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바흐 첼로 모음곡' 가치 알아본 카살스

2015. 12. 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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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파블로 카살스
이달 중순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거리를 걸어 다닌 일이 아직 머리에 생생합니다. 건축가 가우디의 자취를 돌아본 것 외에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1876∼1973)가 다녔던 악보점은 어디 있었을까’ 상상해보는 일도 즐거웠죠.

카살스는 ‘현대 첼로 연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연주가입니다. 첼로 연주 기법의 진보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첼로 레퍼토리를 넓히는 데에도 기여했습니다. 특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내’ 첼로 음악 애호가에게 사랑받는 레퍼토리로 만든 주인공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불과 13세 때 바르셀로나의 악보점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를 발견한 뒤 이 곡을 널리 연주해 세상에 알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 널리 퍼진 오해가 있습니다. 카살스가 악보를 찾아내기 전까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정말로 ‘잊혀진’ 곡이었을까요?

카살스가 악보를 ‘찾아냈다’는 일화만 기억하는 사람들은 13세 소년이 악보점에서 찾아낸 악보가 바흐가 손으로 쓴 악보이거나, 바흐 생전에 출판된 악보였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악보는 독일 첼리스트 프리드리히 그뤼츠마허(1832∼1903)가 손을 보아 출판한 교정보였습니다. 19세기 후반에 이 곡이 분명히 세상에 알려져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카살스가 어렸을 때인 1880년대에도 많은 첼리스트들이 바흐가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작품집이 첼로 기량을 연마하기 위한 ‘연습곡’이라고만 생각해 청중 앞에서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이 곡을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기 시작하고 그 매력을 널리 알린 주인공은 분명 카살스가 맞습니다. 다시 말하면 카살스의 공로는 이 곡의 ‘가치’를 재발견한 데 있는 것이지 이 곡의 ‘악보’를 발견한 데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카살스는 1936년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고 이후 프랑코 독재가 성립되자 고향에서 가까운 프랑스의 프라드에 정착했고 평생 고향인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을 그리워하며 살았습니다. 오늘날 민주화된 스페인을 보면 그가 어떤 감회를 표현할지 궁금합니다. 오늘(29일)은 그가 별세한 지 42년째 되는 날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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