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불황 탈출 승부수.."물건 말고 경험을 팔아라"

임현영 입력 2015. 1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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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오쇼핑, 루시드폴 7집 컴백 방송으로 화제단순 상품판매 목적 아닌 '예능적 요소' 가미해최근 부진한 홈쇼핑 업계..이색 시도로 활로 모색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지난 11일 새벽 가수 루시드폴이 자신의 7집 앨범 컴백 무대 ‘귤이 빛나는 밤에’(이하 귤밤)를 가졌다.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이 아닌 바로 홈쇼핑에서다. CD와 루시드폴이 직접 재배한 귤로 이뤄진 한정판 패키지는 9분 만에 매진됐다.

귤밤에 대한 반응은 방송 직후 더 뜨거웠다.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물론 방송 영상은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네이버에서 공개된 방송 동영상은 현재 조회수 17만뷰에 육박한다.

홈쇼핑이 쇼퍼테인먼트(쇼핑+엔터테인먼트) 채널로 진화 중이다. CJ오쇼핑(035760)이 최근 기획한 귤밤이 대표적 사례다. 귤밤은 홈쇼핑과 음악 프로그램의 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매출 극대화를 위해 상품 홍보에 집중하던 TV홈쇼핑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도다. 귤밤을 총괄한 배진한 PD는 “틀에 박힌 홈쇼핑이 아닌 대중들이 ‘다시보기’로 찾아 볼만한 홈쇼핑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은 실제로 예능에 가까웠다. 방송화면은 홈쇼핑의 틀을 따왔지만 루시드폴이 귤탈을 쓴 채 자신의 신곡을 발표하고 근황을 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함께 나온 기획사 대표이자 가수 유희열과의 토크도 마찬가지다. ‘홈쇼핑이 아니라 시트콤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사실 귤밤은 홈쇼핑 회사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가 아니다. 일단 수익성 측면에서 마이너스다. 홈쇼핑은 보통 심야시간에도 판매 재방송을 통해 억대의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이번 방송으로 올린 순매출은 3000만원(패키지 가격 2만9900원*1000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제작비 등을 제하면 손해보는 장사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오쇼핑 측은 수익성보다 콘텐츠에 비중을 뒀다고 설명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에서 ‘시간=돈’이기 때문에 모든 측면에서 매출 극대화에 집중하지만 귤밤은 수익성보다 시청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측면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송을 총괄한 배진한 PD 역시 “매출을 생각 했다면 이번 방송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귤밤과 같은 쇼퍼테인먼트의 등장은 부진에 시달리는 홈쇼핑 업계가 고심 끝에 내놓은 답이다. 다양한 매체의 범람으로 TV 시청률은 내리막길인데다 화제성도 예전 같지 않다. 업체들은 이제 물건만 팔아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지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기존의 틀에 박힌 홈쇼핑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GS홈쇼핑도 지난해부터 쇼핑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쇼미더트렌드’를 선보이고 있다. 첫 방송에서 홈쇼핑 사상 처음으로 100여 명의 방청객을 초대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10월 오프라인 매장인 스튜디오 숍을 오픈했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70여 가지의 홈쇼핑 자체브랜드(PB) 옷을 직접 입어 볼 수 있다. CJ오쇼핑은 지난 8월부터 쇼핑과 예능을 결합한 ‘마이 쇼핑 다이어리’를 선보였다.

배 PD는 “대형마트에서 최저가 귤을 사먹는 것과 우리 방송을 본 후 루시드폴 앨범을 들으며 함께 산 귤을 먹는 느낌은 분명 다를 것”이라면서 “홈쇼핑은 더이상 물건 만을 사고 파는 채널이 아닌 경험을 파는 채널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CJ오쇼핑에서 진행한 루시드폴 앨범 판매방송 ‘귤이 빛나는 밤에’를 기획한 김나미 PD, 배진한 PD, 공세현 PD의 모습.

임현영 (ssi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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