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비틀스 너마저" 음원 스트리밍 '解禁'
24일 0시 1분 해외 주요 음원 사이트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 비틀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
한 PD가 사내에서 사원증을 잃어버렸는데 그 사원증으로 누군가가 방송국 내 자료실에서 자료를 대출한 기록이 드러나면서 단순 분실 사고로 잊힐 수 있었던 일이 커졌다.
절도범이 PD의 사원증으로 대출한 건 CD 몇 장. 그중 다수가 호주 록 밴드 ‘AC/DC’의 CD라는 게 눈에 띄었다. 사건 당시만 해도 AC/DC의 모든 앨범은 밴드의 정책에 따라 국내에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되지 않았다. 한 PD는 “절도는 악행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록 음악의 원류를 좇으려는 열정만은 높이 사고 싶다”며 쓰게 웃었다.
AC/DC와 마이클 잭슨의 음반들은 놀랍게도 최근에야 국내에 정식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비틀스와 함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였다. ‘우리 음악 들으려면 CD 사라. 최소한 제값 내고 다운로드라도 받든가’의 자부심.
그 신성한 무리에서 ‘끝판왕’으로 보이던 비틀스가 24일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같은 해외 주요 음악 서비스 사이트에서 사상 처음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운로드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언제 어디서나 비틀스의 ‘Yesterday’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들을 수 있게 됐다. 누군가에겐 크리스마스 깜짝 선물이겠지만 어떤 이들은 비틀스까지 무너진 건 음악 시장의 서글픈 판도 변화를 보여준다며 우울해한다. 음악 수익의 과반이 스트리밍으로 옮아간 시장에서 비틀스마저 ‘꼬리’를 내렸다는 거다.
물론 고집불통의 버티기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이를테면 킹 크림슨, 버지, 툴이 있다. 크림슨은 특히 그들의 신비로운 음악세계처럼 스트리밍 시장에 백기를 안 들 마지막 보루로 꼽힌다. 하긴…. 역사적 명반으로 꼽히는 그들의 데뷔 앨범 첫 곡 ‘21세기 정신분열 환자’는 얼마나 예언적인 제목을 지녔나. 그건 완고한 성격의 리더 로버트 프립의 별명이기도 하다.
최근 새로 단장해 나온 비틀스의 히트곡 모음집 ‘1+’의 CD 포장을 뜯기도 전에 애플뮤직에서 비틀스의 ‘A Day in the Life’를 재생했다. ‘원 클릭’의 편리함에 감사하는 한편, 이번 스트리밍 ‘해금’에 실황을 포함한 비틀스의 몇몇 앨범이 포함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하는 이 심보. 정신분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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