장시간이 제한되었던 것도 무릎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현재 무릎 상태가 심각한 것이 아니라면, 상대를 발로 따라가는 습관을 키울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부문을 제외하면 레너드의 수비에 아쉬운 점은 없다. 스카티 피펜 이후 동 포지션 최고의 수비수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니, 딱히 많은 지적을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자신과 매치업된 에이스들을 족족 틀어막는 수비력을 보유한 선수이며, 빅맨이 아닌 선수로는 최초로 백투백으로 「올해의 수비수」  상을 차지할 기세이다. 이는 수비로 정평이 났던 피펜이나 게리 페이튼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레너드의 수비는 앞으로 맹위를 떨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 사진=NBA 미디어센트럴, 루키 이승기 기자 제공, NIK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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