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매 맞고 성희롱 당하고..교권 추락 어디까지

2015. 12. 3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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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교사 폭행 2010년 45건에서 작년 85건으로 급증 교권보호법안 국회에 아직 계류.."문제학생 강력 처벌해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생의 교사 폭행 2010년 45건에서 작년 85건으로 급증

교권보호법안 국회에 아직 계류…"문제학생 강력 처벌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지난해 9월 전북 정읍의 한 고등학교.

이 학교 1학년생 B(17)군이 수업 시간에 떠들자 교사 A(58·여)씨는 "수업 시간에는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줬다.

훈계를 듣고 화가 난 B군은 교사에게 의자를 집어던졌고, A 교사는 날아온 의자에 머리를 맞아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교사 근처에 앉아있던 학생도 의자에 맞아 상처를 입었다.

학교 측은 선도위원회를 열어 B군에게 출석정지 10일 명령을 내렸고,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전학'을 권고했다.

지난달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는 2학년 남학생들이 여교사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찍은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돌려봤다가 적발됐다.

몰카 촬영을 주도한 3명은 학교로부터 10일간 출석 정지 처분을 받았고, 찍은 몰카를 돌려보거나 SNS를 통해 유포한 25명은 3∼10일간의 출석 정지 처분을 받았다. 피해 여교사 2명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심리치료까지 받았다.

전북 고창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지난 8월 1학년 남학생이 여교사들의 치맛 속을 몰래 찍었다가 적발됐다. 이 학교는 3년 전에도 같은 유형의 몰카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경기도의 한 고교 1학년생들이 30대 기간제 교사를 교실에서 빗자루로 때리고 침을 뱉고 욕설을 한 사실이 드러나며 교사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한낱 사전 속의 사어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들린다.

◇ 학생이 교사에 폭언·욕설 연 2천500건…성희롱도 80건 발생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 성희롱까지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31일 교육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학생들의 교사 폭행은 2010년 45건에서 2014년 86건으로 4년 사이 두 배가량으로 급증했다.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폭언과 욕설, 성희롱도 꾸준히 늘고 있다.

폭언과 욕설은 2010년 1천241건에서 2014년 2천531건으로 갑절 이상으로 늘었고, 성희롱은 같은 기간 31건에서 80건으로 크게 늘었다.

2014년 기준으로 교권침해를 유형별로 분류하면, 학생들의 폭언·욕설이 63.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수업진행 방해가 20.5%로 뒤를 이었고, 학생의 교사 폭행은 2.2%,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폭행, 수업방해 등)는 1.6%로 나타났다.

초·중·고 공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권위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사들의 명예퇴직이 급증하는 이유는 공무원 연금개혁 등에 따른 불안감도 있지만, 학생 지도의 어려움도 큰 이유로 꼽힌다.

◇ 교단 무력감 확산…"문제학생 처벌 강화하고 교권보호법 통과시켜야"

교사의 학생 체벌이 전면 금지됐지만, 학생이 교사를 때리거나 폭언을 하고 수업 진행을 현저히 방해할 경우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음을 호소한다.

교사를 때리고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한 학생도 전학이나 출석정지 등 비교적 가벼운 처분만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하지만, 막무가내로 욕설을 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은 훈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매번 느낀다"고 말했다.

온정주의 때문에 학생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피할 것이 아니라 원칙을 확립해 문제 학생에 대한 행정적·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내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해도 선생님이 나를 어찌할 수 없구나'라고 생각하는 문제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교직 사회 전반에 무력감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체와 도구를 이용한 학생 체벌은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면서도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제지할 다른 수단이 별로 없다. 문제 학생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 학생을 즉각 수업에서 배제하고 퇴학 등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서구 선진국들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교사들의 학생 체벌만 금지했을 뿐, 원칙대로 퇴학 등의 강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사회가 유교적 전통에 따라 공교육의 기능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도덕적 선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문화적 배경이 존재한다.

문제 학생을 퇴학하는 등의 강한 처벌을 내릴 경우, 학부모가 '선생님이 우리 아이의 미래를 망칠 거냐, 한 번만 넘어가 달라'는 식으로 호소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학생들을 막연히 계도하기 보다는 사회적인 합의에 따라 처벌을 강화해 학교의 교육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교총 측은 "교권 침해 사건 발생 시 교육당국은 실태 파악에만 머물지 말고 피해 교사에 대한 행정·법률적 지원과 함께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칙을 어긴 학생에 대한 교사지도권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교사를 때리거나 폭언한 학생에 대한 처벌 강화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에 따라 교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2년 반이 넘도록 다른 정치이슈들에 밀려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달 초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교권 보호법'(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은 일선 학교장이 학생 등에 의한 교원 폭행·모욕 행위를 알게 되면 즉시 피해교원 보호조치를 취한 뒤 사건 내용과 조치 결과를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또 피해 교사의 상담·치유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기관이나 단체를 교원치유센터로 지정하고, 운영비용 전부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총은 교권 추락 방지를 위해 교권 보호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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