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최종합의..국제사회서 '위안부' 거론 못할판

2015. 12. 2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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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요 합의 내용과 쟁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이 문제가 여성의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한 국가의 범죄로 보고, 다른 하나는 한-일 양국이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외교적 과제로 본다. 전자를 원칙론, 후자를 현실론이라 부를 수도 있다.

일 법적책임 끝내 회피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도의적’ 단어 빼고 애매한 봉합
“위안부, 군 관여”는 재확인

피해자 명예회복·배상 문제

일 정부 예산으로 10억엔 조성
“배상 아니다” 선 그어

‘위안부 해결’ 일본 과거 제안과 한-일 합의안 비교

첫번째 관점, 즉 원칙론에 설 경우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공개된 양국의 합의 내용은 적잖이 실망스런 내용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온 한·일 운동단체들은 지난해 6월 도쿄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당시의 여러 (일본의) 국내법·국제법에 위반되는 중대한 인권침해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번복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죄하며, 그 증거로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 제언의 핵심은 위안부 제도가 일본의 ‘국가 범죄’이니 일본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28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함”이라고 발언하는 데 그쳤다. 이는 일본 정부가 1993년 고노 담화와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에서 밝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기시다 외무상도 이에 대해 “말한 내용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연히 역대 내각의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이를 다시 확인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운동단체의 간절한 요청에도 위안부 제도가 일본의 국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진전이라 한다면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이 발족한 뒤 역대 일본 총리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보낸 사죄의 서한에 담긴 “우리나라(일본)로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며”라는 부분에서 ‘도의적’이라는 세 음절을 뺀 것이다. 이는 일본이 인정하는 것이 ‘법적 책임’인지 ‘도의적인 책임’인지를 애매하게 처리해 외교적 합의를 맺으려고 한-일 외교당국이 머리를 짜낸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20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한·일의 지원단체들이 겨우 ‘도의적’이라는 세 음절을 빼내기 위해 투쟁해온 것이냐라는 호된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 외교적인 관점에 설 경우 평가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국내외에서 역사 수정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일본 정부가 그동안 거부해온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 조처를 끌어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정부의 예산’으로 한국 정부가 만든 재단에 10억엔의 예산을 지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시아여성기금이 실패한 이유가 위안부 피해 여성 1인당 200만엔씩 지급된 ‘쓰구나이킨’(당시 ‘위로금’으로 해석)이 일본 국민들의 모금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한국 정부가 만든 재단에 일본 정부가 정부 예산으로 이 돈을 제공하기로 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이 돈을 일본 정부가 위안부 제도를 만들고 운영한 데 대한 사죄의 증거로 해석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는 아시아여성기금의 실패 사례에 비춰 본다면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한국 정부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이 반발하고 있는 일본대사관 앞 평화비(소녀상) 철거를 위해 관련 단체들과 협의해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됐다.

한·일 양국이 “이 문제는 최종적으로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결론을 낸 만큼 앞으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문제를 다시 거론하긴 어렵게 됐다.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으로 위안부 문제가 한차례 봉합된 뒤 2011년 8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며 이 문제가 한-일 관계 전반을 뒤흔드는 외교 현안으로 커진 지 4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정대협 등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한-일 양국이 합의했듯 이 문제가 정말로 최종 해결이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과에 따라서 이번 합의는 “역사적, 획기적인 성과”(기시다 외무상)가 아닌 ‘역사적, 획기적인 외교 참사’로 기억될 수도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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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녀상에 개입할 수 없어”

▶한-일, 위안부 법적책임 명시 않고 ‘최종적 해결’ 선언

▶아베 “위안부 문제 다음세대에 물려줘선 안돼”

▶“일본정부 책임 명시는 진전…진상규명·직접 배상 빠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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